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면 내 인생은 완벽해질 거야.’ 소피는 믿었다. 결혼을 앞둔 그녀는, 그러나 생애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느낀다. 결혼식장에서 손잡아줄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빠 없이 자라서가 아니었다. 있는 줄도 몰랐던 결핍감은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시작된 불안이었다.
소피는 엄마 도나의 오래전 일기장에서 자신을 잉태하던 해 만난 세 남자의 이름을 발견한다. 샘, 빌, 해리. 그들 중 분명 아빠가 있으리라 확신한 그녀는 엄마 몰래, 엄마 이름으로 세 장의 초대장을 보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한눈에 아빠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아빠도 즉시 딸을 알아보리라, 어린아이처럼 자신했다.
결혼은 그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모든 게 완벽해야 했다. 단 하나 빠져 있는 퍼즐 조각만 찾아 맞출 수 있다면, 완전한 그림이 완성될 것 같았다.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푸른 에게해의 햇살 아래,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스무 살 소피는 그 환상의 정점에 서 있었다.

홀로 소피를 키우며 마흔을 넘긴 도나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다. 그녀는 여행했고 사랑했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생명을 기꺼이 품었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낯선 그리스에 뿌리내렸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단 한 번도 운명을 비관하거나 자기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어리기만 했던 소피가 어느새 자라 결혼한다니, 서운하면서도 대견했다.
그러나 소피의 결혼식을 앞두고 20년 전 사랑을 나눴던 세 명의 남자가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자 도나의 견고했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엄마로 살면서 포기했던 사랑, 사라진 줄 알았던 젊은 날의 열정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딸의 친부에 대한 비밀이 억눌렸던 기억의 수면 위로 거친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들을 마주한 순간, 그녀의 식었던 심장은 다시금 뜨겁게 요동친다.
초대장을 받은 샘과 빌, 해리는 바쁜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섬을 찾아온다. 그리고 자기들이 소피의 친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면서도 기꺼이 신부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나선다. 얼떨결에 세 명의 ‘아빠 후보’에게 똑같은 약속을 해버린 소피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더구나 약혼자는 친부를 찾는 일을 자신과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소피에게 묻는다. “너 자신을 찾고 싶다면서 왜 아빠를 찾아야 해?”
소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연인의 마음을 되돌려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까. 샘, 빌, 해리 중 소피의 친부는 누구일까. 그리고 도나가 진정 사랑했고, 그 사랑으로 깊이 상처받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아빠가 누군지 알면 인생이 완벽해질 것 같다는 착각으로 시작된 소피의 모험은 아빠가 누구든, 중요한 건 지금의 나라는 단순한결론 속에서 모두에게 해피 엔딩을 선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