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 간 유기적인 연결성을 파악하라
신임 리더는 자기 분야에서 이미 뛰어난 노하우(know-how)를 갖추고 있다. 이제 새로운 역할을 맡은 리더로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원과 정보가 어디에 있고(know-where), 누가 그것을 가장 잘 꿰고 있는지(know-who) 빠르게 파악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새로 이끄는 팀과 조직에 흔들림 없이 안착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구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로이스 킴(한국 이름 정김경숙)이 한국 TV 토크쇼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로이스 킴은 구글코리아에서 임원을 하다가 미국 본사에 새로 입사해 신생 팀인 ‘인터내셔널 미디어팀’에서 디렉터(총괄) 직을 맡았다. 새롭게 조직된 팀이어서 로이스 킴은 기존에 없던 일을 시도해야 했고, 팀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로이스 킴은 자신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구글 본사에서 어떻게 팀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를 자문(自問)했는데, 그가 일을 위해 만나야 할 사람을 모두 리스트업해보니, 그 수는 약 3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90일 동안 100명을 만나겠다’는 목표로 한 명씩 연락하기 시작해, 팀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를 공유하고, 상대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물으면서 업무 연관성을 파악했다. 그렇게 100명에게 연락하고 나니, 누구에게 어떤 도움과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꼭 긴밀하게 연계된 다른 팀 또는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재추진 중인 프로젝트나 비공식 정보를 자연스레 알게 되고, 협력할 기회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긴다. 나아가, 만약 협조를 구할 일이 생길 경우 그 협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한 번이라도 만난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축의 파트너를 확보하라
내가 어려울 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조직 내에서 직속 상사와 팀 구성원을 제외하고, 나에게 전략적·업무적·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사람을 분류해 보자. 먼저 ‘전략 파트너’는 전략적 사고를 돕거나, 전략 실행을 지원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신이 생각지 못한 색다른 관점을 갖고 있거나, 우리 팀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스폰서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업무 파트너’는 업무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정서 파트너’는 개인 고민도 나누며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 사람이 이 세 가지 방향의 파트너 역할을 다할 수도 있다. 파트너를 많이 만들수록 신임 리더로 겪는 심리적 압박과 부담도 덜고, 성과 달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회사 밖, 또는 산업 내·외부로 시선을 돌려 파트너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킨다. 링크드인(LinkedIn)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연결의 왕’으로 불리는 리드 호프만이 미국 최대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의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페이팔은 일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었다. 매주 일본 현지 규제 이슈가 새롭게 발견돼 출시 일정이 밀렸던 것이다. 호프만은 일본에 네트워크가 있는 친구 8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 해결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중 세 명이 같은 이름을 언급했는데, 그 사람은 바로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기업가인 조이 이토였다. 소개로 이토를 만난 호프만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이토는 일본 규제를 잘 아는 한 컨설턴트를 찾아 줬다. 이어 해당 컨설턴트는 일본 금융 당국으로부터 웹사이트가 일본어 대신 영어로 돼 있다면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해도 된다는 공문을 받아내 줬다. 이 일로 호프만은 일본 페이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호프만과 이토는 지금까지도 긴밀한 우정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파트너를 더 확보하고 싶다면, 호프만처럼 기존 파트너에게 만나면 좋을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묻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소개 뒤에는 한 번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긍정적인 결과가 즉각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대신, 의미 있는 관계로 잇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에게 나의 존재를 계속 알리고, 상호작용해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주는 자가 돼야 관계가 지속된다
받기만 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특히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내게 도움을 구하는지, 내 강점은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날카롭고 예리한 생각을 잘 떠올리는 편인지, 핵심 기술이나 지식 또는 트렌드에 깊이 있는 편인지, 누군가의 강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성장을 북돋는 것을 잘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업무 스킬과 재능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 역시도 강점 기반으로 상대에게 전략적·업무적·정서적 차원에서 도움을 줘야 더 깊고 단단한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의존하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독립적인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상호 의존적인 사람은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노력과 다른 사람의 노력을 결합한다”고 했다. 당신이 신임 리더고 역할을 맡은 후 빠르게 적응해 성과를 내고 싶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네트워킹으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때 성공적인 안착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