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개정 상법은 투자자 기대를 키우며 한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기존 종목당 50억원 보유)한 정부 세제 개편안은 보류하는 것이 맞다. (기준을) 절충하는 건 더욱 좋지 않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코스피 흐름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 출신인 이 대표는 제21대 국회의원 때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다.
코스피 지수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오름세를 탔다. 대선 하루 뒤인 6월 4일 2770.84였던 코스피 지수는 7월 29일 3254.47로 483.63포인트(17.38%) 올랐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 의결권) 3%룰 적용 범위(감사위원) 확대 등 일반 주주(소액 주주)를 중시하는 개정 상법이 지수를 밀어 올렸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대주주 확대, 증권거래세율 인상, 법인세율 인상으로 대표되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소수주주 중시라는 개정 상법과 결이 다르다는 불만을 촉발했고, 코스피는 하루 만에 3.88% 급락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 이상 보유'로 하는 애초 안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기준(50억원)을 유지하는 입장으로, 정부와 이견을 보인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양도소득세 기준만 손보면 (세수 확대) 효과도 작다”며 “(30억원 등) 절충안은 최악이다. 세수와 증시 부양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고 명분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상승세가 뚜렷했다. 어떻게 해석하나.
“개정 상법의 영향이 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일반 주주(소액 주주) 몫이 지배주주(대주주)로 이동하는 자본거래다. 이 때문에 일반 주주가 시장에 머물 유인이 약했다. 이유는 이사 충실 의무 해석에 있었다. 과거 판례는 이사의 책임 대상을 회사로만 보는 경향이 강했고, 주주와는 ‘위임’ 관계가 없다고 여겨졌다. 충실 의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지배주주의 과잉투자를 견제하려고 도입했다. 그 대상에 주주를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못했다. 이번 개정으로 일반 주주 자본을 편취·탈취하는 관행을 제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투자자 호응이 이어졌다. 이제 과제는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 대표는 주주 호칭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 지분 일부 보유자를 대주주, 상당 지분을 합산한 다수를 소액 주주로 부르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로 바꾸고, 다수인 일반 주주를 가볍게 보는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배구조, 배당 정책, 공시 신뢰도로 설명된다. 무엇부터 손봐야 하나.
“핵심은 자본 배치와 자본 비율이다. 재무 이론상 자기자본 비중이 높을수록 안정적이다. 예컨대 타인 자본이 100억원이면 자기자본을 200억원 수준으로 두는 식의 구조가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회사의 자본 비율과 기대 수익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본 비용이 6%인데 예상 수익률이 4%라면 투자하면 안 된다. 10%라면 과감히 해야 한다. 일본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이 자본 비율 공개를 중시한 이유다. 100억원을 맡겨 8%를 내면 은행 3% 대비 선방이지만, 1%에 그치면 배당으로 돌려줘야 한다. 배당은 주주의 자본 재배치 권한이다. 자본 비율과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판단이 명확해진다. 경영권은 권리가 아니라 주주에 대한 의무다. 실적이 부진하면 교체돼야 한다. 승계 논리에 기대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PBR 개선은 자본 비율, 수익률의 정확한 파악과 공개, 합리적 배당에서 출발한다. 개정 상법은 이런 주주 권리를 실질화하는 장치다.”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조치는 무엇인가.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많다.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 경영 성과다. ‘외국인에게 정보를 주면 문제’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상법상 이사는 비공개 경영 정보를 외부에 줄 수 없다. 특정 주주에게만 제공하면 불공정행위다. 얼라인파트너스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사례처럼 비공개 정보를 받지 않고 공시만으로도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은 민주주의다. 모든 주주가 동일한 정보와 권리를 가져야 하고, 그 원칙이 지켜지면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제도보다 성과에 좌우된다.”
자사주 의무 소각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법 추가 개정에 재계가 반발한다.
“그 반발은 ‘일반 주주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외이사·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 견제 장치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원래 상법에 있던 규정인데 2011년 삭제된 뒤 경영권 방어나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마법’이 됐다. 자사주는 회사 자산이지만 원천은 주주 돈이다. 의무 소각은 주주에게 공평하게 대우하라는 취지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주주 이익에 쓰지 않으면 이사 충실 의무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경영 판단 원칙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도 논점을 흐린다. 대법원 판례로 이미 확립됐다.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성실하게 의사 결정했다면 실패해도 면책된다. 다만 주주 간 이해 상충이 있는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독립위원회 심의나 이해관계 이사 배제 후 나머지 주주 의결로 면책을 인정한다. 절차적 공정성이 실체 판단의 전제가 된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이 나왔다.
“그 안은 보류하는 게 맞는다. 30억원 같은 절충은 최악이다. 세수와 증시 부양을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명분도 없다. 특정 제도만 건드리는 처방은 효과가 작다. 금융 상품 과세 체계를 먼저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과세 원칙이 서면 규범과 신뢰가 함께 선다.”
금융 상품 과세 체계 재정비가 왜 필요한가.
“부동산에는 양도소득세를 매기면서 주식은 ‘대주주’에 한해 과세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다. 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채권형은 이자소득 과세, 혼합형은 하나의 상품을 주식· 채권으로 쪼개 과세한다. 이런 비합리성이 투자자 저항과 혼란을 부른다. 동일 행위에는 동일 세금을 매기는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상품 간 형평과 과세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야 자본시장이 성숙한다.”
해법이 있을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이런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였다. 주식·채권·펀드의 양도 차익과 배당소득을 합산 과세하고, 손익 통산, 손실, 이연을 허용해 형평성을 높이려 했다. 다만 원칙 정립 없이 추진돼 반발에 부딪혔다. 금투세 도입을 위해 거래세를 낮추고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올렸는데, 금투세 유예 뒤 거래세 복원은 이해되지만 대주주 기준을 다시 10억원, 30억원으로 낮추는 건 치명적 절충이다. 근본 처방은 세제 전면 재점검과 수용 가능한 보완책 마련이다. 예컨대 새 체계에서 5년 손실 합산을 소급 적용하는 등 납세자 이익을 높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고령화로 재정 지출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감세 요구보다 투명한 세원 확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세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