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강철은 달 탐사선 찬드라얀, 첫 자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처럼 국가적 자부심이 걸린 프로젝트에 쓰이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세계 2위 철강 생산국 인도를 이끄는 산딥 파운드릭 철강부 사무차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포스코와 현대자동차(현대차)를 언급하며 한국이 가진 첨단 기술력과 인도 생산력을 결합한 ‘한·인도 철강 동맹’을 제안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혼돈의 시기에 인도와 한국 두 나라 모두 숨통을 틔울 만한 활로를 제시한 셈이다.
파운드릭 사무차관이 한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인도가 그리는 ‘자립형 세계 공장’이라는 원대한 구상이 자리 잡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도가 ‘제2의 중국’이 아닌 ‘제1의 인도’를 지향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그는 과거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수출 가공 기지 역할을 했다면, 인도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적 차이점이 뚜렷하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 10년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이 거둔 성과에서 나온다. 파운드릭 사무차관에 따르면, 인도 조강(粗鋼·탄소를 첨가해 바로 만든 강철) 생산능력은 지난 10년간 1억900만t에서 2억t으로 거의 두 배 늘었다. 이 사이 인도는 세계 2위 철강 생산국 입지를 굳혔다. 덕분에 제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17%를 차지하며, 철강 부문이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250만 개에 달한다.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기술 자립을 통한 질적 전환도 이뤄냈다고 그는 자평했다. 특히 수입의존도를 낮추려 도입한 ‘특수강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제도는 인도가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품은 야심을 보여주는 근거다. 이 제도는 수입하던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인도에서 직접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인도에서 생산한 특정 특수강 제품 판매량이 늘면, 그에 비례해 인도 정부가 보조금을지급한다. 파운드릭 사무차관은 “이 제도로 이미 51억달러(약 7조788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며 전기차·방산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특수강 자체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파운드릭 사무차관은 인도가 가진 최대 경쟁력으로 강력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철광석, 숙련된 기술 인력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전기차, 첨단 전자 제품 등 PLI 제도를 통해 집중 육성하는 분야에선 한국이 보유한 특수강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양국 협력은 인도의 인프라 강점과 한국 기술력이 결합하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차가 (2024년 10월) 이룬 성공적인 인도 증시 상장은 양국 산업 협력의 강력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 협력은 미·중 갈등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을 다각화해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고질병으로 꼽히는 관료주의나 불성실한 태도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인도 투자를 꺼리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파운드릭 사무차관은 “해당 문제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매년 ‘바라트 스틸 콘퍼런스’를 열어 주 정부와 직접 소통하면서 행정적인 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투자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다음은 파운드릭 사무차관과 일문일답.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이 10년 차를 맞았다. 철강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지난 10년간 인도 조강 생산능력은 1억900만t에서 2억t으로 성장해 세계 2위 생산국이 됐다. 이는 ‘국가철강정책(NSP) 2017’ 에 따라 2030년까지 3억t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 철강 부문은 현재 인도 GDP 17%를 차지하는 제조업을 뒷받침하며 2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특수강 PLI’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4만4000크로루피(약 51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2> 2024년 10월 포스코그룹이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장인화(오른쪽)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그룹
<3>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재가열로 근처에서 한 작업자가 절단 토치를 사용해 철강을 제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과 비교해 인도의 경쟁 우위는 무엇인가.
“인도는 특정 국가와 경쟁하거나 ‘넥스트 차이나’가 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만의 목표와 열망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도의 경쟁 우위는 강력한 내수 시장, 풍부한 철광석 매장량에서 나오는 비용 효율성 그리고 우수한 기술 전문가와 우호적인 정부 정책이다. 기술적으로도 인도 철강 기업은 세계적 수준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인도 기업 두 곳이 세계 10대 생산 기업에 포함돼 있다.”
2047년 선진국이 되겠다는 ‘암릿 카알’ 비전에서 철강 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암릿 카알 비전은 인도를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철강 산업은 고품질 인프라, 제조업, 전략 부문을 지원하는 기초 역할을 한다. 인도 정부 최종 목표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다. 모든 등급 철강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하고, 증가하는 내수 수요를 충족하며, 글로벌 기술 표준에 맞는 품질과 안전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품 다각화, 품질 향상, 연구개발(R&D) 기반 혁신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찬드라얀, INS 비크란트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에 인도산 강철을 쓰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한국 기업과 어떤 협력을 기대하고 있나. 구체적인 기회는 무엇인가.
“인도의 자동차, 소비재 같은 고성장 분야는 한국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포스코 같은 기업은 고성장 분야에 필요한 특수강 생산 시설을 인도 현지에 세울 기회가 있다. 현대차는 인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후 두 나라 산업 협력 부문에서 강력한 모범 사례로 입지를 굳혔다. 인도 정부는 기술이전, 합작 투자(JV), R&D 협력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환영한다. 특히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도 협력해 첨단 기술 부문에서 철강 현지화를 강화하고 싶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려하는 관료주의나 인프라 장벽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인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법적, 환경적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또한 광물 규제에 대한 진보적인 개혁을 도입해 원활한 채굴 작업을 촉진하고 있다. 또 매년 인도 철강 산업을 다루는 정부 고위급과 이해관계자가 만나는 ‘바라트 스틸 콘퍼런스’를 열어 행정, 규제, 인프라 장벽 해소를 직접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로 10주년이 되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국과 인도가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기술 협력, 혁신 그리고 상호 보완적 강점이 핵심이다. 고품질, 지속 가능한 철강 제조분야에서 한국이 축적한 리더십은 인도 성장 산업,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에 전략적으로 잘 어울린다.
합작 투자, R&D, 투자를 통한 두 나라 협력은 경제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다각화해서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인도는 두 나라가 안정적으로 번영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