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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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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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주 오렌세의 한 마을 주변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큰 사진). 스페인에서는 수십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서울 면적의 여섯 배가량 되는 땅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로 네 명이 숨졌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보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까지 일부 폐쇄됐다. 또한 피해가 큰 서북부 갈리시아와 마드리드를 잇는 열차 서비스가 중단됐고 수십 개 마을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여기에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16일 동안 이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11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산불 피해가 겹치면서 측근의 잇단 부패 스캔들로 퇴진 압박을 받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더욱 흔들리고 있다. 산체스 총리 부인 베고냐 고메스는 이번 주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산체스 총리는 “전 세계를 황폐화하는 기후 비상사태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 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전국적인 대규모 협정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인 국민당(PP)은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중앙정부가 산불 대비 계획을 부실하게 세웠으며,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도 있었다. 스페인 내무부는 이제까지 32명을 방화 혐의로 체포했으며 188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기록적인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선 8월 돌발 홍수로 인해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여기에 인도가 8월 27일 라비강 상류에 있는 테인댐과 마도푸르댐 수문을 모두 개방하면서 2022년 폭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당시 파키스탄에선 국토 3분의 1이 침수됐고 1739명이 목숨을 잃었다.

라비강은 인도 측 펀자브주에서 파키스탄 펀자브주 방향으로 흐른다. 8월 26일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인도 잠무 지역에서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힌두교 사원이 물에 잠겼다(사진 1).
사진2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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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는 8월 18~27일 열흘 동안 섭씨 35도를 넘는 더위가 이어지며 역대 최장 폭염일(맹서일·기온이 35도 이상인 날) 기록을 경신했다. 1875년 관측 시작 이래 최장 기록이다. 도쿄 도심에서 관측된 연간 폭염일 수도 23일째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8월 27일 도쿄 시나가와역 인근 거리에서 시민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 대용으로 우산을 쓴 채 걷고 있다(사진 2).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