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활동을 뜻하는 ‘블루 이코노미’라는 용어는 벨기에 환경 운동가 군터 파울리의 2010년 저서 ‘블루 이코노미: 10년, 100가지 혁신, 1억 개 일자리’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통일된 개념은 없지만, 지구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지구 생명체의 99%를 품고 있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을 매개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 1조5000억달러(약 2086조3500억원)였던 블루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30년 3조달러(약 4172조7000억원)로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필자는 “인류가 바다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부분의 지속 가능한 해양 투자는 영향력과 수익의 조화가 중요한 만큼,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평가와 투자가 가능한 방식으로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형 크루즈선이 떠있는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 바다 풍경. /사진 블룸버그
대형 크루즈선이 떠있는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 바다 풍경. /사진 블룸버그

인간은 바다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바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해양 생물종이 세 배는 더 많을 수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바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또한, 바다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 해양 상품 및 서비스 거래액은 각각 9000억달러(약 1241조원), 1조3000억달러(약 1792조7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어업은 6억 인구의 생계 수단인데, 이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해양 생명공학 시장 규모는 2025년에 64억달러(약 8조825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는 또한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① 바다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25%를 흡수하는 등 기후 조절 역할을 하고, 생물 다양성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하지만 이 두 영역에서 우려스러운 흐름이 나타나고있다. 2024년에는 글로벌 해양 건강 지수가 급락했는데, 특히 서식지, 종, 대표 종 관련 지표 하락이 두드러졌다. 측정을 진행한 220개 지역 중 187개 지역의 지표가 하락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비관적인 건 아니다. ② 지난 6월에 열린 유엔 해양 회의가 끝날 무렵, 50개국이 ‘유엔 공해 조약(UN High Seas Treaty)’ 비준을 완료했으며, 19개국이 연내 비준을 약속했다. 비준 국가 수가 최종 발효를 위해 필요한 60개국에 근접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국제 해역에서 해양 보호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도 인류는 바다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션 패널(18개 해양 국가 지도자로 구성된 위원회)은 지난 10년 동안 해양 경제 가치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만이 관련 프로젝트에 기부 또는 공식 개발 원조 방식으로 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션 패널은 지속 가능한 해산물 관리, 기후변화 완화, 생물 다양성 손실 방지, 기후 및 생태 충격으로부터 경제 회복 기회 활용, 포괄적인 해양 관리를 5대 중점 분야로 선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같은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프레임워크 개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클라우디오 드 산티스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총괄 -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철학, 전 크레디트 스위스 유럽 PB 총괄, 전 도이체방크 자산관리 부문 총괄
클라우디오 드 산티스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총괄 -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철학, 전 크레디트 스위스 유럽 PB 총괄, 전 도이체방크 자산관리 부문 총괄

도이체방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건대, 이는 2018년 유엔이 발표한 ‘지속 가능한 블루 이코노미 금융 원칙’ 같은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해양 보호를 위 한 실사를 정책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유엔의 지속 가능한 블루 이코노미 금융 원칙은 유엔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중 14번(SDG 14)에 해당하는 ‘수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제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해양 리스크와 복원력 행동연합(ORRAA·Ocean Risk and Resilience Action Alliance)에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유엔의 지원을 받는 ORRAA의 #BackBlue(해양 지원) 캠페인에도 참여 중이다.

이 같은 지원 체계는 점점 더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③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와 유엔 환경 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가 출범한 2025 해양 투자 프로토콜은 금융기관, 보험사, 개발은행이 해양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SDG 14를지원하는 투자 기회에 다가갈 수 있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

이런 종류의 지원 체계는 금융 전반에 걸쳐 내부 정책, 리스크 평가, 투자 전략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개념을 표준화하고, 투명성을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를 위한 자금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출 보증, 혼합 금융, 프로젝트 집합화 같은 금융 혁신은 해양 투자를 주류 자본 관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도전 과제를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 다수의 해양 프로젝트는 확장성이 떨어지며, 투자와 해결책도 여전히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관련 투자 프레임워크 구성 요소 중 일부는 이행이 어렵다. 데이터 부족도 여전한 문제다.

그렇다고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금융 시스템 구성원은 이를 바탕으로 해양 생태계를 위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다양한 잠재적 투자자의 목표와 지속 가능한 해양 금융이 이를 어떻게 잘 충족할 수 있을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하겠다.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 부문 책임자로서 많은 투자자(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모두)가 지속 가능한 해양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들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종종 다국적 개발 은행이나 개발도상국의 금융기관과 협력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자가 지속 가능한 해양 투자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의 기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은 뭘까. 대개의 경우 그들은 가시적인 수익을 원한다. 이는 실제 세계에서 영향력(예컨대, 산호초 보호), 재정적 이익, 또는 이 두 가지의 조합을 의미한다. 영향력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속 가능한 해양 투자는 영향력과 수익의 조화가 중요한 만큼,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평가와 투자가 가능한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잠재적인 투자 범위가 줄어들면서 관련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우리 능력도 약해질 것이다. 

금융 혁신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노력으로는 환경 단체와 글로벌 주요 보험사가 협력해 산호초 보험 상품을 개발한 것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동남아시아 경제의 블루 이코노미 투자 구조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출범한 블루 시 금융 허브(Blue SEA Finance Hub)가 있다. 지난 3월 ORRAA와 개발 보증 그룹이 출범한 노틸러스 블루 보증 기업(Nautilus Blue Guarantee Company)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민간 자본 유입 촉진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해산물, 해양 보호, 해양 인프라를 포함한 6개 핵심 해양 경제 분야 관련 투자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과 민간 자본을 결합하는 신규·기존 해양 펀드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④ 지난 4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3억달러(약 4137억원) 규모의 블루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채권 발행 논리에 설득력이 있으면 투자자는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했다. 탄탄한 투자 논리와 민관 협력 접근 방식이 성공의 관건이다. 

‘해양 금융’의 개선과 확장을 위해서는 투자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결단력, 헌신,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금융은 반드시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바다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해양 금융 방식을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건 분명하다.  

Tip│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20년간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25%가량이 해양에 흡수됐다. 특히 심해층은 지구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대기 내 탄소량의 50배 이상, 지표상의 초목, 토양, 미생물에 저장된 탄소 총량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다.

공해는 통상 각국 해안 200해리(약 370㎞)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은 해역이다. 각국 관할권에서 제외되고 바다의 64%를 차지하면서도 고작 1.2%만이 기후변화, 어류 남획, 자원 난개발 등으로부터 보호받아 왔다.

UNGC는 2000년 7월에 출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자발적 국제 협약으로, 현재 전 세계 165개국 1만9000여 개 회원(1만5000여 개 기업 회원 포함)이 참여하고 있다. UNEP FI는 금융회사의 경영활동이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유엔 환경 계획과 전 세계 450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인 이니셔티브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블루본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해양 산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채권이다. 발행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고효율 신규 선박과 첨단 항만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다. 또한 해양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선도함으로써, 한국 해양 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브랜드 가치도 한층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