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2026년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250주년이 되는 해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과 ‘분업 (전문화)’은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끌어 온 핵심 원리였지만 지금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 갈등 심화는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분업을 기반으 로 한 글로벌화에 타격을 안기고 있다. 필자도 글로벌 전문화 체제의 후퇴를 강조한다. 19세기 이후 세계와 자유무역은 국가 간 분업을 심화시 켰고,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개도국) 모두의 성장 기반이 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미·중 전 략 경쟁,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후 위기, 지역 전쟁이 이어지며 글로벌 교역 질 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과 미국 우선주의는 이 변화를 제도적으로 굳히고 있다. 과 거 미국은 국제경제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를 뒷받침하며 글로벌 전문화를 가능케 했지만, 지 금은 오히려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를 동일시 하는 보호주의적 가치를 강조한다. 필자는 이 과정을 “전 문화의 국제적 후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또 생성 AI(Generative AI) 파급력에도 주목한다. 스미스가 정의한 전문화의 전제는 ‘특수한 지식과 기술은 쉽게 이전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성 AI는 이 전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누구나 저비용으로 고도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면 희소성이 사라져 전문성 의 가치가 급격히 낮아진다. 반면 설명하거나 자동화하기 어려운 숙련과 경험은 오히려 가치가 높아진 다. 지난 250년간 형성된 인적 자본의 가치 체계를 재편할 잠재적 전환점이 생성 AI의 등장이라는 것이 다. 필자는 인공지능(AI)이 세계경제의 분업 질서에 가져올 구조적 충격이라고 진단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앞 광장에 애덤 스미스의 청동상이 서 있다. /사진 셔터스톡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앞 광장에 애덤 스미스의 청동상이 서 있다. /사진 셔터스톡

2026년은 미국의 건국 문서 ‘독립선언서’ 가 비준된 지 25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또 다른 기초 문서, 즉 경제 이해의 토대가 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같은 해 같은 이정표를 맞는다. 오늘날처럼 경제와 사회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시점에서 스미스의 통찰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스미스 사상 가운데 특히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이다. ①시장은 일정한 조건, 즉 안정적인 통화, 경제주체 간 신뢰와 도덕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재산권이 보장될 경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그러나 외부 효과(특정 경제활동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미치는 영향)와 정보의 격차·비대칭이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의 효율성과 성과는 떨어진다.

둘째, 어쩌면 더 중요한 통찰인 ‘분업(전문화)’이다.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분업을 통해 크게 향상된다. 전문화된 경제는 규모의 경제, 학습 효과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는 유인을 강화하는 다양한 지식과 전문성의 축적을 통해 발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화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교환 제도(시장·화폐·계약 체계 등)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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