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12일 만에 끝났지만 그 여파는 다양한 모습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란에서 대규모로 추방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는 이란이다. 약 80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이란에 머물고 있다. 이란 인구가 9200만 명이니 약 9%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렇게 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이란에 체류하게 된 것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문이다. 소련군의 침공을 피해 수백만 명의 난민이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소련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 내 군벌 세력 간 내전이 이어지면서 난민은 이란으로 몸을 피했다.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에도 약 20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이란으로 넘어갔다. 이란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중에는 40년 넘게 이란에서 거주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란에서 태어난 난민 중에는 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인 파슈툰어를 할 줄 모르는 이도 많다.

처음에는 환영, 경제난 가중되자 반대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처음 이란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만 해도 당시 이란 최고 종교 지도자였던 호메이니는 “이슬람에는 국경이 없다”라며 이들을 환영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슬람 형제를 따듯하게 맞이했던 것이다. 이후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1980~88)을 통해 심각한 남성 노동력 부족을 겪던 이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노동력을 보충해 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대규모 난민이 장기간 거주함에 따른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이란은 1992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본국 송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국경 인근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던 다수의 아프가니스탄인은 송환을 피해 테헤란 등 대도시로 진입했다. 낯선 풍습과 다른 외모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실제로 처음 접한 대도시의 중산층은 곤혹스러워했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규모 난민 추방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이란 정부는 2007년 이후 추방 대신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통제와 관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 일부 난민에 대해서는 합법적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란은 전체 31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만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취업 가능 업종도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으로 제한했다. 이란은 이런 제한과 별개로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파견하기 위한 병력 충원을 위해 난민을 적극 활용했다. 약 2만 명 수준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이런 과정을 거쳐 이란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존재는 점차 큰 부담이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난민을 추방해서 경제적 부담을 덜자는 주장이 이란 내부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절반가량은 수니파인데 시아파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부터 이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추방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2024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양국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국경을 폐쇄해 추가적인 난민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이란 정부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 약 140만 명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경제난으로 인해 더 이상 수용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당장 자국민에 대한 에너지 및 식량 보조금 지급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란이 난민까지 부담할 여력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추방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더 빨라졌다. 이란은 이란 내 협조자가 각종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 드론 제작 등을 통해 이스라엘을 도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협조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벽 같은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는 장담과 달리 이스라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정보 및 안보 분야 실패의 희생양으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선택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이란 국민의 불신도 커지면서 난민을 향한 이유 없는 폭력과 병원 진료 거부 등 다양한 사회문제도 일어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체류 자격을 확보하지 못한 난민을 대상으로 7월 6일까지 자진 출국할 것을 통보했고, 출국하지 않은 난민이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회사나 공장 등을 습격해 국경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국경 수용소에 모인 난민은 거의 매일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하루 5000명에서 최근에는 3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끝난 후에 추방된 난민만 해도 약 50만 명에 이른다.
난민 귀환에 어려움 빠진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대규모 난민 송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41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원조에 의존해서 생존하는 아프가니스탄으로서는 수백만 명의 난민을 제대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탈레반 복귀 후 단행된 세계적 규모의 원조 및 구호 축소에 따라 400개 이상의 진료소가 폐쇄되는 등 사회기반 시설이 약화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난민 송환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일단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국경 지역에 35개의 정착촌을 건설해 이들에 대한 등록 및 긴급 구호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송환된 난민 대다수는 추방 과정에서 기본적인 소지품이나 현금 등을 챙겨 나오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송환된 난민이 카불 등 일부 대도시로 몰려들면서 주택 임대료가 급등하는 등 문제도 커지고 있다.
송환된 난민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란에서 태어났거나 장기간 이란에서 거주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성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에 대해 남녀 차별 없는 이란과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여성에게 중등교육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갑자기 낯선 곳으로 내던져진 어린이와 청소년은 정서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난민 추방에 이란 내부적으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인과 인권 활동가를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난민 노동력에 의존하던 농업, 건설업 등의 관계자도 무조건적인 대규모 추방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정부에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난민 추방을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아프가니스탄과 분쟁을 빚어온 수자원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난민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1년 미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지만, 국제적인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란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에서도 난민이 추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추방된 난민이 아프가니스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탈레반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