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를 톡톡 두드리자, 상대가 말하는 중국어를 실시간 번역한 한국어 자막이 눈앞에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6월 24일 중국 항저우에 있는 스타트업 로키드 본사에서 체험한 스마트글라스는 생긴 건 평범한 뿔테 안경이고 무게도 49g으로 가벼웠지만 사진 찍고, 음악 청취는 물론, 자료까지 훑어볼 수 있는 만능 안경이었습니다. 인공지능(AI)과 AR(증강현실)을 융합했다는 이 안경 양산을 6월 중순 시작했다는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눈에 피로감이 생기는 등 사용에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미션임파서블’ 같은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안경이 현실에 들어온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AI 날개 단 웨어러블 기기’는 모바일 인터넷과 생성 AI로 이어지는 기술혁신과 함께 진화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조명합니다. 

구글은 2013년 스마트글라스를 출시했다가 2년 뒤 철수했지만, 올해 다시 삼성전자등과 협업해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로키드는 작년 11월 발표한 스마트글라스의 예약 판매량이 이미 25만 대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은 로키드 안경으로 매장에 있는 상품의 QR 코드를 읽은 뒤 음성 명령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지난 6월 시작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성장은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했습니다. 주로 밴드와 시계, 반지를 폼팩터(form factor·제품 형태)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걸음 수나 칼로리 측정을 넘어 수면의 질과 심전도, 정신 건강까지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헬스케어 기기로 확장됐습니다. AI는 스마트글라스를 개인 주치의와 AI 비서 역할까지 수행하는 기기로 업그레이드시킵니다. 특히 2022년 11월 챗GPT가 열풍을 일으킨 생성 AI는 물론, 음성인식과 AR을 구현하는 핵심 칩과 부품의 소형 경량화는 스마트글라스 실용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제조 현장에 등장한 웨어러블 로봇은 웨어러블 기기가 산업 현장까지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폼팩터의 다양화는 웨어러블 기기의 패션화도 촉진합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패션 기업의 협업은 이미 추세가 됐습니다. 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이 주류였던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READER'S LETTER

세계의 공장 넘어 제조 강국으로

인도 제조업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인 도약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인도 정부가 첨단 제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인도는 이제 ‘세계 공장’을 넘어서 기술 제조 강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도 인도에서 단순 조립이 아닌 기술이전과 공동 개발을 염두에 둔 진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 이영준 연구원 

'메이크 인 코리아'가 필요한 시점

인도의 제조업 부상을 보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전략이 일관되고, 민간이 그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가 한국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한국도 ‘메이크 인 코리아’라는 식의 중장기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 내재화, 제조 역량 강화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고, 한국 같은 수출 국가는 더 필요한 것이다.

- 박선우 대학원생

G3 도약 가능성 보여준 인도

인도에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인구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기반으로 인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제 강국뿐만 아니라 인도도 또 하나의 주요 파트너로 인식해 경제협력 관계를 튼튼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정부가 인도 정부와 정례 회담을 통해 상호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

- 김미진 회사원

오광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