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타이드 2025 기업 전시 부스. /박근태 기자
스페이스타이드 2025 기업 전시 부스. /박근태 기자

일본에 100년 만의 대지진 괴담이 무성하던 7월 8일. 도쿄 미나토구의 도라노몬힐스 모리센터에 1000명이 훌쩍 넘는 전 세계 우주산업 관계자가 모였다. 이날 개막한 일본 최대 민간 우주 행사 ‘스페이스타이드(Spa-cetide) 2025’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일본의 민간 기구 스페이스타이드 재단이 매년 여는 이 행사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올해 주제는 ‘모든 인류를 위한 우주의 문 열기’이다. 각국에서 온 참석자는 우주산업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오쓰 게이지 혼다 기술연구소 소장은 이날 기조 연사로 나서 “혼다는 80년 넘게 자동차와 오토바이, 로봇, 최근에는 제트기를 개발해 왔다”며 “이렇게 쌓은 기술력으로 사업 영역을 우주로 확대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혼다는 미국 유인 우주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겨냥해 달과 화성에서 인간을 대체할 아바타 로봇, 달 기지에서 사용할 물과 전기 공급 장치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재사용 발사체 시험 발사와 착륙에 성공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소니도 이번 행사에서 회사가 보유한 소형 위성 스타 스피어(Star sphere)가 우주 교육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국가대표 우주 벤처인 악셀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18개로 이뤄진 지구 관측 위성군을 완성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두 번째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로 끝난 일본의 아이스페이스도 이번 행사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매년 이 행사에는 NEC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우주 스타트업, 보험사, 대학,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홋카이도 같은 지방자치단체,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까지 참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주일 미국 대사관도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힘을 실어준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로켓랩,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상업 우주 시대를 주도하는 기업도 대거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선 김정균 보령 대표와 이성희 컨텍 대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존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 등이 지금까지 참석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행사는 참석자가 400명에 불과한 일본 국내 행사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35개국에서 1800명이 참가한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 최대 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한때 일본도 우주개발은 정부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2015년 설립된 스페이스타이드 재단은 그런 인식에 변화를 줬다. 30대 청년들이 주도해 설립한 이 재단은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와 민간, 해외와 지역, 우주와 비우주 분야를 잇는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10년간 1조엔(약 9조5000억원)을 기업과 대학의 우주 기술에 투자하는 우주 전략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날 축사에 나선 기우치 미노루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일본 정부는 이제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우주산업을 보고 있다” 며 “일본 민간 우주산업 확대에 스페이스타이드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민간 우주산업의 에반겔리스트(전도사) 이시다 마사야스(石田真康) 재단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페이스타이드는 어떤 조직인가

“우주산업의 발전, 우주 비즈니스의 새로운 조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 하나로 2015년부터 아·태 지역 최대 우주 비즈니스 콘퍼런스인 스페이스타이드 행사를 열고 있다. 우주 비즈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우주 비즈니스의 진전을 분석한 보고서 컴퍼스(Com-pass)도 매년 2회 발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15년은 우주개발이 민간 우주산업으로 막 진입하던 시기다. 일본 정부도 민간 우주산업 육성의 기본 틀을 발표하고 아이스페이스와 악셀스페이스 같은 기업이 막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 후 우주에서 활동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주 궤도를 도는 위성만 해도 8배가 늘었다. 우주 수송 능력이 향상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아·태 지역에서만 20개 넘는 나라가 우주청을 설립했고, 우주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우주산업의 주목할 성과가 있다면.

“최근 일본은 H3 로켓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상업 발사를 시작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우주 관련 신생 기업이 우주산업에 진출했다. 얼마 전 혼다는 실험용 재사용 로켓의 발사와 귀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우주산업은 정말 확대될까.

“세계경제포럼(WEF)은 2035년까지 우주 경제 규모가 1조8000억달러(약 25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우주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약 10배, 의료 산업보다 약 20배 더 큰 시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우주는 매우 틈새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진정으로 위대한 산업이 되려면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올해 콘퍼런스 주제를 ‘모든 인류를 위한 우주의 문 열기’로 잡은 이유다.”

다양한 산업이 우주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산업계를 고객으로 유치한다면, 우주산업은 인류에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기술은 우주산업에 새로운 DNA를 제공할 것이다. 다양한 산업과 협력을 통해 우주는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주 민주화는 왜 필요하고 어떻게 이뤄질까.

“진짜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우주가 사회와 산업의 모든 측면을 변화시키고,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우주 관련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우주 민주화를 위한 매우 독특한 문화적·역사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상징적인 건담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우주 관련 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상업적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우주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최근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곳곳에선 자립형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우주 생태계 혁명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우주정거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산업 주도적 접근 방식을 통해 민간 부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요즘 우주는 안보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은 2년 전 최초의 우주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민간 부문과 협력을 가속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시다 마사야스 스페이스타이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일본 도쿄대 기계공학과 졸업, AT 커니 도쿄지사 디렉터, 일본 내각부 우주 정책 위원회 우주 민생 이용 부회 위원 /박근태 기자
이시다 마사야스 스페이스타이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일본 도쿄대 기계공학과 졸업, AT 커니 도쿄지사 디렉터, 일본 내각부 우주 정책 위원회 우주 민생 이용 부회 위원 /박근태 기자

일본이 미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미·일 공동 정상 성명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달 표면 탐사를 포함한 유인 탐사 분야에서 양국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우주개발의 성공을 위해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국제 협력도 중요하다.”

일본 우주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현재 일본 국내 수요만으로는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시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더 많은 인재, 더 많은 기술 그리고 상업 우주산업 외의 투자가 여전히 필요하다. 기업공개(IPO)는 우주 기업의 목표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IPO 이후의 전략도 필수적이다. 특히 경영진이 기술을 보는 관점은 앞으로 자금 조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어서 해외로 사업 확장은 필수적이다.” 

도쿄=박근태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