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심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주행 환경이다. 좁은 골목, 불법 주정차 차량, 예측 불가능한 보행자 움직임까지, 로봇에 가장 어려운 과제가 집약돼 있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는 한국의 독특한 도시 환경이야말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베드라고 강조했다. 뉴빌리티는 까다로운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시험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카메라 기반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켰다.
규제 샌드박스를 계기로 운행안전인증을 취득한 자율주행 로봇들은 인도(보도)에서 합법적으로 주행이 가능해졌다. 다만 해외 주요국은 보조금 및 연구개발(R&D)을 전폭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며 데이터 활용 규제에서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5년 내 한국이 도심형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 국가가 되길 희망한다”며 “한국형 난제를 극복한 경험이 곧 글로벌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만의 자율주행 로봇 기술 차별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도심 밀집도가 높고, 보행자·차량·자전거가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 좁은 골목길, 불법 주정차, 예측 불가능한 보행자 움직임 등 로봇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과제가 모여 있다. 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해외 경쟁사 대비 뉴빌리티의 강점은.
“카메라 기반 비전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밀지도 없는 자율주행(Mapless Au-tonomy)’이 가장 큰 강점이다. 고가의 센서가 아니라 효율적인 비용의 카메라 중심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과 확장성을 확보했다. 해외 로봇 기업은 센서와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하지만 뉴빌리티는 GPS 의존도를 낮추고 카메라 기반 비전 AI로 실시간 인지·판단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켰다. 또 뉴빌리티는 배달뿐만 아니라 순찰·보안, 교통 모니터링, 방산, 재난 대응까지 확장한 범용 서비스형 로봇 플랫폼을 지향한다.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 및 디지털 인프라와 결합해 해외에 없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도입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데이터 기반 운용 노하우를 쌓아온 것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한국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실제 도로와 보도에서 로봇을 실증할 수 있었다.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나 제한된 테스트베드가 아닌, 실제 보도·도로 환경에서 로봇이 주행하고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은 기술 고도화에 있어 필요한 과정이다. 아쉬운 점은 한시성이다. 실증 기간이 끝난 뒤에도 동일 조건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야 장기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으며 사업 확장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또 어떤 규제가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주나.
“과거에는 지자체별 실증 허가 범위가 달라 어려움이 컸지만, 최근 중앙정부 차원 정비로 지자체 간 편차가 줄고 있다. 다만 지자체별 이해 범위가 다르거나 규정이 전파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여의도 일대만 해도 운영 주체가 여의도공원,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나뉘어 두 번 허가를 받아야 했다. 공원녹지법 같은 규제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 주체는 관련 규제 해소를 모르고 있어 사실상 개별적으로 모두 설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
AI 학습·데이터 활용에 제약을 주는 규제는.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 정보 규제가 매우 강력하다. 해외는 공공 안전 목적이거나 비식별화된 데이터는 비교적 자유롭게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은 실제 로봇 자율주행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빠르게 공유하고 AI 학습에 활용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동일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려면 까다로운 절차와 제한이 뒤따른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규제가 센 편인가.
“미국 등 선진국은 자율주행 배달 로봇 관련 구체적 규제가 거의 없다. 한국도 많이 해소됐지만, 로봇 안전 인증 제도 등 여전히 까다로운 규제가 남아있다. 로봇 안전 인증 제도 같은 경우 약간의 수정에도 재인증을 받아야 해 사업 확산에는 불편함이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어떻게 자율주행 로봇 산업을 지원하나.
“미국의 여러 주는 이미 보도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통행을 합법화했다. 일정한 속도와 크기 조건을 충족하면 보도 통행을 허용하고, 로봇이 법적으로 인정된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덕분에 스타십 테크놀로지스 같은 기업은 수백만 건의 실제 배송 데이터를 축적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도 대학 캠퍼스, 물류 허브, 아파트 단지에서 로봇이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2조원 규모 AI 및 로봇 산업 기금을 조성하고 정부가 최종 사용자 보조금까지 검토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 있어서 한국의 우선 과제는.
“현재는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사용자 보조금뿐 아니라 로봇 기업의 R&D 강화, 안전 인증 제도 간소화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향후 5년 내 한국 자율주행 로봇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한국이 까다로운 도심 환경을 극복한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도심은 세계 최고의 테스트베드다, 여기서 부닥치는 갖가지 문제를 극복한 로봇은 전 세계 어디서든 경쟁력이 있다. 뉴빌리티가 그 중심에 있기를 희망한다.”
배달 로봇, 해외선 도로 누비는데 한국에선 여전히 ‘불법’ 딱지
이신혜 기자
미국에서는 이미 우버이츠(Uber Eats)와 서브 로보틱스(Serve Robotics)가 손잡고 로스앤젤레스·댈러스 등지에서 수천 대의 자율주행 로봇을 실제 도로에서 주행시키며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쉐이크쉑(Shake Shack) 같은 유명 버거 프랜차이즈와 협업해 반경 2마일(3.2㎞) 내 배달을 상업화했고, 로봇이 보도와 도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법적 토대도 마련됐다. 중국에서는 메이퇀(Meituan), JD닷컴이 주거 단지에 로봇 배달을 도입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까지 상업화에 성공했다. 일본도 2023년 법률 개정을 통해 실외 배달 로봇이 합법적으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 작년부터 로봇이 보행자 지위를 획득해 보도로 통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제도 개선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의 인식이나 사회적인 동의가 부족하며, 지자체·환경별 로봇에 대한 이해 범위나 해석이 달라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 정보 보호 규정이 매우 강력해 로봇이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는 로봇 기술 고도화에도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