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덜 걸러진 거친 지식이다. 정보에는 사실과 거짓, 신호와 소음이 혼재되어 있다.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지식 정보화 시대, 우리 삶 주위로 숱한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귀가 따갑도록 듣다 보니 이제는 ‘귀차니즘’이 발동한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분별력이 중요해진다. 

‘주택 담보대출(주담대) 한도 6억원과 대출 시 6개월 의무 입주’를 골자로 하는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부동산 지표가 혼란스럽다. 가격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신고가 경신 소식도 있다. 

가령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최근 7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동일 면적이 70억원에 거래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2억원 오른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단지나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실제 거래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3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1만 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7월 수도권 지역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막판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이를 두고 아파트 시장이 다시 크게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6·27 대책 이전의 시장 흐름일 수도 있는데 일부 통계를 보고 전체 현상인 것처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매수 심리는 이미 '뚝'

개인적으로 매수자의 심리가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7일 서울 지역 매수 우위 지수는 60.6으로 전주(76.4)보다 15.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6·27 대책 이후 2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권역별로는 강남 11개 구의 매수 우위 지수가 전주 대비 18.6포인트 떨어져 강북 14개 구(-12.7포인트)보다 심리 위축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6·27 대책이 강남권과 그 인접 지역을 정조준한 충격 요법이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상급지 갈아타기와 똘똘한 한 채 트렌드로 수요가 대거 몰렸던 곳이다.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감, 상투를 잡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용하면서 매수 우위 지수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값 조정은 매수자의 ‘변심’에서 시작된다. 매도자가 갑자기 매물을 쏟아내 하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손실 회피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정 국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번 6·27 대책처럼 고강도 규제책이 나오면 ‘묻지 마 매수’를 하려는 사람이 종적을 감춘다. 일단 나중에 사야겠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접어든다. 과거 고점에 나왔던 매물은 거래가 안 된다. 일부 급한 사정이 있는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면서 급매물이 가끔 나온다. 그제야 시장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한다. 요컨대 ‘1단계 매수자 변심→2단계 관망세 지속→3단계 급매물 출회→4단계 가격 조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직은 2단계 정도다.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최근 7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단지. /뉴스1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최근 7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단지. /뉴스1



상급지 갈아타기는 천천히

이번 대출 규제를 놓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제한을 담은 2019년 12·16 대책과 맞먹는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지수는 2019년 12월 한 달간 1.7% 올랐으나 다음 달에는 0.8%로 둔화됐다. 그 이후 5개월간 월평균 상승률은 0.5%로 기간 조정 양상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싼 경기도와 인천은 큰 영향이 없었다. 이런 점을 미뤄 이번 대책이 직격탄을 맞은 강남과 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3~6개월, 나머지 중저가 주택 지역은 1~2개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자는 너무 서둘지 말고, 관망하다가 저점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추가 카드를 꺼낼 것이다. 

또 내년 5월까지 조정대상지역(강남 3개 구와 용산구)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가 유예되어 있으나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급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다주택자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팔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중저가 주택은 정책 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대출을 받으면 지역과 관계없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곧바로 반사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주택 시장 흐름은 중저가 주택이 고가 주택 가격 간 차이를 메우는 순환매혹은 갭 메우기 장세가 예상된다. 

지방은 6·27 대책을 적용받지 않는다. 더욱이 3단계 스트레스 DSR 6개월 유예,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양도세 혜택, 기준금리 인하, 공기업 이전 추진에 힘입어 다소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다만 전국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있는 데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인구 유출, 지역 경제 침체 등을 고려할 때 급반등하기는 녹록지 않다. 매물을 소화하면서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수도권이나 지방 중저가 주택은 타이밍을 너무 재지 말고, 가격 메리트를 보고 접근하라는 얘기다.

청약 시장은 극과 극 장세 전망

이번 대책은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월 28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단지에서 분양을 받으면 중도금 대출에는 제한이 없지만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전환할 때 ‘6억원 한도’를 적용받는다. 특히 세입자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입주 단지에선 분양 계약자가 돈이 모자라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지 않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대출을 받는데 6·27 대책 이후 이런 목적으로는 대출이 어렵다. 요즘 전세 대출을 받지 않는 세입자 구하는 일은 녹록지 않아 전세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로 청약 시장은 입지와 가격 경쟁률에 따라 극명한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외곽의 입지 여건이 나쁜 중소 규모 단지에선 청약 미달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법원 경매시장도 경쟁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낙찰 때 받는 경락 자금 대출(주택)도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매 사업자가 아닌 일반 1주택자가 경락 자금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규정 때문에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낙찰받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에게는 청약 시장이나 법원 경매시장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력보다는 자금력이 중요해졌다.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기억하라

수도권 주택 시장 상승 흐름이 완전히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재정지출 확대로 통화량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공급 부족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학 논문을 보니 서울 아파트와 코스피(KOSPI) 간 상관계수는 0.877이다.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유사 금융 상품인 아파트와 주식시장은 자금 시장의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정받으면 저점 매수를 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할 때는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갈아타기를 할 때 종전 주택 처분 조건부 대출을 받는데, 6개월 이내에 팔지 않으면 대출금이 회수되고 3년간 주담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거래가 많지 않은 비인기 지역에서 인기 지역,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나 홀로에서 대단지로 갈아타기를 할 때 이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

이번 대책으로 빌라나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 비(非)아파트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 대출 보증 한도가 축소(90%→ 80%)된 데다 집주인의 전세 퇴거 자금 대출까지 1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매매와 전세 모두침체한 상황인데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 시장으로 관심을 두는 수요자가 있으나 이 점을 고려하는 게 좋다. 비아파트를 매입하더라도 수요가 풍부한 도심이나 역세권으로 한정해서 접근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