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 외국산 유제품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를 포함한 우유·크림의 수입량은 9만t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산 탈지분유, 버터, 치즈, 아이스크림이 국산 제품을 밀어내며 소비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다양한 국가의 유제품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산 제품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폴란드산 유제품은 2022년 멸균(UHT)과 저온살균 우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는데, 불과 2년 만에 수입량과 금액이 약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멸균우유 90%가 폴란드산일 정도다.

폴란드산 유제품은 고품질을 자랑하면서도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균우유의 경우 폴란드산 수입 단가는 1㎏당 0.75달러로, 독일(0.83달러), 프랑스(0.97달러), 오스트리아(0.98달러) 보다 낮은 편이다. 안나 와고진스카(Anna Łagodzińska)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서울사무소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폴란드산 유제품의 상품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는 해외 각국에 진출한 폴란드 기업을 지원하는 국영 기관으로, 코트라(KOTRA)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서울사무소는 2018년 개소 이후,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폴란드 유제품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와고진스카 대표는 2020년 6월부터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서울사무소 대표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나 와고진스카 -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서울사무소 대표, 폴란드 바르샤바대 영어학·응용언어학 석사,
폴란드 투자무역공사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지역 매니저 / 사진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안나 와고진스카 -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서울사무소 대표, 폴란드 바르샤바대 영어학·응용언어학 석사, 폴란드 투자무역공사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지역 매니저 / 사진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얼마만큼 성장했나.

“폴란드 유제품은 2022년 멸균 및 저온살균 우유를 한국에 수출하기 시작한 이후, 짧은 시간 안에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멸균우유 등 우유·크림 제품의 대(對)한국 수출량이 2022년 2만3834t에서 2024년 4만3789t으로 2년 만에 84% 증가했으며, 수출액도 1682만달러(약 1009억원)에서 3302만달러(약 1981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 들어 5월까지 수출량은 1만2788t, 수출액은 958만달러(약 574억원)에 달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폴란드 유제품의 강점은.

“폴란드는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와 비교해 덜 산업화한 유제품 생산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자연 방목을 바탕으로 젖소를 개방된 초원에서 길러, 소가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우유의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또 합성 사료 첨가물을 적게 사용하고, 자연적인 풀, 건초, 실라지를 주로 이용해 우유의 자연스러운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메가-3 지방산과 CLA(공액 리놀렌산)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하고, 깨끗하며 자연스러운 맛의 우유가 생산된다. 한편, 폴란드는 전통적인 레시피에 따라 지역 특산 치즈를 포함한 다양한 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품질 관리에도 철저하다. 모든 생산과정에서 항생제 잔여물, 지방 및 단백질 함량, 체세포 수 등을 검사하며, 사료 지급 방식과 동물 건강 상태가 높은 기준을 충족하도록 관리된다. 현대적인 가공 기술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품질의 유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폴란드 유제품이 고품질임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나.

“폴란드 유제품은 식품 안전, 동물 복지, 환경보호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EU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폴란드의 모든 농장은 글로벌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준수해 동물 복지, 사료 안전, 위생 등을 보장한다.

가공 시설 전반에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과 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이 채택되고 있으며, 오스치펙(Oscypek) 같은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치즈는 원산지보호인증(PDO) 또는 지리적표시인증(PGI) 라벨을 통해 제품 품질을 보장한다.”

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여러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앞서 언급한 생산 전 과정에서의 엄격한 품질 모니터링 외에, 정기적인 우유 테스트, 철저한 공장 청소 및 위생 관리 규칙, 생산자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 등이 이뤄진다. 특히, ‘우수성의 한 방울(Drop of Excellence)’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다. 3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농장 차원의 교육과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실천 등을 촉진해 우유 품질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폴란드 소 사육자와 낙농가 연맹(PFHBiPM)이 주관하며, EU가 공동으로 재정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산 유제품은 2022년 멸균(UHT)과 저온살균
우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2년 만에 수출량과 수출금액이 약 두 배로 늘었다. /사진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폴란드산 유제품은 2022년 멸균(UHT)과 저온살균 우유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2년 만에 수출량과 수출금액이 약 두 배로 늘었다. /사진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

한국 시장에서 목표는.

“폴란드는 한국을 역동적이고 잠재력이 높은 유제품 수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폴란드산 유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유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 방법을 널리 알리고, 한국 요리에서 유제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다. 치즈, 요구르트, 버터밀크 등을 대중적인 한국 요리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온·오프라인에서 시식 행사, 셰프 시연, 요리 워크숍을 통해 한국 소비자와 소통을 늘리고,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폴란드 유제품의 라벨, 안전 시스템, 장점 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리 전략은 한국 소비자가 폴란드 유제품의 우수성을 알고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유제품 외 한국서 인기 있는 폴란드 제품은.

“식음료(F&B) 분야에서는 웨델(Wedel), 와벨(Wawel), 콜리안(Colian) 등 폴란드 브랜드 제과와 초콜릿이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지난해 돼지고기 수출이 재개된 데 이어, 올해 초 가금류 수출까지 재개되면서 폴란드산 육류가 꾸준히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높은 품질 덕분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외에도 화장품, 선박 장비, IT 서비스, 방위산업 등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주요 제품군이다. 한국은 폴란드와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폴란드산 드론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주요 무기 거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2020년에는 22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폴란드산 무기 계약이 체결됐으며, 지난해 이뤄진 탱크와 곡사포 등의 계약이 올해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 및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몇 년간 유제품을 비롯해 초콜릿, 화장품, 첨단산업 제품까지 다양한 폴란드 제품이 한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메이드 인 폴란드(Made in Poland)’ 제품에 대한 관심과 신뢰에 감사한다.

폴란드는 EU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품질, 경쟁력 있는 가격, 지속 가능한 가치를 결합한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혁신, 품질, 글로벌 시각은 폴란드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폴란드를 단순한 무역 파트너가 아닌 EU로 가는 ‘관문’으로 삼을 것을 권장한다. 폴란드는 탄탄한 경제, 숙련된 노동력, 강한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위한 풍부한 기회를 제공한다. 폴란드 무역투자대표부를 통해 사업 기회를 확장하길 바란다.” 

김송이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