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컬리는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여성복 브랜드 ‘오르(ORR)’의 캐시미어 니트를 하루 만에 15억원어치 팔았다. 이 브랜드가 지난 5월 진행한 여름 신상품 라방은 두시간 만에 1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선 식품을 새벽에 배송하는 ‘샛별배송’ 으로 유명한 컬리가 최근 패션·리빙 등 비식품군 상품을 판매하는 ‘3P(3자 물류)’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3P란 컬리가 재고를 보유하고 배송하는 ‘1P(직매입)’ 방식과 달리, 판매자가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배송하면서 유통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선보인 뷰티컬리, 컬리나우(퀵서비스) 등과 같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컬리의 충성 고객이 다른 상품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컬리에 따르면, 전체 거래액에서 3P 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사업부 중 가장 높다. 3P 사업의 2024년 거래액은 2023년 대비 123% 증가했고, 올해 1분기 거래액은 작년 1분기 대비 72% 늘었다. 또한 3P는 2023년 8월 출범한 풀필먼트(fulfill-ment·물류 전문 기업이 판매자 대신 상품 준비부터 포장, 배송까지 물류의 전 과정을 대행하는 것) 서비스 ‘FBK(Fulfillment By Kurly)’와 연계한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작년 FBK 사업 거래액은 2023년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송승환 컬리 라이프·패션 본부장을 만나 컬리의 3P 사업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앞서 이베이 코리아에서 ‘스마일배송’ 사업을 총괄한 송 본부장은 2021년 샛별배송 자회사인 컬리 넥스트마일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했고, 현재 컬리의 3P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컬리의 3P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컬리는 2021년부터 여행 등 비식품군 판매를 시험해 왔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조직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흔히 ‘3P=오픈 마켓’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는 카테고리 관점에서 3P를 시도했다. 그동안 컬리는 큐레이션 기반으로 상품을 골라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했으나, 비식품을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패션·리빙은 고객의 취향(색상·디자인·사이즈 등)과 트렌드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두 개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재고를 소량 확보해 판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좋은 상품을 잘 골라 제안하는 게 컬리의 최고 가치이고, 그걸 잘하기 위해 3P라는 수단을 활용해 ‘컬리만의 3P’ 방식을 만들었다. 그래서 본부 명칭도 3P 본부가 아니라 라이프·패션 본부다. 예컨대, 기존 오픈 마켓처럼 누구나 와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를 선별해 입점시킨다. 여러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브랜드 본사나 브랜드가 인증한 파트너사를 통해 단 하나의 상품을 판매한다.
입점 후에는 매주 상품 위원회를 진행해 상품을 검증한다. 이는 컬리가 매주 여는 식품 품평회와 동일한 과정이다. 오픈 마켓이 모든 구색을 갖추고 검색해 사게 하는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라면, 컬리는 어느 정도 검증된 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3P는 1500여 개 브랜드, 약 4만 개 상품을 갖췄다. 패션·리빙·주방용품 비중이 가장 크고 가구, 홈 인테리어, 소형 및 주방 가전 등도 취급한다.”
패션·리빙 분야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직매입처럼 3P 상품도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치는 게 차별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컬리 고객은 기본적으로 좋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무조건 싸거나 비싼 것이 아닌, 명확한 스타일이나 취향을 가진 상품을 선호한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상품군도 거기에 맞춘다. 패션의 경우 어느 플랫폼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보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들인다.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콘셉트가 명확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 말이다.
예를 들어, 오르는 컬리에만 입점한 여성복인데, 지난 5월 여름 상품을 판매하는 라방에서 2시간 동안 10억원 이상을 판매했다. 조회 수는 24만 회가 나왔다. 프리미엄 주방용품이나 호텔 침구 등도 하루 매출이 몇억원씩 나온다. 주 타깃인 30~40대 고객이 관심 가질 만한 좋은 구색을 발굴해 소구했을 때 폭발력이 큰 편이다. 또한 식품 카테고리에서 자체 브랜드(PB)나 단독 상품을 운용하는 것처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얼마 전엔 컬리 10주년을 기념해 보라색 용기와 텀블러 등 단독 상품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2023년 8월 출점한 FBK를 연계한 물류 경쟁력도 차별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타사 풀필먼트 서비스와 비교해 FBK는 어떤 강점이 있나.
“컬리의 패션 상품 절반이 새벽 배송으로 판매된다. 고객이 기본적으로 새벽 배송 받는 걸 좋아하기에, 어느 정도 판매가 올라오는 상품은 FBK 형태로 전환한다. 장을 보다가 패션이나 리빙 상품을 같이 담는 효과가있어 구매 전환율이 많이 올라간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도 컬리 입점에서 기대하는 게새벽 배송이라 FBK 시스템 고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파트너사가 관리하는 FBK 시스템을 대규모로 개편했다. 예컨대, 창원, 평택, 김포 등 각 물류센터 재고량에 맞춰 상품을 언제쯤 입고하면 될지 빠르게 최적화하는 식이다.
패션의 경우 물류 난도가 높다.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하고, 계절마다 신상품이 쏟아진다. 물건도 옷걸이에 걸어 보관해야 한다. 또 브랜드마다 고유한 콘셉트와 감성이 있기 때문에 식품의 구매 패턴과 차이가 있다. 다만, 전체 패션 시장이 아니라 컬리에 맞는 패션 브랜드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고객에 대한 이해가 높고, 물류를 직접 핸들링한다는 장점이 있다.”
3P 사업이 컬리의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식품은 단가가 낮은 대신 매일 방문해 구매하고, 라이프스타일은 단가가 높은 대신 구매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고객이 장을 보면서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해 시너지가 나도록 하고 있다. 3P 사업의 거래액을 비중으로 따지면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성장세를 보면 올해 두 자릿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실 3P를 한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직매입했을 때 발생하는 재고 부담 등이 3P에선 덜하니 그런 점에선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3P만 하는 오픈 마켓 플랫폼이 돈을 버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3P를 하더라도 공식 브랜드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좋은 상품을 잘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해 수익성을 확보하려 한다. 또 3P를 통해서 광고 수익도 확대할 수 있다. 기존 직매입 형태로는 광고를 적용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상품 진열을 통한 광고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컬리에서 생활용품이나 패션용품을 살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 올해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을 경험하게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최대한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그렇게 늘어난 구색을 고객에게 임팩트 있게 보여주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및 세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6월부터 컬리에서 리빙 페스타와 패션 페스타 기획전을 격월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10주년 기념 TV 광고를 보면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이런 것도 컬리에서 사?’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컬리가 패션·리빙 상품도 판매하는 걸 강조한 것이다.”
향후 목표는.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3P가 조 단위 비즈니스로 성장할 거라고 확신한다. 장기적으로 3P가 컬리의 신규 사업이 아니라, 카테고리 측면에서 당연해지게 하는 게 목표다. 김슬아 대표와도 ‘오프라인에서 좋은 걸 사고 싶을 때 백화점에 가듯, 온라인에서 감성 있고 좋은 걸 사고 싶을 때 검색하지 않고, 컬리를 찾게 하자’고 말한다. 백화점에 층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듯이, 컬리에도 여러 종류의 좋은 것이 모여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형태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