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4. /사진 기아
기아 EV4. /사진 기아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전기차 전용 라인업이 체계적이다. 2021년 준중형 크로스오버(승용차 기반 SUV) EV6를 시작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2023년), 소형 SUV EV3(20 24년)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여기에 지난 2월 브랜드 첫 전기 세단 EV4가 추가됐다. EV4를 3일간 약 700㎞ 시승했다. 

EV4는 단순 전기 신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SUV 중심의 전기차 시장에 ‘세단’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어서다. 일반적인 세단 디자인이 아닌데, 전기차만의 혁신적인 비율이 돋보인다. 특히 옆 모습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다. 바퀴를 감싼 휠 아치 등에서 기존 자동차 디자인과는 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헤드램프(전조등)와 리어램프(후미등)는 수직 형태로 기아 EV 시리즈의 디자인 통일성을 강조한다. 뒤 유리창 위쪽에는 두 개의 날개(듀얼 스포일러)를 달아 역동적인 분위기를 낸다. 

EV4는 길이 4730㎜로, 기아 내연기관 중형 세단 K5(4905㎜)보다 175㎜ 짧지만, 너비는 1860㎜로 같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820㎜로 K5에 비해 30㎜ 짧다. 트렁크 용량은 490L로, 기존 전기 세단(400~430L)보다 큰 편이다. 하지만 입구가 좁아 큰 짐을 넣을 때 불편하다. 실내는 외관의 화려함에 비해 정돈된 분위기다. 탑승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기능적 공간 구성이다. 기아 전기차 특유의 수평 디자인을 바탕으로 계기판(클러스터),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즐길 거리), 공조기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로 연결된 긴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오디오 볼륨과 공조 온도 및 풍량 조절 버튼을 배치해 조작 편의성을 확보했다. 다만 모든 기아 전기차가 공통으로 채택하고 있는 디자인이어서 실내에서는 차급 또는 차종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스트리밍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즐길 수 있다. 장시간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요긴하다. 동영상뿐 아니라, 음악과 게임, 노래방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는 앞뒤로 움직이는 테이블이 설치돼 있는데, 정차 중 OTT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간단한 음식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간이 식탁으로 활용하면 좋다. 

세단은 본래 시트 위치가 낮지만, EV4는 시트 위치를 높게 설정해 앞좌석 탑승자에게 탁 트인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후방 시야는 답답한 편인데, 유리창 자체가 작다. 디자인과 공기역학 구조에 따른 것으로, 카메라를 통해 후방 상황을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디지털 룸미러가 있다면 좋겠다. 주행 속도나 상황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앰비언트 라이트(실내등)는 고급스럽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여러 재활용 소재를 실내 곳곳에 썼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29도로 설정돼 장거리 주행에도 신체 피로가 적다. 또 외부 전기 공급이 가능한 콘센트를 달아 ‘차박’ 등 야외 활동에 유용하다. 

EV4는 81.4 (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얹은 롱레인지 모델과 58.3 의 스탠다드 모델로 구분된다. 시승 차는 롱레인지 모델로 한 번에 500㎞ 이상을 주행(롱레인지 17인치 타이어 기준 533㎞)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장 거리다. 연료 효율은 ㎾당 5.8㎞(복합)다. 시승 차는 롱레인지 모델이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우측에 붙어 있는 기어 레버를 앞으로 밀어 기어를 D(드라이브)에 두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150㎾(약 204마력)의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부드러운 힘을 앞바퀴에 전달한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니,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소음과 진동 없이 최대 토크가 발현되니, 운전의 즐거움도 배가 된다. 힘전달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는 내연기관(엔진)차와 비교해 확실히 차별되는 점이다. 

속도를 더 내면 전기 세단 특유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이 돋보인다. 운전자 의도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조향 시스템, 도로 굴곡에 따른 충격을 잘 흡수하는 서스펜션 움직임이 만족스럽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장착한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은 전기 세단의 구조적 특징을 활용해 좌우 흔들림을 억제한다. 또 고급스러운 주행 감성과 핸들링 성능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넣었다.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3)는 그런 첨단 기술 중 하나로,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 중 고주파수 진동을 선택적으로 줄여 승차감을 개선한다. 기아 전기차 중에서는 EV4에 처음 적용됐다. 

공기역학적 구조 역시 EV4의 소음·진동 억제 능력, 연료 효율 향상 등에 기여한다. EV4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29로, 기아 차량 중 가장 우수하다. 

제동 능력도 인상적이다. 전기차는 구동 모터의 회생제동과 브레이크의 협응으로 이뤄지는데, 브레이크 페달이 밟히는 정도에 따라 초반은 회생제동이, 후반은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디스크가 물리적으로 접촉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 제동 과정에서 페달의 밟는 힘을 반응 정도에 따라 소위 ‘울컥거리는’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전기차가 많다. EV4는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않았다. 회생제동 구간에서도 실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이는 전기차 제조 경험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의 노하우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요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걱정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도심은 물론이고, 지방의 소도시까지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충전 시설 ‘E-핏(E-Pit)’을 운용 중이다. 다른 회사의 전기차도 충전이 가능한 개방형이다. 규모가 큰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거의 들어서 있어 빠르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EV4는 400V 충방전 시스템을 채택해 고속 충전에 능하다. 시승한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350㎾급 고속 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약 31분 걸린다. 스탠다드 모델은 약 29분 걸린다고 한다. 배터리의 80%를 채웠을 때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약 480㎞로, 단순 계산이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없이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에어컨이나 히터 작동 여부, 도로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시승 차의 제원상 최대 주행거리는 533㎞로, 효율 주행을 하면 600㎞ 이상 주행도 가능해 보인다. 

충전구가 차의 앞쪽에 위치한다는 점은 모든 기아 전기차의 단점이다. 후방 주차가 흔한 한국의 주차 환경에서 충전구가 앞쪽에 있으면 충전을 위해 충전기에 차를 가까이 댈 때 상당히 불편하다. 현대차의 전기차는 보통 충전구가 뒤쪽에 들어가 있어 이런 불편이 적다. 향후 전기차 신차에선 이런 부분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V4는 세단 특유의 차분하고, 안정적인주행 감각과 첨단 전동화, 공기역학 기술이 어우러지고, 뛰어난 배터리 관리 기술로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 효율 등을 갖췄다. 가격적으로 SUV인 EV3와 비교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장거리 주행이 잦아 높은 효율과 승차감이 중요하다면EV3보다는 EV4가 더 적합할 수 있다. 가격은 4192만~5299만원.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