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비롯한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 도구를 통해 획기적인 도움을 얻으려면 우선 ‘내면의 대화’를 잘해야 한다. 무엇이 내게 활력을 주는지, 여행을 마치고 집에돌아가면 가족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앞으로 (AI 기반) ‘개별 맞춤 여행’이 이뤄지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국토 면적에 걸맞게 다채로운 관광자원을 자랑한다. 세계경제의 중심지 뉴욕과 옐로스톤과 그랜드캐니언 등으로 대표되는 광활한 대자연, 디즈니 월드 같은 세계적인 테마파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소를 기반으로 2024년에만 7239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3위다. 미국은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기술 대국답게 생성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여행·관광 분야 접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닛 루시(Janette Roush) 미국관광청(Brand USA) 최고 AI 책임자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얼마 전 론칭한 미국 관광 웹사이트를 언급하면서 “생성 AI 기반의 마인드트립(Mindtrip)이라는 도구가 여행자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기반으로 미식·역사·가족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개별화된 여정 구축을 돕는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성 AI 기술이 여행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새로운 여행의 매력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꼭 가봐야 할 10곳’ 또는 ‘숨은 보석’으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지 소개 글의 범람으로 여행자가 휴가를 ‘사진 촬영의 체크리스트’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챗GPT 같은 AI 도구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다른 사람의 휴가를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만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특별한 여행 일정을 누구라도 손쉽게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여행자에게는 멀리 내슈빌의 ‘톱 10 레스토랑’ 리스트가 아니라 비건인 딸과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숙소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레스토랑인 경우가 많다.”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슈빌은 컨트리음악의 본고장이다. ‘음악 도시(Music City)’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주말마다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모여 음악과 문화를 즐긴다.
미국관광청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지난 6월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관광박람회(IPW2025)에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캠페인을 발족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플랫폼이자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여행 도우미 역할을 하는 새로운 웹사이트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미국 여행 이야기’를 함께 만들도록 초대한다."

AI가 웹사이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
“생성 AI 기반의 마인드트립이 여행자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기반으로미식·역사·가족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개별화된 여정 구축을 돕는다. 가령 66번 국도(Route 66)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의 유산 관련 기사를 읽은 뒤 즉시 클릭하여 관련 테마를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화려한 기술로 여행객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없애고 즐거움은 늘리는 것이 우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2500마일(약 4000㎞)인 66번 국도는 미국 로드트립의 상징과도 같은 길이다. 2002년 동계 올림픽 개최 도시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는 2024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3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낙점받았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과 AI 결합에도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둔 자체 AI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AI로 구현한 루이 암스트롱(뉴올리언스 출신의 세계적인 트럼펫 주자이자 재즈 가수)과 대화를 나누며 뉴올리언스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AI 존 뮤어(‘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환경 운동가)와 함께 미국 국립공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역사적 순간을 실제 장소에서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AR 경험을 덧입힌다고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그냥 ‘보스턴 티파티(보스턴 차 사건)’에 관한 영상을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스턴 티파티 사건이 발생한 항구에 서서 1773년 그날 밤의 상황을 AI 기반 스마트글라스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스턴 티파티는 1773년 12월 16일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보스턴 시민이 영국산 차 수입을 저지하기 위해 항구에 정박 중인 동인도회사 배 두 척을 습격, 상자 342개에 들어있던 차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후 영국 정부는 식민지 탄압을 강화했으나,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미국 독립전쟁이 촉발됐다.
생성 AI의 여행 관련 활용 조언 부탁한다.
“챗GPT에는 ‘지속 기억(persistent mem-ory)’ 옵션이 있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자와 사용자의 기본 설정을 학습할 수 있다. 이를 실행하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매우 유용하다. 이를테면 내가 온천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매번 챗GPT에 상기시키지 않아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우선순위에 두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평소에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 AI 도구를통해 획기적인 도움을 얻으려면 우선 ‘내면의 대화’를 잘해야 한다. 무엇이 내게 활력을 주는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앞으로 (AI 기반) ‘개별 맞춤 여행’이 이뤄지는 방식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팁은 없나.
“사진을 챗GPT의 o3 모델에 업로드하면 촬영한 장소의 좌표를 알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소셜미디어(SNS)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타인의 여행 경험을 재현할 수 있다. 번역 서비스, 심지어 구글 번역 등 무료 번역 서비스도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용하기도 쉬워지고 있다. AI가 여러모로 쓸모가 있지만 여행의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AI 도구를 통해 영감을 얻되 의존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여행의 중심은 언제나 인간이다.”
AI 이외의 첨단 기술 접목 노력이나 가능성도 소개 부탁한다.
“미국관광청은 드론으로 역동적인 항공 사진 동영상을 촬영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문화적 랜드마크, 활기찬 일상 등을 독특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자율주행은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도로 여행 콘텐츠 관련 접목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여행지와 경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멋지지 않겠나. 사물인터넷(IoT)은 아직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스마트한 신호체계 구축이나 방문객을 위한 인터랙티브 서비스 제공 등 여행지 인프라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