
시장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5%로 동결했다. 현재의 국내 경기 여건과 재정 정책과 정합성만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인하 결정을 해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금통위의 이번 결정이 전혀 설득력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정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 상반기 3.5%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포인트나 높은 상승세로, 불장(bull market·상승장)이란 말이 절로 나올 수준이다. 당연히 매매량 증가가 뒤따르면서 은행의 신규 주택 담보대출 규모도 1월 1조7000억원에서 6월 5조1000억원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때마침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것을 한국은행으로서는 정책 동조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이제 통화정책 관련 이슈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시점과 수준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내외 통화정책 여건을 살펴볼 때 당분간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대내적으로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만큼의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 우려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문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는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과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방침 영향으로, 연말로 갈수록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불안 우려 역시 마찬가지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내 경기 전반의 수요 압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대외 여건 역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환율과 국제 유가 불안에서 오는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에 따르면, 연말까지 원· 달러 환율은 1370원대에서 1350원대로, 국제 유가 역시 서부텍사스산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와 브렌트유(Brent Crude) 및 두바이유(Dubai Crude) 3대 유종 모두 현재와 유사한 배럴당 60달러 중·후반대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이슈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경기 안정화 기능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지금까지의 대내외 경제 전망을 고려하면 적정 기준금리는 내년 초까지 현재보다 0.5%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고려하면 양국 간 금리 차 확대로 인한 부작용 발생 부담도 작은 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수준이 더 이상 ‘긴축적이지 않다’, 즉 완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여건과 재정 정책과 정합성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우리 경제가 완전한 회복 경로로 복귀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때까지 통화정책도 경기 친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