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해 8월 25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은 8월 8일 오후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이 지난 2월 신청한 국가 기본도에 대한 국외 반출 결정을 한 번 더 유보하고, 처리 기간을 60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르면, 1 대 2만5000 축척(지도상 1㎝는 실제 250m)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와 학계는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가 두 나라 무역 협상의 의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지켜본 뒤결정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위치 기반 데이터’를 꼽았다.

구글의 지도 반출 시도는 2007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정부는 그때마다 국가 안보,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국내 지도가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에 제공되면 외국인의 방한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구글 지도 반출을 둘러싼 문제를 10문 10답 형태로 정리했다.

Q1│구글은 왜 지도 반출 신청을 냈나.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 지도를 통해 장소, 길 찾기, 교통,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250여 개국과 지역, 20억 명 사용자가 80여 개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대다수 나라에선 다양한 경로의 길 찾기 서비스가 구글 지도로 실시간 제공된다. 한국에선 대중교통 경로 안내만 된다. 

구글은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Q2│상황이 어떻길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관광 불편 신고는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나 증가했다. 가장 불만이 집중된 앱은 구글 지도였다. 주된 원인은 길 찾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당 리뷰는 구글에서 하고 걸어가는 길만 찾으려면 네이버 지도로 가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Q3│구글이 반출을 요구한 지도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모든 지형지물을 1 대 5000 축척의 국가 기본도다. 현실에서 50m는 지도 위에 1㎝로 표시된다.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 정보와 지형지물 종류, 상태를 설명하는 속성 정보가 들어 있다. 내비게이션 지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가장 기초적인 국내 지도 데이터 용량은 100~200㎇(기가바이트)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본도에는 아주 최소한의 기본 정보만 담긴다”며 “구글이 원하는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국내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Q4│지도 반출이란 어떤 개념인가.

지도는 모두 디지털 파일이다. 구글이 다른 나라처럼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로 국내 지도 데이터를 옮겨 경로 계산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Q5│승인이 필요 없는 지도 쓰면 되지 않나.

구글은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1 대 5000 축척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도심의 한국 운전자가 사용하는 티맵이나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도 이 축척을 사용한다.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 전문가도 도로 사정이 단순한 지방이나 유럽 같은 해외는 1 대 2만5000 축척 지도로 구축이 가능하지만, 서울처럼 복잡한 도심 도로 속성을 반영하려면 1 대 5000 축척 지도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Q6│1 대 5000 지도는 고정밀 지도인가.

국토부와 일부 언론은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결정을 유보했다고 쓰고 있다. 일부 학자도 정밀성은 상대적 개념이며 국가 기본도를 사실상 고정밀 지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국토지리정보원은 홈페이지에서 1 대 5000 축척 지도를 국가 기본도, 1 대 1000 축척 지도를 고정밀 전자 지도로 분류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또 지난해 진행한 ‘고정밀 전자 지도 구축 챌린지’에서 1 대 1000 축척 지형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도 “1 대 5000 축척 지도를 고정밀 지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Q7│한국에 서버를 두면 문제가 없지 않나.

미국 지도 정보 회사 나브텍(현재 히어맵)이 내비게이션 지도 사업을 하기 위해 국내에 서버를 구축한 선례가 있다. 구글은 길 찾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복잡한 경로 계산이 필요하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가 동시에 요청하더라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결국 세계 곳곳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에도 서버를 배치해야 하지만 구글은 아직 한국엔 서버를 두지 않고 있다. 구글 측은 “한국에 현재 서버가 없다는 것일 뿐 서버를 영원히 두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며, 설령 서버가 현재 있다고 해도 분산 처리를 위해 앞으로도 반출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Q8│정보 유출 시 안보에 치명적이지 않나.

지도가 중요한 안보 자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 기본도에는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군부대 등 주요 좌표와 속성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도가 해상도 1m 안팎의 고해상도 위성사진과 함께 사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를 활용하면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민감 시설 위치의 좌푯값을 추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학계나 업계 관계자는 이런 안보 논리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플래닛랩스나 맥사, 블랙스카이 같은 해외 위성 업체가 매일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국내 군부대와 민감한 시설을 찍고 있다. 그록이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 인공지능(AI)도 청와대를 비롯해 국내 주요 시설의 위도와 경도 좌표를 알려주는 등 이미 좌표 등을 얻을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Q9│지도를 내주면 국내 산업에 치명적일까.

이 문제 역시 견해가 나뉜다. 네이버와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같은 국내 지도 서비스를 주도하는 회사는 지도 반출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플랫폼을 가진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쇼핑, 관광 등 사업에 활용하면 국내 관련 산업과 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데이터 주권도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공간 정보 업계 일각에선 구글에 생태계를 개방하면 오히려 현재 정체된 국내 산업에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Waymo)’나 로봇 배송 등의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 국내 기업도 자연히 경쟁력이 올라가고 미국처럼 국방 안보 분야에서 활약하는 첨단 공간 정보 분야 스타트업과 위성 영상 기업도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Q10│한국은 뭘 챙겨야 할까.

정부는 1991년 이후 예산 1조원을 들여 지도 데이터를 만들었다.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에도 서버를 두고 제값을 내고 사용하게 하는 것을 최소한의 원칙으로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