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이제 2개월이 지났다. 집권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60% 내외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는 잘해 왔다는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렸다고도 할 수 있는 한미 통상 협상은 아쉬운 점도 있고 앞으로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과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기 전에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당장은 0%대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고,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3%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기업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주의할 점이다. 사용자 범위 및 근로 조건 확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신원보증인 면책 등을 골자로 한 ‘노란 봉투법’은 물론 집중 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추진하는 상법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EU상공회의소가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우려하고 있다. 투자와 고용 창출의 핵심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 환경 개선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책 목표와도 부합한다.
‘코스피 5000 시대’도 마찬가지다. 증시 부양 성격의 정책 기대감에 최근 코스피는 2700 전후 수준에서 3200대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율 인상 등 정책 목표와 상충하는 세제 개편안 발표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시장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는 주식시장 부양을 통해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겠다는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 억제책만 강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부동산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주식시장으로 자본이 유입될가능성도 크지 않다.
산업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철강 등 주요 산업에 ‘K’를 붙여 상징성을 부여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연구직 노동시간 규제 완화같이, 산업계의 절실한 요청도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공약도 같은 맥락이다.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AI 산업 역시 안정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산업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새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 당국에서 분리돼 산업 육성보다 규제를 더 중시하는 부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커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관한 정보 비대칭성과 투명성도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책은 그 자체의 신뢰성은 물론 예측 가능성을 줄이고, 경제사회 전반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보 비대칭성을 초래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는 공공 부문에 대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혀 정책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각각의 사례가 단편적이고 연관성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일관성과 투명성 없는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