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이하 현지시각) 해질 무렵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워싱턴 기념탑 건너편에 군용차량이 늘어선 모습이 목격됐다(큰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전날 브리핑에서 워싱턴 D.C.의 심각한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하고 관내 경찰을 연방 정부가 통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워싱턴 D.C.는 폭력적인 갱단, 피에 굶주린 범죄자, 마약에 취한 미치광이와 노숙자로 가득 찼다”며 “우리는 공원에서 노숙자 야영지를 철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늘은 워싱턴 D.C. 해방의 날”이라고도 했다. 워싱턴 D.C.에 배치된 연방수사국 요원이 8월 12일 거리를 순찰하며 주차 구역을 어긴 시민을 단속하고 있다(사진 1). 워싱턴 D.C. 자치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 성격의 특별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워싱턴 D.C. 경찰을 48시간 동안 통제할 수 있고, 연방 의회 승인을 통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트럼프가 경찰 통제와 군대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을 8월 3일 국무부와 정부효율부에서 일한 스무 살의 정보 전문가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청소년 10여 명에게 집단 폭행당한 사건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트럼프는 사건 발생 이틀 뒤 폭행당한 코리스틴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고 “내 권한을 행사해 도시를 연방화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11일 기사에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행보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WSJ는 트럼프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판매 수익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도록 한 것을 예로 들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월 3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투자’ 행사에서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사진 2). 중국 연계 의혹이 제기된 인텔 CEO 립부 탄에 대한 사임 요구, US스틸 매각 승인 조건으로 일본제철에서 ‘황금주(소수 지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를 확보한 일도 사례로 꼽혔다. 트럼프는 반대 세력 압박도 서슴지 않는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트럼프는 자기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100억달러 명예훼손 소송을 걸고,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교체 압박을 가해 왔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