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무릎부터 떠올린다. 무릎 관절염은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 안쪽에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통증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릎이 보내는 통증 신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관절염은 어떻게 시작할까. 고관절염은 더 조용하게 시작한다. 초기에는 사타구니 안쪽에서 묵직한 통증이 반복되다가, 앉았다 일어설 때 엉덩이 관절이 굳는 느낌이 든다. 차에서 내릴 때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으면 고관절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오랜 시간 앉았다가 일어설 때 엉덩이 안쪽이 당기는 느낌이 반복돼도 마찬가지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이 만나는 회전 중심 관절이다. 우리 몸의 균형과 보행, 체중 지지에 관여하는 핵심 부위에 해당한다. 이 부위에 염증이나 연골 손상이 생기면 사타구니와 엉덩이 부위 통증이 반복되고, 점차 허벅지 앞쪽이나 무릎까지 통증이 뻗어나간다.
고관절염은 65세 이상에서 흔하게 발병한다. 선천성 고관절 이형성증, 비만,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과도한 음주가 주요 위험 요인이다. 남성의 경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대퇴골두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뼈조직이 죽는 질환)가 동반되면 질환의 진행이 더빨라지기도 한다. 고관절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노화를 꼽는다. 나이가 들어 연골이 마모되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뼈끼리 마찰하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고관절은 신체 깊숙한 곳에 있다는 데 있다. 강한 인대와 근육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사 치료는 물론, 내시경 수술에서도 정밀한 기술과 숙련도를 요구할 만큼 치료가 까다롭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비교적 부담이 작은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염증 부위에 충격파를 쏴서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점액낭염이나 힘줄염이 동반된 경우, 수술이 어려운 초기 환자에게 보조적 치료 수단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존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 악화한다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해질 수 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보다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하고 3~5일 이내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어 다닐 수 있다. 대부분 6주에서 3개월 사이에는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수술 후에는 일상생활에서 하는 동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자나 소파에 갑자기 털썩 앉으면 인공관절에 충격을 주어 탈구 위험을 높인다. 항상 천천히 앉고 부드럽게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리를 꼬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낮은 의자를 사용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고관절을 비틀거나 과하게 굽혀서 탈구와 마모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예방이다. 나와 내 가족이 다리를 질질 끌거나 절뚝이며 걷는 모습이 보이면 고관절염이 진행 중인 것은 아닌지 꼭 점검해 봐야 한다. 간혹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관절염은 진행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서 사소한 보행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고관절뿐 아니라 무릎, 허리 같은 우리 몸의 관절에 부담을 줄이려면 체중 조절과 근력 강화 운동을 꼭 함께해야 한다. 잘 걷는 힘은 곧 삶의 질이며, 나이 들수록 가장 중요한 건강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