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몸길이가 최대 3m에
몸무게가 560㎏까지 나가는
거구인데, 먹잇감을 포획할 땐
시속 100㎞ 이상 초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다. 최근 참치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 셔터스톡
참치는 몸길이가 최대 3m에 몸무게가 560㎏까지 나가는 거구인데, 먹잇감을 포획할 땐 시속 100㎞ 이상 초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다. 최근 참치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 셔터스톡

참치에 꽂힌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경대 남택정 교수, 제주대 전유진 교수, 서울과학기술대 박수연 교수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들을 한데 모은 회사는 바로 동원F&B다. 모인 이유는 참치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동원F&B가 최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블루 푸드테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블루 푸드테크는 수산 식품(Blue 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수산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융합 산업을 뜻한다. 이번 행사는 동원F&B가 단순 식품 회사가 아닌, 식품 기술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동원F&B는 참치 어획 단계부터 참치 부산물 처리 과정 등 전 과정에 푸드테크 기술을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참치 부산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 뽑겠다”

동원F&B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치 심장 등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를 발굴하는 연구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참치 자숙액(쪄서 익힌 참치에서 나오는 추출물)이나 적육(붉은 살), 심장을 활용해 기능성 펩타이드(단백질 구성 성분), 어골칼슘, 콜라겐을 앞으로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 부산물에선 면역 증진 효과, 근력 개선 효과, 장 장벽 강화를 통한 장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기웅 동원F&B 식품연구원장은 “참치 자숙액과 적육 등 부원료를 활용해 이미 참치액, 펫푸드를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머리, 뼈, 심장 등으로 기능성 펩타이드, 어골칼슘, 콜라겐 등 고부가가치 소재도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원F&B가 참치 부산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새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참치의 30~40%만 횟감이나 참치 캔에 활용되고 나머지 부산물인 60~70%가 버려지거나 싼값에 유통됐다. 하지만 참치 부산물에도 오메가-3나 칼슘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만큼 이를 고부가가치 원료로 활용하면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동원F&B는 특히 참치 부산물 중에서도 심장에 꽂혀있다. 동원은 12년 전인 2013년부터 참치 심장 연구를 시작했다. 

다양한 참치 부산물 중에서 굳이 심장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창기 참치 심장 연구에 관여했던 사람은 김은자 동원와인플러스 대표다. 김 대표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김 대표는 2020년 11월 동원홈푸드 자회사인 동원와인플러스 지분 100%를 사기 전까지 동원홈푸드 외식 사업 담당 임원, 동원엔터프라이즈의 CMS추진실장 상무직을 맡았다. 김 대표는 한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한의학 재료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당시 김재철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의학 재료를 육지에서만 찾지 말고, 수산물에서도 찾아보면 어떨까.” 김 대표는 “그 말을 듣고 참치의 특성을 가만히 살펴보니 연구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한다. 참치는 심장이 특히 발달할 수밖에 없는 어종이다. 바다의 ‘스피드 머신’이기 때문이다. 몸길이가 최대 3m에 몸무게가 560kg까지 나가는 거구인데, 먹잇감을 포획할 땐 시속 100㎞ 이상 초고속으로 헤엄친다. 잠을 잘 때나 휴식할 때도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아가미 근육 문제로 헤엄치지 않으면 산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어류에 비해 심장이 큰데, 세 배 높은 혈압과 맥박 수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치 심장을 소재로 한 연구 결과도 좋은 편이다. 장 점막 기능 강화나 근력 개선, 관절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웅 원장은 “심장 연구는 아직 초기인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소재로 팔 수도 있고 건강 기능 제품으로 팔 수도 있고 다방면으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기웅 동원F&B
식품연구원장이 7월 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동원F&B
이기웅 동원F&B 식품연구원장이 7월 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동원F&B

“수산 부산물 연구는 세계적 흐름”

학계에서도 동원F&B와 발맞춰 연구하면 연구 편의성을 얻을 수 있어 환영하는 편이다. 참치 심장을 연구하려면 참치 심장을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동원그룹을 통해서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의 연간 참치 어획량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약 10%(선망선 기준)에 달한다. 세계 최상위권 규모다. 동원그룹은 앞으로도 참치 심장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원F&B는 지난해 말 사내에 직원 6명으로 구성된 소재 연구팀을 신설했다. 참치 부산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를 뽑아내기 위한 연구 조직이다.

동원그룹은 원양어선 한 척에서 시작해 캔 참치 사업에 나섰다가 종합 식품 회사, 소재 회사, 물류 회사까지 사업군을 확장했다. 참치 심장을 연구하고 부산물 활용법을 고민하는 것도 결국 ‘본업을 버리면 망한다, 본업만 해서도 망한다’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수산 부산물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태국의 대표적인 수산 기업 타이유니온은 자회사 타이유니온 인그리디언츠를 설립해 참치 부산물을 활용한 건강 기능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참치 뼈를 활용한 미세 입자 크기의 가루 제품이나 참치 머리에서 추출한 정제유가 대표적이다. 

아이슬란드의 ‘100% 어류 활용 프로젝트’ 도 손꼽힌다. 2023년 기준으로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치해 수산 부산물의 95% 이상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슬란드는 시장에서 12달러에 불과한 생선 한 마리의 총가치를 4700달러까지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북유럽 국가도 연어를 중심으로 부산물 처리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세계 수산 부산물 시장이 2023년 337억달러(약 45조원)에서 2033년 648억달러(약 8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원장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많이 다루는 것에서 연구를 시작하다 보니 우리는 참치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태국의 타이유니온과 비교했을 때 연구 진행 속도는 비슷한 편이고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도 함께 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의 순환 체계 기반 구축’이라는 비전 아래 2027년까지 수산 부산물의 재활용률을 30%(현재 19.5%)까지 높일 계획이다.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수산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