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경제국 협력체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는 냉전기 비동맹 운동(Non‑Aligned Move‑ ment)의 후계국이다. 다자주의가 공격받는 시점에서 우리의 자율성은 다시 도전받고 있다.” 7월 6일(이하 현지시각) ‘확대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초청국 정상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브라질이 지금까지 개최한 네 번의 브릭스 정상회의 중 이번이 가장 엄중한 상황이다”라며 “유엔(UN)이 올해 8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다자주의 붕괴를 보고 있다”라고 했다.
7월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확대 브릭스 정상회의는 올해 1월 가입한 인도네시아의 참여로 성황리에 열렸다. 그런데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가 더 주목받은 건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응수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회의 참가국에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룰라 대통령에게 7월 9일 공식 서한을 보내 4월 2일 10%라고 발표한 브라질에 대한 상호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급작스러운 관세율 상향은 미국을 공개적으로 꾸짖은 룰라 대통령과 반미 성향 브릭스 국가에 대한 응징 외에는 달리 설명할 근거가 없어 보인다.
브브릭스릭스의의 탈탈미미국국 시도시도에에 격격분분한한 트트럼프럼프
브라질에 대한 상호 관세를 갑자기 40%포인트 올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잘못됐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트럼피즘(Trumpism·극우 선동 정치)의 국제적 확산을 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입장을 미루어 본다면 친트럼프 성향의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 때문에 관세율을 올리겠다는 주장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지난 2월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미국 부통령의 뮌헨안보회의 발언에서 재조명된 루마니아 대선 개입 시도부터 지난 5월 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친트럼프 성향의 후보를 지지했던 것 등 트럼프 진영은 트럼피즘의 국제적 연대에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정말 화나게 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탈미국 경제 질서, 특히 미 달러를 대체할 국제통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브릭스의 꾸준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브릭스는 이번에도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브릭스 국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달러 중심 국제결제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가 축출되는 등 대러시아 제재 후 달러가 정치적 무기로 사용될 수있음을 확실히 보았다. 그래서 서둘러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동 통화를 만들기에는 브릭스 국가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이유로 다자간 청산 시스템에 대한 논의로 방향을 전환, 적어도 결제에서는 달러 대신 회원국 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에서는 80% 정도가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간 거래에서도 상당 부분이 인도 루피화, 위안화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 디램화가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브릭스는 금융 인프라를 공동 개발하여 자체 SWIFT 대체망을 구축하고 디지털 화폐를 교환할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브릭스는 2015년 자본금 1000억달러(약 138조원)로 신개발은행(NDB)을 설립했으며, NDB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사우스 개발은행으로 변모시키고자 한다. 여기서는 신규 금융 상품 개발과 함께 녹색 채권 발행, 디지털 화폐 연계 대출 및 인프라 보증 제도 강화도 포함된다. NDB는 2024년부터 비회원국에 대한 대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대출 30%를 비달러로 하고, 2030년까지 이를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NDB 기반 청산 망과 각국 통화의 상호 결제 계좌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NDB는 세계은행(World Bank)뿐만 아니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비교해 여전히 자금력의 열세를 피할 수 없다. 국제 신용등급도 상대적으로 낮아 자금 조달 비용이 높다는 취약성이 있다. 특히 회원국 통화 간 안정성 문제, 비달러 대출 확대 시 환율 리스크가 커지는 문제 등 국제통화 금융 질서 주변부가 갖는 높은 외환 변동성과 낮은 신인도로 인해 선진국 기업이 과연 NDB 주도의 사업에 적극 참여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확대되는 브릭스, 다양성 증가가 내부적 도전 과제로 부상
브릭스는 정식 회원국이 10개국에 달한다. 2009년 창설 회원국이었던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에 남아공이 2011년에 가입했고 2024년에는 이란, 이집트, UAE, 에티오피아가 합류한 바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 가입은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데, 공백 지대로 남아 있던 동남아에서 최초 가입이라는 점과함께 인구가 제일 많은 이슬람 국가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입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더한다.
2023년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초청한 6개국 중 공교롭게도 G20 회원국인 두 나라가 참여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브릭스 가입을 거절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원국 승인을 받았지만, 공식 가입을 보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참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G20 회원국 중 6개국이 브릭스 회원국이 되면서 주요 7개국(G7)과 대등한 위치를 얻게 됐다.

다만 브릭스 회원국 확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점점 더 부각되는데, 대표적으로 회원국 간 해묵은 갈등과 미국에 대한 입장 차이다. 회원국 중에는 중국과 인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영토 및 영해 분쟁,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간 문제 등 사소하지 않은 여러 가지 갈등과 대치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반미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이번 확대 브릭스 정상회의 주관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브라질은 그동안 미국에 훨씬 더 기울어진 목소리를 내왔다. 인도네시아와 UAE도 중립 외교로 유명하다. 이런 차이는 공동 선언문 작성이나 브릭스만의 배타적 기구와 제도 발전에서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브릭스는 한국 대외 전략서 중요 고려 사항
브릭스는 이번 확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목표라는 리우 선언문을 채택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협력 강화도 선언했다. 주목할 점은 룰라 대통령이 브릭스를 1955년 반둥회의(1955년 4월 18일부터 4월 24일까지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29개 독립국 대표가 모여 세계의 현안을 논의한 국제회의)와 연계했다는 점이다. 과거 반둥회의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권 세력 사이에서 줄서기를 거부하는 제3의 길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릭스와는 차이가 있다. 브릭스는 글로벌 이스트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소통하는 매우 중요한 채널로 봐야 한다. 브릭스의 확대는 브릭스가 글로벌 사우스 다극화 전략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방에는 다행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사우스와 중국 및 러시아의 상설 협력체는 서방에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한국에 브릭스 확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브릭스를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브릭스에 대해 너무 무심하지 않은가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