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진정한 인공지능(AI) 강국이 되고 싶다면, 정부 혼자서만 움직여선 안 된다. 기업, 시민사회, 글로벌 파트너가 함께 움직이는 민관 협력이 필수다.”
카란 바티아(Karan Bhatia) 구글 글로벌 정책협력 부사장은 8월 6일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한국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정책적 의지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AI 강국 도약을 위해선 민간 역량과 국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월 4~6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디지털·AI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바티아 부사장을 만나, 구글이 바라보는 AI 시대 국가 전략과 책임 있는 기술 활용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조건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새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한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AI를 국가적 우선순위에 둔 점은 고무적이며 인상적이다. 한국은 이미 AI를 적극 활용하는 국가다. 기술 중심적인 산업구조 위에 디지털과 AI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도 많다. 개발자 역량도 높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도 강력하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한국은 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은.
“핵심은 민관 협력이다. 정부 혼자선 힘들다. 기업, 시민사회, 글로벌 파트너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세 가지 ‘I’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는 ‘혁신(Innovation)’이다. 규제와 정책 환경을 시장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만들고, 민간 파트너가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는 ‘인프라(Infrastructure)’ 다. AI는 클라우드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셋째는 ‘투자(Investment)’다.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AI 퍼스트’라는 마음가짐이다. 정부는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모두가 AI를 최우선에 두고 함께 움직여야만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국이 AI 강국이 되기 위해 참고할 만한 국가사례는.
“우선 인도는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가 AI 확산을 위해 선제적으로 규제를 해소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AI 촉진법’이라는 국가 차원의 법률을 도입해, 정부가 직접 AI 도입과 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AI를 통해 행정 문제를 해결하면서 민간의 AI 도입도 유도하는 구조다. 미국은 최근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에너지 수급, 기술 수출 등 AI 관련 비전과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4개국이 접근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내년 1월 ‘AI 기본법’을 시행한다. 현재 세부 내용을 다듬는 중인데, 어떤 방향으로 설계해야 할까.
“규제를 만들되, 민간 기업, 혁신 주체, 글로벌 기업과 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앞으로 AI 혁신을 통해 기존엔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다수 탄생할 것이다. 이때 규제가 협력을 가로막거나 속도를 늦추게 해선 안 된다. 즉, 정부가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협력과 실험이 가능한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한국이 AI 강국이 된다면 개인과 기업, 국가는 어떤 혜택을 누리게 될까.
“우선 개인의 경우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가령 AI 에이전트를 비서처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건강관리나 교육 같은 일상 영역에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기업은 AI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며, 제품·서비스 혁신을가속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재난 예방, 난치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개인 삶에서부터 글로벌 차원의 문제까지 AI가 포괄적으로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 자살률 1위다. AI가 이런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AI는 정신 건강 문제 해결에도 유용한 도구다.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오늘날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AI도 다양한 문제의 조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뉴욕주의 공립학교와 협력해 성적, 이사, 가계 상황 등 데이터를 분석해 중퇴 위험 학생을 조기에 식별하고, 사전에 개입해 중퇴율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AI가 강력한 기술인 만큼, 오남용 우려에 따른 리스크도 있는데.
“그래서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구글은 2018년 업계 최초로 ‘AI 원칙’을 도입해 사용 가능한 영역과 제한해야 할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 AI는 유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 이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끔찍한 작업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업로드 전에 자동 탐지·차단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다.”
개인이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직접 AI를 써보는 것이다. AI를 생활 속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기능을 익히고, 도구와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의 ‘오버뷰’ 기능이나, 문서를 요약해 주는 ‘노트북 LM’ 같은 서비스가 이미 활용되고 있다. AI를 체험하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AI 시대에 맞는 기업의 리더십은.
“AI 퍼스트가 돼야 한다.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이 보고할 때 제미나이를 썼냐고 물어본다. 모든 난제를 해결할 때 AI를 활용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 AI 위원회를 만드는 건 통하지 않는다.”
각국이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를 추진하는데, 자칫 글로벌 연결성과 개방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AI는 강력한 기술인 만큼, 정부가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갖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AI는 에너지, 반도체, 파운데이션 모델,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층위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소버린 AI가 이 모든 것을 한 나라가 전부 구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국은 자국이 강점을 지닌 층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협력으로 보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이렇게 하면 기술 주도권도 지키면서 동시에 세계와 연결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구글 지도와 관련해 한국의 정밀 지도 반출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구글 입장은.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 지도 역시 그 일환이며, 전면적인 기능이 제한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한데, 한국이 그중 하나라는 점은 매우 아쉽다. 우리는한국 사용자도 구글 지도 전체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올해는 APEC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해다. 수많은 해외 방문객이 한국을 찾는다. 구글 지도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내외국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긍정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