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한 원조는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다. 그는 산업혁명에 뒤처진 독일이 신생 제조업을 발전시킬 때까지 관세를 통해 일정 수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치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보호관세를 부과해 한시적으로 후발국 제조업을 보호하다가, 생산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유무역으로 이행한다는 것이 기본 논리다. 국제 경쟁에서 불리한 후발국 취약 산업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성장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의 관세를 상당 부분 용인해 온 근거가 되기도 했다. 2021년 UNCTAD(유엔무역개발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최혜국대우를 받는 국가 평균 관세는 2021년 기준 선진국은 3%, 개도국은 7%로, 개도국이 4%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유치산업의 보호관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첫째, 선별성이다. 광범위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전략산업에만 적용한다. 둘째, 한시성이다. 특정 산업의 보호는 기한과 생산성 목표치 등을 명확히 하고 기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종료해야 한다. 셋째, 경쟁 유지다. 관세를 통해 국제 경쟁에서 보호해 주지만 국내에서는 독점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경쟁을 유지해야 한다. 관세만으로는 생산력을 키울 수 없어 철도·항만·교육·금융 등의 인프라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
유치산업 보호관세는 항상 영구 보호의 유혹, 무분별한 전면 관세의 확대, 산업 선정 실패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내외에서 이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
트럼프 2기(2025~2028년) 정부는 2025년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그리고 7월 31일(현지시각) 수정된 상호 관세를 국가별로 발표했다. 주요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개별 협상을 통해 확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관세정책은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상호주의 기본 관세 리스트와 개별 딜(거래)의 결과다. 일괄 인상 후 양자 협상을 통해 낮춰주는 구조로, 딜에 따라 ‘스냅백(합의 불이행 시 관세 재부과) 혹은 감면’을 결정한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협상 기회를 잃는 인센티브 구조로 되어있다. 둘째, 기술 및 경제 안보의 연계다. 반도체와 장비 등 핵심 기술 통제망은 관세 외 압박 수단이다. 보복관세에 첨단 부품과 장비에 대한 접근이 막히면 자국 산업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셋째, 딜 패키징이다. 시장 접근성을 대미 투자, 구매 약속 같은 패키지로 묶어서 딜을 하는 방식이다.

1930년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제정해 2만 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약 40% 이상으로 높여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요 교역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해 세계 무역량은 65% 이상 감소했고, 미국의 대공황 확대와 전 세계적 경제 불황을 초래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관세를 원천적으로 막고 외국자본의 미국 투자 및 수입선 확대를 통해 국내 산업 부흥까지 교역 상대국에 맡기고 있어서 1930년대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학계는 비판적이다.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하버드대 교수는 생산력 제고 같은 목적의 명확성, 성과 지표와 선별적 조치에 한정하는 수단의 협소성, 자국 내 산업 정책을 보완하는 국내 정책과 결합성 등을 관세정책의 정당화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결국 자국 비용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결과는 머지않아 현실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나 대부분의 학자나 시장 참여자는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무역의 감소, 물가 상승, 성장률 감소 등을 예상한다. 그러나 더 염려스러운 것은 무차별적인 관세 압박이 세계적인 자국 이기주의와 극우 민족주의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보호 본능이 과도하게 자극되면 전쟁 위협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