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팎 산업 관계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은 제10회 세계 로봇 콘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격투기 시연이었다. 유니트리(Unitree·宇树科技) 전시 부스안에 마련된 사각 링에는 초등학생 키 정도 되는 휴머노이드 ‘G1’ 두 대가 헤드기어와 글로브를 착용한 채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중이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여러 줄로 겹쳐 서 있던 탓에, 미리 자리를 잡지 않으면 중계 화면으로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유니트리는 ‘항저우 육룡(항저우 소재 6대 기술 기업)’ 중 하나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로봇 기업이다. 2016년에 설립됐고, 여러 기술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생인 왕싱싱(王興興)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그는 저장과학기술대 전기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대에서 기계공학 석사과정 중 4족 보행 로봇(로봇 개)을 연구개발했다.
영화 속 로봇 움직임 재현…상용화 시동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을 주력으로 한다. 휴머노이드는 G1이 대표 제품이다. 지난 5월 항저우에서 G1 6대가 출전한 휴머노이드 격투기 대회를 열었고, 관영 중앙TV(CCTV) 과학 채널이 이를 실시간생중계했다. G1은 버벅거리지 않는 민첩함 그리고 인간의 반사신경과 비슷한 움직임으로 주목받았다. 가격은 1만6000달러(약 2214만원)다. 지난 7월에는 가격을 크게 낮춘 보급형 휴머노이드 R1(5900달러·약 817만원)도 공개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휴머노이드를 만들지 않았던 유니트리가 이 시장에 뛰어든 건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 때문이다. 왕 CEO는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과거 휴머노이드를 가장 반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오픈AI의 챗GPT를 대표로 하는 AI 기술의 뚜렷한 발전과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등 인물이 첨단 기술에 쏟는 관심이 커지면서 휴머노이드에 대한 외부 관심이 급격히 증가해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제품 외에, 신형 로봇 개 ‘A2’ 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행성 탐사용으로 개발된 이 로봇은 최대 100㎏의 무게를 견디며, 보행, 달리기, 점프뿐 아니라 외발 회전도 가능하다. 8월 6일 유니트리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A2는 공중제비를 하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고, 사람의 다리로는 걸어 다니기 어려운 곳도 막힘없이 뛰고 굴렀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보다 앞선 모델인 ‘고2(Go2)’는 1600달러(약 222만원)다. 2025년 6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손인 ‘덱스 5-1(Dex5-1)’을 선보였다.
덱스 5-1은 관절 자유도가 높아 움직임이 부드러우며, 94개의 터치 센서와 온도 센서가 장착돼 있어 무게와 압력, 온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최고 4.5㎏까지 잡을 수 있고, 손은 최고 20㎏의 힘을 견딜 수 있다. 유니트리가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 로봇 손은 자연스럽게 책 페이지를 넘기고, 한 손으로 오렌지를 쥐고 던지고 받기도 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세계 최초로 로봇 개 소매 판매를 시작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로봇 개 전 세계 출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중국 커촹반일보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애지봇(AgiBot·智元机器人)과 함께 지난 7월 총 1억2400만위안(약 240억원) 규모의 양산 계약도 체결했다. 유니트리는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의 자회사에 4605만위안(약 89억원) 규모의 휴머노이드와 로봇 손 등을 공급한다.
중국 본토서 IPO 박차…1호 휴머노이드 상장사 노린다
유니트리는 최근 중국 본토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토종 1호 휴머노이드 상장사가 된다. 경쟁사인 유비테크(优必选)는 본토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해 있다. 유니트리는 지난 7월 상장 신청서를 등록하고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시장은 유니트리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에 상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유니트리의 기업 가치는 최대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AI에 이어 로봇을 전략산업으로 낙점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어, 향후 산업 전망이 밝다. 현지 증권사 둥팡차이푸에 따르면, 왕 CEO는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휴머노이드 시장이 매우 활황을 보이고 있다.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 제조사 모두 평균 최소 50%에서 많게는 100%까지 성장했다” 며 “향후 몇 년간 전 산업의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은 보장돼 있다. 기술에서 더 큰 돌파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2~3년 내에 단숨에 연간 수십만 대, 심지어 수백만 대 출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8월 13일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왕 CEO는 중국 로봇이 생산 및 제조 분야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로봇)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생산·제조와 하드웨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 로봇 기업은 비용 면에서 더 경쟁력이 있고, 사용 장벽이 낮다”며 “이는 향후 대규모 발전에 유리하다”고 했다.
유니트리의 최종 목표는 ‘일하는’ 로봇이다. 공장이든, 공연장이든, 가정이든 모든 분야에서 작업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휴머노이드의 경우) 지금으로선 노동 현장보다는 공연 분야에 더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며 “현재 유니트리 직원은 로봇이 (공연장을 넘어) 다양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