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높은 가성비의 생성 AI(Generative AI)가 전 세계에 안긴 충격은 중국의 AI 굴기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했다. 딥시크 본사가 있는 항저우는 AI 도시로 부상했다. 딥시크를 비롯, AI 기반의 여섯 개 스타트업을 부르는 항저우 6소룡은 중국 AI 질주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중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AI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딥시크 쇼크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영기업 좌담회를 열었다. 흥미로운 건 참석자 면면을 보면 대부분 AI의 가치 사슬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생성 AI 모델과 AI 반도체 같은 AI의 업스트림 영역부터 이를 응용하는 자율주행차, 로봇 업체 같은 다운스트림까지 망라돼 있다.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 유니트리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매년 3월 내놓는 정부 업무 보고에서 2017년 처음으로 AI를 넣은 데 이어 2024년엔 모든 영역에서 AI를 접목하는 AI 플러스 이니셔티브를 처음 제시했다.

중국 AI 굴기에 긴장하는 한국

중국 AI 굴기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자조적인 분위기가 많다. 첨단산업에서도 이미 추월당하기 시작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당장 한국 수출을 떠받쳤던 화학 산업이 중국의 기술 향상과 과잉 공급에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서 맞이한 중국의 AI 굴기는 우리의 두려움을 배가시킨다. 이공계 천재를 선별하고, AI 전공 설치 대학을 늘리는 중국의 교육 시스템과 의대에 인재가 몰리는 한국의 교육제도 비교 역시 이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2018년 12월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처음 언급된 신형 인프라 건설을 통해 5G(5세대),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같은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꾸준히 확장해 온 중국 특색의 일관된 전략의 장기화가 갖는 우월성이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조와 좌절만 할 일은 아니다.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중국의 앞선 혁신 사례에서 시행착오를 면밀히 살피면 4차 산업혁명을 연착륙시키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또 중국이 앞선 혁신 영역 가운데 탄소테크처럼 미래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고, 한국도 일정 수준에 달해 국제 표준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윈윈(win-win)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중국 포니닷에이아이가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포니닷에이아이
중국 포니닷에이아이가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포니닷에이아이

로보택시, 드론 택시, 로봇 혁신, 원격 진료 시행착오 모니터링 필요

중국이 한국을 앞선 영역은 로보택시로 통하는 자율주행 혁신, 저공 경제로 불리는 드론 혁신, 광산 채굴 현장까지 이미 로봇을 투입하기 시작한 로봇 혁신, 원격 진료와 약 배달 같은 의료 혁신 등 여러 영역에 걸쳐있다. 이들 신흥 기술의 약진 뒤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있다. 중국 자율주행 도시로 꼽히는 우한이 대표적이다. 우한은 2022년 8월 중국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가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증을 발급했다. 같은 해 로보택시의 야간 운행도 허용했다. 2024년엔 로보택시가 시 중심부와 공항 고속도로를 오갈 수 있는 서비스도 중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선전·베이징 등 다른 지방정부도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실험을 진행 중이다. 2024년 기준 중국 내 자율주행 기업이 1341개 사이고, 이 가운데 상장사만 82개에 달하는 이유다. 

드론 택배에 이어 드론 택시까지 상용화의 길로 들어선 배경에도 규제 완화가 있다.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개발한 이항 산하 광둥이항통항과 허페이허이항공이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으로부터 유인 민간 무인 항공기 운항 합격증을 받았다는 소식이 지난 4월 나왔다. 원격 진료와 24시간 약 배달 서비스는 기득권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 체제의 효율성을 부각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신기술 응용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주지만, 안전사고 같은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어떤 유형의 부작용이 주로 생기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특히 AI 같은 첨단산업에 정책 자금 등 자원이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키우는쪽으로 자원 지원이 줄어드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경제 부진의 근원인 소비 부진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다.

한중 선두에 있고 인류 기여 가능 영역에서 경쟁과 협력해야

한중 경제 관계는 보완에서 경쟁으로 바뀐 지 오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인 2023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대중국 무역 적자를 낸 게 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대중 주요 수출품인 소재, 부품, 장비에서도 중국산의 경쟁력이 커진 탓이 크다. 양국 경제 관계는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견제 확대라는 환경에도 노출돼 있다. 

그렇다고 중국 투자를 철수하고, 거래를 줄이는 디커플링이 답이 될까. 맹목적인 디커플링은 우리의 신성장 기회를 놓치는 잘못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표준과 탄소 중립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화와 인류 공영이 협력 코드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도 크지만, 세계는 더 큰 시장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앞선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통신이 대표적이다. 6G(6세대)의 경우 중국이 앞서나가지만, 어느 나라도 나 홀로 기술만으로 국제 표준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중 양국은 6G 표준 제정과 핵심 기술 개발에서 협력할 수 있다. 통신뿐 아니라 AI 영역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뒤져있지만 그래도 10위권에 드는 선진 그룹에 속한다. 국제금융포럼이 2024년 발표한 글로벌 AI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특허 순위 1, 2위를 중국과 미국이 차지했고, 한국은 4위에 올랐다. AI 영역에서 국제 표준 제정에 한국의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또 중국 기술의 해외 선진 시장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 선두에 있으면서도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견제의 틀에서 벗어날 여지가 크다. 핵융합, 수소에너지,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핵융합 분야에서 두 나라는 현재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를 통해 간접 협력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핵융합 상용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시범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중국은 CFETR(중국핵융합에너지시험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양국이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정기적인 교류 기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수소 배터리 및 차량 기술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다. 한·중·일 3국이 수소 에너지 가치 사슬의 전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다. 

경쟁 상대가 강해질 때 두려움보다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선발 주자의 시행착오에서 배울 점을 찾는 실리적 접근이 중요하다. 동시에 한중 관계를 양국이나 미·중 갈등의 틀 속에만 둘 게 아니라 글로벌 시각을 기반으로 리셋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는 교역 환경, 교역 구조, 기술 차이가 모두 달라진 뉴노멀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경쟁과 협력이라는 코피티션(copetition)을 기반으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관계로 재설정을 압박한다. 올해 말이면 한중 경제 관계 변화에 영향을 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년이 된다. 얼마 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새 한중 관계 설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출발점은 대중국 시각의 전환이 돼야 한다.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성균관대 중어중문,  중국 중산대 MBA, 런민대  재정·정책 경영학 박사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성균관대 중어중문, 중국 중산대 MBA, 런민대 재정·정책 경영학 박사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