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 있지만 신임 대통령의 ‘다른’ 인사 스타일에 언론이 주목한다. 그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이 주요 참모를 발탁하는 과정 전부가 탁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또 정치적 논평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사(HR) 직무를 업(業)으로 삼아온 필자에게는 몇 가지 인재 선발의 원칙을 상기시킨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패턴처럼 행했던 교수나 관료 출신의 대거 기용을 피했다. 대신 현장 경험과 혁신 유전자(DNA)를 가진 기업인을 과감히 발탁했다.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가 보이는 장면이다. 노동자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적지 않은 여성 참모 임명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다양성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김민석 의원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은 단순히 자리를 나누는 차원을 넘어, 미래의 리더를 발굴하고 훈련시키겠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읽힌다. 더 놀라운 지점은 자신과 대립했던 직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를 유임시켰다. 실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용주의를 넘어 포용성도 보여줬다. ‘누가 이 일을 제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근본 질문에 답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우리 HR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을 택하는 사람 중심 인사관리에서 해당 직책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핵심 역량과 검증된 경험을 갖춘 ‘직무 중심’ 인사관리로의 전환과 맥이 통한다. 우리 기업도 한번쯤 주목해야 할 인재 선발 철학의 단초를 던져준 셈이다.
타깃 중심 인재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채용과 인재 선발에 관해 작금의 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국내 노동시장이 폐쇄형에서 드디어 거의 완전 개방형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둘째, 채용(recruitment) 대신에 인재 영입(talent ac-quisition)로 인력 충원의 개념이 바뀌었다. 셋째, 채용의 효과성과 성공률 높이는 선발 방법론은 계속 진화해 오고, 이제 인공지능(AI) 채용 솔루션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이후 그 지형이 완전히 변했다. 공채 시대 종말이 임박했고, 경력직 시대 고용 시장이 본격 개막했다. 여전히 일부 대기업은 공채 제도를 활용하지만, 절대다수의 기업은 지난 몇 년간 경력직 인력 충원으로 급선회했다. 한국 기업의 채용은 ‘스펙(이력 사항)’이라는 정량적 지표로 줄을 세워 잠재력 있는 신입사원을 대거 선발하고, 조직의 틀 안에서 장기간에 걸쳐 육성하는 방식이었다. 고도성장기에 이 모델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낡은 공식에 이별을 고했다. 비즈니스 사이클은 극단적으로 짧아졌고, 산업 경계는 허물어졌으며, 당장 현장에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이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경력 채용으로 전환한 배경이다.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미래 인재를 어떻게 알아보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단순하게 사람을 채용하는 개념에서 꼭 필요한 검증된 인재를 찾아내고 확보하는 접근 방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명민한 사냥꾼이 좋은 사냥감을 찾아 나서듯 잠재적 핵심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영입하는 ‘타깃 중심의 인재 확보’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직 중심 고용 시장에서 인재 선발의 핵심은 ‘잠재력’에서 ‘검증된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성장에 필요한 구체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이는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채용’에서 능동적인 ‘인재 영입’ 활동으로 진화해야 한다.
인사부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현업 부서와 긴밀한 파트너십이 유지돼야 한다. ‘우리 사업에 지금 어떤 역량이 부족하고, 3년 뒤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를 전략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링크드인, 전문 커뮤니티, 추천 네트워크를 통해 잠재적인 후보자에게 먼저 다가가 회사 스토리를 나누고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탤런트 소싱(talent sourc-ing)’ 역량이 필수다. 새로운 조직으로 물리적 영입이 있은 후에는 신규 인재와 새로운 조직, 기존 구성원과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춰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면접(선발) 방식 또한 고도화되고 혁신돼야 한다.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같은 판에 박힌 질문 대신, 직접적인 성공과 실패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행동 사건 면접(BEI·Behavioral Event Interview)’이라든지, 핵심 역량 중심의 구조화된 면접(com-petencies-based structured interview), 특히 핵심 포지션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중심의 어세스먼트 센터(assess-ment center) 등의 기법을 기업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 채용 결정권자 아닌 도구로 활용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AI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AI 채용 솔루션은 수천 통의 이력서를 단 몇 분 만에 분석해 직무 적합도가 높은 후보자를 추천하고, 챗봇을 통해 기본적인 문의에 응대하며, 표정이나 음성을 분석해 지원자 성향을 파악하는 등 채용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게임 기반 AI 평가를 도입해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인지 능력을 측정하고, 더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발굴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적임자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맹목적인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특성상, 기존 조직에 존재하던 편견(성별·학벌 등)을 그대로 학습해 오히려 다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마존이 개발했던 AI 채용 도구가 특정 성별에 편향된 결과를 보여 결국 폐기된 사례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핵심은 AI를 ‘결정권자’가 아닌, ‘의사 결정을 돕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에 있다. AI가 제시한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의 통찰력과 경험으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하기에 앞서 그것을 활용할 ‘사람’이 먼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AI는 채용 담당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류 검토 같은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후보자와 깊이 있는 소통, 조직 문화 적합성 판단 등 더 고차원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특급 비서가 돼야 한다.
이제 인재를 등용하는 방식은 조직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공채 시대의 낡은 관성을 버리고, 수시·경력 채용이라는 새로운 판 위에서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재정의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아닌, 미래의 비즈니스 지형도에 기반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가될 수 있지만, 그 운전대는 결국 ‘사람’이 잡아야 한다. 인재 선발은 더 이상 인사부만의 몫이 아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현업 리더까지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전사적 최우선 과제이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다. 지금 어떤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가 3년, 5년 뒤 조직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우리 함께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갈 동료를 찾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