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
/AP연합


/(왼쪽) AP연합, (오른쪽) 블룸버그
/(왼쪽) AP연합, (오른쪽) 블룸버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국제 공급망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큰 사진). 젠슨 황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강조해 왔다.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젠슨 황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재킷을 입은 여성의 등 뒤에 직접 사인을 하고 있다(사진1). 중국 전통 의상 당복(唐裝)을 입은 젠슨 황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초고속 혁신을 이끈 영웅은 연구자와 개발자, 기업가”라며 “딥시크와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중국의 AI 모델은 월드클래스”라고 치켜세웠다. 런훙빈(任鴻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면담한 뒤 취재진에 “미국이 H20 칩의 중국 판매를 승인함에 따라 해당 제품의 출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중국 시장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사양을 낮춰 만든 AI 칩이다. 성능은 최고 성능의 AI 칩으로 관련 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H100의 20∼30%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H100 등 고성능 AI 칩에 이어 지난 4월 H20까지 중국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H20의 중국 판매 재개는 트럼프 정부의 수출규제로 지난 2~4월 55억달러(약 7조5845억원)의 손실을 본 엔비디아에도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H20에는 삼성전자 등이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선 상무부의 수출 라이선스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중국 시장에 맞춘 ‘성능 제한형 신형 칩’도 별도로 개발해 곧 출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7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04% 오른 170.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주가가 1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가는 장중 172.40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시총)도 4조1620억달러(약 5739조4000억원)로 불어났다. 시총 4조달러 돌파는 전 세계 상장사 처음으로, 한때 세계 시총 1위였던 애플(3조1230억달러)과는 1조달러 이상으로 격차를 벌렸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사진 2) 미국 상무 장관은 경제 전문 매체 CNBC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영국 런던서 열렸던 중국과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대미 수출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