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총 50%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브라질 정부가 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브라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는 인물로, 트럼프 1기(2017~2020년) 정부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앞서 7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지 않으면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20여 일 만에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브라질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협상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구매할 나라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필자는 이런 브라질의 행보를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의 법치를 노골적으로 훼손하고 부당한 요구에 나서고 있는 미국 정부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미국이 자국 헌법마저 저버리는 상황에서도 브라질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2020년 3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 /사진 AP연합
2020년 3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 /사진 AP연합

수십 년간 미국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해 왔다. 물론 수사(修辭)와 현실 사이에는 눈에 띄는 괴리가 있었다. 냉전 시기,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그리스, 이란, 칠레 등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켰다. 자국 내에서는 노예제가 폐지된 지 한 세기가 지난 뒤에도 흑인의 시민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종차별의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거침없이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설파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설파조차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그런 변화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중 법치주의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마침내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권력의 평화적 이양’마저 뒤엎으려 했다. 그는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그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이 약 700만 표를 더 얻었으며, 법원에선 유의미한 선거 부정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겠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공화당 지지자의 약 70%가 대선이 조작됐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많은 시민, 특히 주요 정당 중 하나의 다수가 황당한 음모론과 허위 정보에 빠져들었다. 이들에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백인 남성이 우위를 점하는 기존 사회 질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컬럼비아대 교수, MIT 경제학 박사,
전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 2001 노벨 경제학상 수상, ‘세계화와 그 불만의 재고:
트럼프 시대의 반세계화’ 저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 컬럼비아대 교수, MIT 경제학 박사, 전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 2001 노벨 경제학상 수상, ‘세계화와 그 불만의 재고: 트럼프 시대의 반세계화’ 저자

좋든 나쁘든, 미국은 오랜 기간 다른 국가가 따라야 할 모델로 여겨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 세계 일부 선동 정치인은 민주주의 제도를 짓밟고 그 기반이 되는 가치를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기꺼이 차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다. 그는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습격 사건을 모방해 2023년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당시 시위 규모는 미국 의회 공격보다 컸지만, 브라질 제도는 무너지지 않았고, 현재 보우소나루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금 관세를 사랑하고 법치를 혐오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기 정부 때 체결한 ②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스스로 위반하면서, 미국 헌법이 의회에만 부여한 ‘조세 부과 권한’을 무시하고 있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재화·서비스 수입에 부과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이 보우소나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브라질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는 법치를 노골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로,정당한 절차에 따라 보우소나루를 기소 중인 브라질에 오히려 부당한 요구를 한 셈이다. 미국 의회는 결코 특정 국가가 대통령의 정치적 요구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관세를 도구로 삼은 적이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위헌적 행위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브라질이 보여준 모습은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③ 1·6 의회 의사당 폭동 가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를 더디지만 신중하게 진행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 직후, 폭력성을 띤 이들까지 포함해 정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인물에게 대통령 사면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5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다친 사건에 대한 공모조차도 범죄가 아니게 되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도 미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용납할 수 없는 협박”이라고 규정하며, “어떤 외국인도 이 나라 대통령에게 명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통상 분야뿐 아니라, 미국계 기술 플랫폼을 규제하는 과정에서도 브라질의 주권을 적극적으로 수호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재벌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국의 이윤 극대화  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는 허위 정보의 유통을 포함해 막대한 사회적 해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호주의 최근 선거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유권자 역시 미국 정부에 반감을 드러내며 룰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했고, 그 덕분에 룰라 대통령은 이른바 ‘트럼프 효과’로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단지 정치적 유불리 때문이 아니라, 외세 간섭 없이 브라질 고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룰라 정부는 미국이 자국 헌법마저 저버리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하는 길을 택했다. 이제는 세계 각국의 다른 지도자 역시, 세계 최강국의 협박 앞에서도 이와 같은 용기를 보여야 할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미 심각하게 훼손했다. 그가 미국 밖에서도 동일한 파괴를 반복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  

Tip│

브라질의 제38대 대통령. 2022년 재선에 도전했으나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현지 매체가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룰라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계획했으며, 이듬해 극우세력의 폭력 행위를 선동해 수천 명의 지지자가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대법원 건물 등을 습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7월 1일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개정 협정.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260만 대, 240만 대까지 고율 관세를 면제하고, 무관세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회에 난입해 폭력 시위를 벌인 사건. 당시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습격에 가담한 4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첫날 폭동 가담자 1500여 명을 사면·감형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정리=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