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 마오거핑(毛戈平·MGPIN)이 프리미엄 뷰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12월 중국 본토창업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중국 토종 뷰티 1호 주(株)’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마오거핑의 주가와 실적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마오거핑은 중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로, 파우더 팩트와 쿠션 파운데이션 등이 주력 제품이다. 글로벌 백화점 입점 브랜드만큼 비싸지만, 중국 전통 미학을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여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현재 중국 주요 도시의 수십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2024년 12월 10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마오거핑은 중국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오거핑이 창립했다. 1964년생인 그는 연기를 배우다 20세 무렵 연극 분장 분야로 전향했다. 마오거핑은 1980년대 후반 드라마 ‘측천무후’에서 주연배우 류샤오칭의 메이크업을 담당, 40대였던 그를 10대부터 80대까지 보이게 하는 데 성공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00년, 본인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와 중국 최초의 화장 학교를 설립하며 중국 미용 산업 대중화의 선두에 섰다. 마오거핑은 교육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9개 도시에서 15만 명 이상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창업자 인지도'가 밀고 '고급화 전략'이 끌고… 샤넬 따라잡는 中 뷰티
마오거핑은 주요 전략으로 고급화를 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오거핑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파우더 제품은 380위안(약 7만3000원)으로, 시세이도, 나스의 유사 제품(390위안·약 7만5000원)과 비슷하다. 대부분 중국 토종 브랜드가 유사 제품을 200위안(약 3만8000원) 이하에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비싼 편이다.
고가 전략이 시장에서 효과를 거둔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창업자 마오거핑은 한국의 정샘물 같은 중국 뷰티 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의 이름값은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증권사 둥팡차이푸에 따르면, 마오거핑은 지금도 제품 기획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약 75개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또 이탈리아 인터코스 등 세계적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와 협력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미학을 결합한 독보적인 정체성도 마오거핑만의 특징이다. 특히 자금성과 협업한 ‘치윈둥팡(气蕴东方)’ 시리즈로 자국 소비자의 문화적 자부심을 자극해 크게 흥행했다.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화장품 공급사로 선정되고 수영·체조 중국 국가대표 팀과 협업하면서 ‘국가대표 브랜드’ 이미지도 얻었다.
체험형 마케팅도 효과 있었다. 창업 초기, 마오거핑은 글로벌 브랜드가 선점한 유통시장에서 토종 화장품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마오거핑은 우려를 불식할 해법으로 고객 체험을 앞세웠다. 마오거핑 자체 교육 역량을 활용해 백화점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메이크업 시연, 일대일 맞춤형 상담 등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쳤고, 이는 2030세대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마오거핑의 오프라인 채널 재구매율은 28.7%로, 업계 평균과 온라인 채널 평균을 상회한다. 백화점에서 메이크업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상하이 지점에서는 개점후 첫 달 매출이 목표치의 두 배에 육박한 19만위안(약 3644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 35%, 주가는 상장 3개월 만에 두 배 뛰어
둥팡차이푸가 올해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내 프리미엄 화장품 상위 15개 브랜드 중 마오거핑은 유일한 토종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1.8%로, 샤넬(시장점유율 2%)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절대적인 점유율 자체는 적지만,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서 에스티로더, 랑콤, 로레알 등 글로벌 뷰티 대기업 브랜드가 5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마오거핑의 매출은 2021년 15억7700만위안(약 3025억원), 2022년 18억2900만위안(약 3508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 들어 28억8600만위안(약 5536억원)으로 규모를 키운 뒤 지난해엔 38억8500만위안(약 7451억원)의 매출을 내 성장세를 키웠다. 5년 연평균 성장률이 35%에 달한다.
주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마오거핑은 2024년 12월 10일 상장 당일 주가가 최대 92% 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약 3개월 만에 주가는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후 최근까지도 상장일 종가(52.6홍콩달러·약 9213원)의 두 배 가량인 100홍콩달러(약 1만7516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마오거핑은 내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유통망을 넓혀 가고 있다. 베트남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채널인 세포라(Sephora)를 통해 유통을 시작했다. 해외 백화점 입점도 준비 중이다.
마오거핑은 올해도 고속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둥팡차이푸는 올해 마오거핑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53억1000만위안(약 1조186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순이익도 35% 이상 늘어 12억8000만위안(약 2455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둥팡차이푸는 “마오거핑은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스킨케어와 색조 부문에서 모두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도 “화장품 업계 전반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과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경쟁 심화 위험, 신제품 출시 실패 위험 등은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