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무한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에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AI(Gen-erative AI)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얼마 전에는 CBRE코리아 인턴 전원이 생성 AI 유료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놀라기도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AI 기술의 급부상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동력에 힘입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례 없는 확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AI의 급부상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나 데이터센터 산업의 긍정적인 성장 전망 이면에는 제한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드리워져 있다. AI의 편리함에 취해 간과하기 쉽지만, 글로벌 유틸리티 인프라를 뒤흔드는 AI의 전력 수요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 선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전력 접근성이 데이터센터 개발에 핵심 고려 요소였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에서 더 보편화된 캠퍼스형 데이터센터(여러 데이터센터와 지원 인프라를 단일 부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모델)의 경우 보편적으로 1 (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요구하는데, 이는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개발사는 이러한 방대한 규모 때문에 전력이 공급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부지로 고려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AI 그리고 암호화폐로 인한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6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전력망에 막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6.6%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공실률이 16.1%에서 7.7%로 급락했고, 싱가포르 역시 2%대의 낮은 공실률이 확인됐다.
친환경과 전력망 현실 사이의 역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북버지니아 등 기존의 글로벌 핵심 데이터센터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전력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신규 프로젝트 지연과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개발사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게 했다. 그 결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인도의 뭄바이 등이 풍부한 전력 가용성과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센터 핫스폿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AI 관련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월평균 임대료는 ㎾(킬로와트)당 217.30달러로,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특히, 북버지니아, 시카고, 암스테르담 등 주요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에 가까운 임대료 상승률을 기록하며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전력 수요는 이미 현실화했고, 확장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전력 솔루션은 AI 기반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전력 수급과 더불어 세계적인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수의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실사용자가 풍력·태양광·수력·지열·원자력 같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다소 복잡하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간헐적 에너지원은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상시 가동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수력과 지열은 지리적으로 제한적이며, 원자력의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아직 수년이 걸릴 예정이다. 결국, 상당수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천연가스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지속 가능성 목표와 현재 역량 사이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력 사용 최전선에 있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당장 사용 가능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2년 이내에 20㎿(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100㎿까지 확장 가능한 부지’를 선호한다. 그러나 차세대 전력 수급을 위한 유틸리티 산업은 현재의 해결보다는 ‘10년 후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패스트 트랙 프로젝트조차 5~7년이 걸리며, 최대 10년 이상 소요된다. 이 같은 속도 격차가 수급 불균형의 핵심이다.
병목현상은 단지 전력 생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송전 문제에 더 크게 기인한다. 복잡한 관할권, 규제 기관 그리고 지역적 제약이 겹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스템적인 문제가 공재(共在)한다. 버지니아주와 캘리포니아주 같은 미국의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의 유틸리티 기업은 송전 제약에서부터 규제 압력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분산 에너지 정책에 따라 입지적 선호도가 가장 높은 수도권 내 신규 대량 전력 공급이 가능한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발사는 수도권 외곽이나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에지 데이터센터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력과 혁신이 이끄는 미래와 당면 과제
전력망의 현재 한계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가 수요를 계속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정책이 개발자 친화적인 지역이 새로운 공급처로 부상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와 조지아주가, 유럽에서는 풍부한 수력을 보유한 북유럽 국가와 원자력 인프라가 강력한 프랑스가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세 개의 M’이라 불리는 뭄바이·말레이시아·멜버른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전력 90%가 수력으로 공급되는 브라질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해법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도 요구된다. 유틸리티 산업은 대규모 전력 접근을 위한 국가적 접근 방식을 수립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간소화해야 한다. 차별화한 전력 비용, 명확한 인센티브, 인허가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지역 데이터센터시장도 활성화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州)와 공급자별로 상이한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공급 및 운영 과정, 시기,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므로, 통합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실사용자, 개발자, 운영사를 포함하는 디지털 인프라 산업과 유틸리티 부문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자원을 시기적절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효율적인 프로세스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력 가용성이라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이라는 강력한 성장 동력을 품고 있다. 이렇듯 복합적인 요인은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형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기존 허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게 한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개발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 액체 냉각 같은 혁신 기술 도입 그리고 지역별 전력 상황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