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정 상법은 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불안정하게 한다. 거버넌스가 불안정하면 기업은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 투자 이면에는 언제나 횡령과 배임의 속성이 도사리고 있다. 상법은 연구개발을 하고자 하는 기업을 배임·횡령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

“‘노란 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은 기업에는 치명적인 독소 규제이며, 2차 개정 상법 역시 기업의 장기 투자를 막는다.”

여당 주도로 8월 24일과 8월 25일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 봉투법’과 ‘2차 개정 상법’을 두고 한국규제학회 회장, 대통령 직속 규제 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같이 평가했다.

이른바 노란 봉투법은 원청 업체가 하청, 간접 고용, 특수 고용 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용자로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사용자만이 단체교섭 상대가 될 수 있었지만, 근로자의 교섭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또한 기업이 파업한 노동자에게 막대한 손해배상청구(대규모 민사소송)를 할 수 있는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아울러 ‘더 센 상법’이라고 불린 2차 개정 상법이 통과되면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이 의무화됐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도 기존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확대됐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이와 같은 법 조항이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해외 이전을 유도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경영학, 미국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
정책학 석·박사, 현 한양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소장,
현 국가 R&D 중장기투자전략수립
총괄위원회 총괄위원, 전 한국규제학회 회장,
전 기획재정부 경제규제혁신 TF팀 공동민간팀장,
전 대통령직속 규제 개혁위원회 위원 /사진 김태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경영학, 미국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 정책학 석·박사, 현 한양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소장, 현 국가 R&D 중장기투자전략수립 총괄위원회 총괄위원, 전 한국규제학회 회장, 전 기획재정부 경제규제혁신 TF팀 공동민간팀장, 전 대통령직속 규제 개혁위원회 위원 /사진 김태윤

최근 통과된 노란 봉투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노란 봉투법은 노조의 지나친 경영 간섭을 허락하고 있어,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지체시키거나 치명적인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노사분규 상황의 핵심은 당사자 책임주의에 따라 양측 힘의 균형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이를 파괴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노사 간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기업에는 치명적인 독소 규제이며 노조에도 장기적으로는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른 통한의 실착이 될 것이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노란 봉투법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법을 고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무슨 규제 때문에 기업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는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다양한 경영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면 결국 국내 기업이 규제가 약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2차 개정 상법 역시 기업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는 법이라고 보나.

“이번에 통과된 2차 개정 상법은 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불안정하게 한다. 거버넌스가 불안정하면 기업은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 투자 이면에는 언제나 횡령과 배임의 속성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구개발(R&D)이다. 정치적인 구호로는 R&D를 하라고 하지만, 상법은 R&D하는 기업을 배임·횡령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 만약 독립 이사가 리스크 있는 R&D 투자를 반대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K-규제 문화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규제는 다른 선진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제성장이 비교적 늦은 후발 국가로서 정부가 직접 나서 개발 행정 차원의 제도와 규칙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이 시장과 민간 주도로 합리적인 규제를 만든 것과 다르다. 예를 들면, 과거부터 한국은 해당 산업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협회를 만들어 시장 관련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업을 창출하는 방식을 취했다. 현재는 아무런 실용적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산업의 중심으로 군림하고 있고, 업체는 협회와 조율하면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 산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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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규제 환경이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구조라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규제는 ‘진입 규제’ 성격이 있다. 알게 모르게 그 업종에 뛰어들려는 새로운 도전자를 방해하고 있다. 각종 협회나 조합은 신규 사업자에게 가입을 강요하는데, 그 수단의 대부분은 ‘규제’다. 건설업 등록만 해도 건설공제조합의 보증 금액 확인서가 필요한데, 조합원이 아니면 제출조차 할 수 없다. 의료, 건축, 화물 등의 업종도 협회나 조합 가입 없이는 사업자 등록이나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만의 규제가 국제 통상 문제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나.

“인공지능(AI)의 극적인 등장으로 클라우드 산업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으나, 그 산업이 미래 산업임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명확한 현상이었다. 그때도 해외 주요 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겨주면 안 된다는 폐쇄적인 주장이 있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마존의 AWS(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애저), 구글의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같은 메이저 플랫폼과 협업할 기회를 놓쳤다. 소위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서버를 우리나라 국내에 마련해야 한다는 규제 때문이다. 이 규제는 향후 한미 통상 협의 과정에서 언제나 중요한 어젠다로 우리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기술혁신을 위해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가장 대표적인 ‘제도의 오용’ 사례다. 정부 문서에 적혀있는 취지는 매우 좋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규제 개혁 조치를 해야 할 사안을 규제 샌드박스에 몰아넣고 수년째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 민원인이 본인의 고충이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이 투자자나 해당 혁신 기업은 투자를 회수하거나 구조조정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다가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소위 규제 샌드박스 성공 사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접수 당시에 바로 조치했어야 할 만큼 당연한 것만 나와 있다. SaaS 관련 사례만 봐도, 2023년부터 현재까지 ‘SaaS의 내부망 이용’ 관련 규제 샌드박스 신청 건수만 157건에 달한다. 동일한 사안이 이렇게 중복적으로 신청되는 현상은 규제로 인한 업계의 피해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보여주는 꼴이다. 당연히 제때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방치해놓고 뒤늦게 풀어주면서 성과로 포장하는 것도 비극이다.”

K-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할 분야는.

“우리나라 규제 개혁은 대통령의 어젠다다. 특정 부분의 규제를 개혁하면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그룹이 생긴다. 그러나 손해를 보는 그룹이 또 다른 규제 개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부처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국민을 여러 측면에서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도권 입지 규제를 완화하여 초고층 R&D단지를 조성하면서 외국인 과학자의 입국과 체류를 편안하게 하고, 좋은 직무에 고용을 창출하고,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유도하고, 법정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더 큰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책임 지고 규제 개혁을 시행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규제 개혁이 본임무인 공적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위원회든 부처든 또는 대통령실의 어떠한 특별한 조직이든 상관없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