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중국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명으로 조사됐다.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과 국제 경고선인 1.5명을 모두 밑돌았다. 1950년만해도 5.8명이었다. 지난 70년 간 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감소 폭(4.8명)을 보인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 가임 여성의 평균 희망 자녀 수는 2017년 1.76명에서 2019년 1.73명, 2021년 1.64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향후 출산을 책임질 주요 세대인 ‘90허우(90后·1990년대생)’ ‘00허우(00后·2000년대생)’의 희망 자녀 수는 이보다 더 적다. 각각 1.54명, 1.48명에 그친다. 저출산 위기는 단순한 인구문제를 넘어 경제성장의 근본적인 동력을 위협한다.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노동력 공급 감소와 생산성 증가율 둔화다.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 위기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며 사회보장 기금의 수지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7월 28일 저출산 대응을 위한 대규모 육아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동에게 매년 3600위안(약 70만원)을 최장 3년간 지급하는 제도다. 중국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육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자는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일본이나 한국 등과는 달리,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라면서 “청년 실업률을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제성장 둔화가 계속되며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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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에 관한 뉴스는 대체로 지정학적 흐름, 특히 미·중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14억 중국인은 이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훨씬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가족의 축소다.

유교적 가치관은 수천 년 동안 가족을 사회질서와 조화를 유지하는 핵심으로 정의했다. 아들은 농장과 사업을 관리하며 노부모를 부양했다. 딸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확장했다. 이렇게 형성된 대가족 네트워크는 학교 설립과 분쟁 해결 같은 중요한 경제·사회적 기능을 수행했다. 유럽에선 교회가 맡았을 법한 기능이다. 이런 경제·사회구조는 1950~70년대의 혼란 속에서도 유지됐다. 1949년 새로 들어선 공산당 정권(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에게 가족, 심지어 배우자와도 떨어져 기숙사에 살도록 권장한 바 있다. 자녀는 국영 보육원이나 기숙학교에 보내도록 장려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가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합계 출산율이 1963년 7.51명에서 2023년 1.0명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인구구조 붕괴는 중국의 경제·사회·정치 전반에 위험을 안긴다.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스웨스턴대 중국경제연구소 디렉터, 전 하버드대 웨더헤드  국제관계센터 연구원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스웨스턴대 중국경제연구소 디렉터, 전 하버드대 웨더헤드 국제관계센터 연구원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그 뿌리가 깊다. 1900년부터 1979년까지 중국 인구는 4억 명에서 9억69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시기 식량 부족은 매우 흔했으며, 중국은 ‘기근의 땅’으로 불렸다. 특히 1959~61년 중국은 기록상 ① 최악의 기근을 겪었고, 높은 인구밀도와 심각하게 잘못된 정부 정책이 맞물려 2000만~4500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엄격한 가족계획 정책을 도입했다. 자녀를 한 명만 두도록 제한한 것이다.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은 2016년 두 자녀 허용, 2021년 세 자녀 허용으로 완화됐지만,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처럼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2년 중국의 1인당 평균 가처분소득’ 자료를 보면, 도시 거주자 9억4400만 명의 가처분소득은 연간 6224달러(약 866만원)다. 농촌 거주자 4억6500만 명의 가처분소득은 연간 2777달러(약 386만원)다. 미국의 1인당 평균 가처분소득이 연간 6만3589달러(약 8850만원)로, 미국의 물가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중국과 격차가매우 크다. 게다가 중국은 학사 학위가 있는 청년층에게도 취업 기회가 제한적이다. 간단하게, 중국 가정은 더 많은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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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젊은 부모 세대는 또 하나의 심리적 장벽을 안고 있다. 대가족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은 부모가 모두 외동인 가정에서 외동아이로 자랐다. 형제자매나 사촌과 놀아 본 경험이 없고, 조부모 넷을 포함해 다수 성인의 보호 속에서 자랐다. 그 결과, 많은 젊은 부모 세대가 대가족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그 개념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성인 보호자가 점차 고령화하면서 부양 의무는 무거워지고 있다. 취업 기회가 적고 임금이 낮은 노동시장에서 줄어드는 생산 가능 인구는 증가하는 노년층을 부양해야 한다. 부양 책임은 재정뿐 아니라 신체·정서적 돌봄까지 포함한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 젊은 세대는 부모와 조부모의 유일한 자랑거리다. 부모와 조부모는 자녀 성공을 위해 평생의 시간·에너지·돈을 쏟아부었다. 이제 젊은 세대는 태어나지 않은 형제자매와 사촌을 대신해, 이 모든 희생에 보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책임감을 어린 시절부터 체감한다. 놀이터는 대체로 비어 있고, 공원은 방과 후나 주말에도 주로 노인으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대신 집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과도한 압박은 청소년·청년층 우울증과 자살률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② 청년 실업률을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③ 경제성장 둔화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제한된 일자리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해, 정부가 연금을 인상할 재정 여력을 제약할 것이다.

중국 정부와 가정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해관계로 강하게 얽혀있다. 경제· 사회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고, 쉽게 정치적 불안정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전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폭넓은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여전히 출산율은 낮다.

가족과 친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 형제자매와 사촌이 없는 개인으로 구성된국가로 변하면 어떻게 될까? 부양할 젊은 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년층의 삶은 어떻게 될까? 가족을 미덕이자 삶의 방식으로 여겨온 평범한 중국인은 자녀 없이도 만족할 수 있을까? 사회·경제적 격변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Tip|

국공 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은 1949년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했다. 마오쩌둥은 공업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1958년부터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을 벌였으나, 현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계획으로 인류사 최대의 대기근을 초래했다. 7년 안에 영국을, 8년 혹은 1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공업 생산지표를 급격히 높이고 농촌에서 과도한 인력을 차출한 결과, 노동력을 잃은 농촌의 농업생산력이 급감했다. 흉년까지 겹치면서, 대약진운동이 벌어진 1958~62년에 최대 45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학계는 추정한다. 대약진운동 실패는 마오쩌둥의 권력 약화로 이어졌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재학생 제외 수치)은 2025년 6월 기준 14.5%로 집계됐다. 중국은 2023년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21.3%로 치솟자, 통계 발표를 수개월 중단한 뒤 재학생을 청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수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재학생을 제외한 새로운 통계 방식 기준으로 2023년 12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14.9%였는데, 2024년 8월엔 18.8%까지 올랐다. 최근 실업률 수치(14.5%)는 1년 만의 최저치지만, 여전히 10%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도시 지역 국유·공기업 등 공공 부문 직장인 연평균임금은 12만4110위안(약 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도시 지역 민간 기업 직장인 연평균임금은 6만9476위안(약 1344만원)이었다.

중국은 2024년 5.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중국 경제성장률은 2011년 9.6%, 2013년 7.8%, 2015년 7.0%, 2017년 6.9%, 2019년 6.0% 등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2020년 경제성장률이 2.2%로 급락했다.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원년인 2023년은 경제성장률이 5.2%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을 4.8%로 전망한다.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정리=고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