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 ‘브레이브하트’는 13세기 후반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의 지도자였던 실존 인물 윌리엄 월리스의 삶을 그린 역사물이다. 배우 멜 깁슨이 주연·감독·프로듀서를 맡아 아카데미상 5관왕을 석권한 수작이다. 이 영화는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를 식민지처럼 지배하며 무거운 조공과 세금으로 스코틀랜드를 억압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월리스는 부당하고 가혹한 세금에 반기를 들고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죽음을 맞는다.
월리스가 독립운동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아내의 죽음이다. 당시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 사람이 결혼하려면 혼인세를 내고 초야권을 얻어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지 않으면 혼인이 불법이었다. 월리스는 고향에 돌아와서 연인 마리언과 비밀 결혼을 했는데 허가 없이 결혼한 것이 드러나 아내 마리언이 병사들에게 잡혀가 고문을 받고 죽었다. 이에 분노한 월리스는 독립운동의 전면에 나선다. 그는 잉글랜드 왕이 세금으로 개인의 사생활까지 억압하는 것을 스코틀랜드인을 착취하고 수탈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거부당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 영화에서는 부당한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행위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세금은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어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바뀌기도 하고, 국민 생활이나 시장 구조가 변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건으로는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이 있다. 영국이 미국에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참다못한 미국 시민이 세금을 면제받고있는 동인도회사의 차(tea)를 실은 배를 습격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독립전쟁에 승리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획득한다.

세금이 시민의 생활양식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창문세’다. 1696년부터 1851년까지 영국에서 시행된 세금으로, 창문 개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부자일수록 집이 크고 창문도 많을 것으로 생각해 도입된 일종의 부유세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민은 세금을 피하려고 창문을 벽돌로 막거나 진흙을 발라 폐쇄했다. 채광과 통풍이 나빠져 질병이 확산하자 결국 이 세금은 폐지됐다. 그러나 아직도 영국의 오래된 집 중에는 벽에 창문 모양만 있는 건물이 남아있다.
세금은 특정 시장을 활성화하거나 과열된시장을 안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은 개인 퇴직연금 계좌(IRA), 기업연금 제도 401(k) 등에서 납입 소득에 세금 이연 제도를 활용하거나 세금 공제 후 투자 소득 인출 시 비과세를 선택할 수 있는 혜택을 줬다. 그 결과 연금의 주식시장 장기 투자 유인이 강해졌고, 개인이 주식 및 펀드 중심의 자산 운용을 선호하게 됐다. 세금 인센티브를 통해 장기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절세 이익과 자산 증식 수단을 제공하며 주식시장 활성화와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요즘 한국 주식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정부 들어 일반 주주 투자에 유리하도록 주식시장의 제도적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법안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주식 보유자가 받게 되는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고 세율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로 합산하지 않도록 해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거나 장기 보유를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려는 의도다. 장기 보유자에 대한 공제 확대나 청년 등 소액 투자자 세액공제 확대 같은 추가적인 세금 인센티브 도입에 대한 논의도 들린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코스피 5000 시대가 실현되는 데 중요한 근본적인 조건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성장 동력 회복이다. 기업이 다시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업 대상 세금 인센티브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코스피 5000 시대가 오래 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