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 /BMW코리아
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 /BMW코리아

BMW그룹 산하로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하는 브랜드 미니가 최근 전기차(EV) 3종을 새로 내놨다. 브랜드의 중심 제품인 미니 쿠퍼와 첫 전용 EV 에이스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컨트리맨이 주인공이다. 미니는 고카트(Go-Kart) 감성을 추구하는데, EV에서도 그런 감성이 잘 구현됐는지가 신제품의 관건일 것이다. 고카트는 날렵하고, 반응이 즉각적인 작은 차라는 의미로, 운전자가 도로와 바로 맞닿아 있는 듯한 직접적이고 민첩한 조향, 차체와 도로의 일체감을 주는 주행 특성을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올 일레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는 작은 차 위주의 미니 브랜드에서 가장 크기가 크다. 이 때문에 미니에서는 컨트리맨이 ‘패밀리카(4인 가족이 타도 무리가 없는넉넉한 공간을 가진 차)’로 규정된다.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 올 4는 지난해 선보인 3세대 컨트리맨(내연기관)과 비교해 길이(4445㎜)는 150㎜, 너비(1845㎜)는 25㎜, 높이(1635㎜)는 105㎜ 키운 것이 특징이다. BMW 순수 EV iX과 크기가 거의 같은데, 두 차는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미니(mini)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큰 차체 볼륨이 인상적이다. 

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 /BMW코리아
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 /BMW코리아

둥근 헤드램프가 미니의 디자인적인 특징이라면, 전기 미니는 헤드램프 디자인에 ‘각(角)’을 넣었고, 그릴도 내연기관 모델과 다르게 각진 형태다. 주간 주행등(DRL·Daytime Running Lamp)은 세 가지 형태로 디자인을 운전자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는데, 함께 출시된 올 일렉트릭 에이스맨과 공통 사항이다. 

뒤쪽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으로 마감했지만, 역시 각진 형태를 디자인 요소로 넣었다. 예상컨대 번개의 픽토그램(그림문자)에서 그 형태를 따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점이 전통적인 미니 팬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새 시대, 새 동력계를 연다는 느낌의 변화라면 납득이 간다. 리어램프도 세 가지 디자인 변경이 가능하다. 

실내는 신형 미니의 기조를 그대로 따른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쓴 대시보드는 투톤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뒤쪽으로 원래 있어야 할 계기판은 삭제됐다. 대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기존 계기판 역할을 하고, 나머지 차량 정보 등은 커다랗고 둥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모두 맡는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패널이다. OLED를 사용한 덕분에 그래픽이 선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넣은 탓에 조작이 어렵다. 디스플레이 내 그래픽이 변화할 때 반응이 굼뜬 점도 불만이다. 

공간성은 뛰어난 편이다. 2열에 성인이 타도 거주 공간이 충분하다. 무릎이나 머리 공간이 여유롭다. 무릎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뒷좌석 아래쪽이 살짝 짧은 느낌인데, 장거리 주행 때 허벅지를 충분히 받쳐내지 못해 불편할 가능성이 있다. 

내연기관 미니와 확연하게 달라진 점은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미니는 여성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디자인으로 유명하나, 실제 운전해 보면 거칠고 단단한 감성을 특징으로 하는 브랜드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도 통통 튀는 고성능을 받아 내기 위해 무겁게 설정됐는데, EV로 넘어오면서 그런 감각은 모두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손가락으로도 차를 쉽게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고 한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앞바퀴 움직임을 따라오는 후륜 추종성도 그렇다. 

반면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하다. 특히 저속에서 노면의 굴곡을 만났을 때 특유의 고카트 감각이 재미있게 나타난다. 이런 느낌에 거부감이 들지 않으려면 통통 튀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해야 한다.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이 딱 그렇다. 미니보다는 BMW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시승 차는 네 바퀴 굴림(AWD) 시스템을 갖췄으며, 최고 230㎾의 출력, 최대 50.4kgf.m의 토크를 낸다. 66.5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326㎞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급속 충전)는 약 29분, 배터리 0%에서 100%로 완충까지(완속 충전)는 약 7시간이 걸린다. 

작은 배터리 용량 탓에 주행거리가 짧다. 장거리 주행 때는 살짝 부담된다. 시승하는 3일간, 약 600~700㎞를 주행했는데, 중간에 1번 정도 충전(완충)했다. 시승 중간에 남은 주행거리를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경쟁차가 4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미니 중에서는 가장 큰 차이기 때문에 달릴 때 뒤뚱거릴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빠르게 달릴 때도 차선을 바꿀 때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부족함 없이 출력이 오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기모터는 힘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특징이 있는데,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도 그런 EV의 특성이 잘 나타났다. 여기에 차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낮은 무게중심 실현이 가능해져, 빠르게 코너를 돌아도 좌우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다. 

가속할 때는 BMW의 EV처럼 가상 사운드가 들려온다. 엔진의 느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카트 같은 전기 사운드가 울리는데, 미니의 개성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다. 내연기관을 흉내 낸 사운드는 오히려 EV만의 개성을 없애는 역효과를 낳는다. 미니의 선택이 훌륭하다고 본다. 

동력계와 디자인, 주행 감각 등을 고려할 때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은 지금까지 소비자가 만나왔던 컨트리맨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있다. SUV임에도 미니의 감성이 있던 이전 컨트리맨은 직관적이고 다부짐을 매력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이번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은 그 초점을 ‘가족’으로 완전히 옮겨왔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나 승차감 등을 바꾼 점에서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전통적인 미니의 팬은 이런 변화가 생소하게 느껴질 테지만, 미니 역시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보다 잘 팔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품에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지금의 올 일렉트릭 컨트리맨일 것이다. ‘미니는 불편하지만, 거친 맛에 산다’는 말은 EV라는 새 시대를 만나 ‘미니도 부드러운 맛에 산다’ 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런 변화에 대해 반가워하지 않을 소비자는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올 4 가격은 6610만원이다. 앞바퀴 굴림 차(FWD)인 일반 모델의 가격은 567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