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공책 표지에서 본 그림이 있다. 흰 눈이 덮인 언덕을 내려오는 사냥꾼과 개들, 멀리서 얼음판 위에서 노는 아이들, 따스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 그때는 단순히 겨울의 낭만적인 풍경이라 여겼다. 그러나 훗날 그것이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hel)의 ‘눈 속의 사냥꾼(1565)’임을 알았을 때 그림의 의미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그림 속 사냥꾼은 초라한 사냥감을 들고, 개들은 지쳐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생계와 놀이에 분주하다. 눈 덮인 풍경과 청회색 하늘 속 까마귀들은 지친 사냥꾼의 모습과 어울려 겨울의 고단함과 삶의 한계가 그림 속에 스며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계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진실을 담아낸 시각적 우화(parable)다. 브뤼헐은 풍경 속에 삶의 숙명과 시대의 고난을 숨겨 넣었다. 그런데 종교개혁의 불길이 가장 극렬하게 타올랐던 플랑드르 지방의 작가 브뤼헐은 왜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거꾸로 된 세상’을 보여주는 네덜란드 속담
브뤼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네덜란드 속담(1559)’은 흔히 ‘파란 망토(The Blue Cloak)’ 또는 ‘세상의 어리석음(The Fol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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