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은 지난 4월 인도에 상호 관세 25% 부과를 예고했다. 이후 양국은 다섯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 다. 그런데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에 인도가 부과하는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문제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이슈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 와 러시아의 원유 거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8월 6일(이하 현지시각) 인도에 추가 25% 관세를 부과하 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도 압박을 가하는데, 인도가 그 표적이 된 것이다. 인도를 향한 미국의 관세 는 8월 27일 발효되는데, 미국 무역 협상단은 8월 25일부터 닷새간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무역 협상단의 인도 뉴델리 방문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단기간 내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이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추가 25% 관세에 반발해 미국 무역 협상단과 협상을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인도에 대한 미국의 50% 관세 부과는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인도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불공정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추가 관세 25% 부과에 반발해 8월 7일 36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보잉 P-8 대잠초계기 6대 등 미국산 무기 도입 을 유보했다. 모디 총리는 독립기념일인 8월 15일 연설에서 ‘강한 인도’를 강조하면서 제트엔진, 전기차 배터리 등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인도의 버티기에 미국도 당장 뾰족한 수 가 없어 인도와 협상 결과가 트럼프 관세정책에 큰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 데 인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국과 연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필자는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찾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국가 와 무역·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단기 이익은 얻을 수 있 겠지만 장기적으로 인도가 입게 되는 피해가 단기 이익을 초과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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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미국의 경제 관계는 트럼프가 아이폰과 일부 의약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도산 수입품에 대해 50%의 전면적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번 조치로 인도는 트럼프 관세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표적이 된 다섯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브라질(50%), 시리아(41%), 라오스(40%), 미얀마(40%)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발표는 인도 정책 결정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특히 모디 총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을 지지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처벌이라고 설명했지만 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듯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은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결정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인도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오히려 인도를 당연하게 여기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트럼프의 선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취급되게 된 것일 수 있다. 이런 역학 관계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 ‘바보(The Ninny)’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 고용주는 자녀의 가정교사가 1년간 받는 교습비에서 거의 한 달 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마음대로 공제한다. 그럼에도 가정교사는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 고용주는 가정교사의 수동성을 비겁하다고 꾸짖고 더 큰 착취를 이어간다. 

비동맹 운동을 공동 창설한 인도는 그동안 어떤 강대국에도 종속되지 않는 균형 있는 외교를 유지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에게 굴종적인 인도의 태도는 오랫동안 강하고 독립적인 국가로서 보여온 인도의 전통적 역할과 대비된다. 

인도가 그동안의 유산을 살려 전략적 자율성을 찾기 위해서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같은 나라와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유럽과 중남미를 포함한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국가와 무역·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에 나서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보복관세는 미국에도 타격을 주겠지만 인도가 입을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지만 인도는 미국의 열 번째 교역 상대국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도의 보복관세를 흡수할능력이 있다. 반면 인도는 미국의 관세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용기가 반드시 맞대응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교역 파트너에게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자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실수다. 

물론 관세가 경제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잘 알려진 게 ② 유치산업 보호관세를 강조한 유치산업론(infant industry argument)이다. 유망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산업의 경우 일시적인 관세 보호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에 나서게 해 성장과 규모의 경제 달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산업이 성숙하면 관세를 줄여야 하며 개방 경쟁의 규율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카우식 바수 코넬대 경제학 교수 - 인도 델리대 경제학, 영국 런던정치대 경제학 석·박사, 현 코넬대 경제학 교수, 현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카우식 바수 코넬대 경제학 교수 - 인도 델리대 경제학, 영국 런던정치대 경제학 석·박사, 현 코넬대 경제학 교수, 현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인도는 유치산업론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 곳이다. 1977년 정치적 분쟁으로 정부가 IBM을 추방하자 인도는 자체적으로 PC를 개발해야 했다. 무역 장벽 덕에 인도 컴퓨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유치산업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피운 것은 1991년 경제개혁으로 국제 경쟁에 노출되면서다. 이 시기 인포시스, 위프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 같은 인도 기업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며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 인상은 유치산업 보호가 아닌 이미 성숙한 산업을 보호하는 ‘고령산업 보호’에 가깝다. 더구나 미국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경제국과 경쟁하려면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인도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과 같이 관세를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복관세에 나설 경우 단기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입게 되는 피해가 단기 이익을 초과할 수 있다. 인도는 트럼프가 스스로 실수를 깨닫고 정책을 되돌리기를 바라야 한다. 

Tip |

WSJ는 8월 7일 ‘트럼프의 가파른 관세로 인도 경제가 험난한 길에 직면했다’ 기사에서 “트럼프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인도에 부과한 50% 관세는 형벌적 조치에 가깝지만, 설득력 있는 이유에 기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등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도 관세가 부과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가 아닌 대체 원유를 찾아야 한다면, 이로 인해 세계 원유 가격에 미치는 간접적인 여파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며 “인도를 향한 트럼프의 고율 관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라고 했다.

유치산업은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현재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을 말한다. 자유무역주의는 국가 간 산업 경쟁력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공업화가 뒤떨어진 나라는 무역 장벽을 통해 유치산업을 육성한 후 자유무역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론이다. 1791년 미국 초대 재무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주장했으며, 1841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국민경제학 체계’에서 이론화하면서 알려졌다. 유치산업론은 산업화 초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제 환경과 기술혁신, 국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무역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전반적인 평가다.

카우식 바수 코넬대 경제학 교수

정리=윤진우 기자

정리=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