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 스틸컷. /사진 영화사 오원
‘잉글리시 페이션트’ 스틸컷. /사진 영화사 오원

사막은 햇볕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제2차 세계대전의 불길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한 남자의 기억도 사하라의 모래와 바람에 묻혔다. 불타버린 얼굴, 이름조차 잃은 그는 야전병원에서 영국인 환자, ‘잉글리시 페이션트’라 불린다. 그의 기억은 오직 그리움으로만 되살아난다. 사랑이었다. 아니,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뜨겁고 욕망이라 하기엔 잔혹한 운명.

알마시는 사막의 지형을 그리는 지도 제작자이자 모래와 별, 바람의 길을 읽는 데 능숙한 탐험가였다. 하지만 그는 캐서린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의 길을 잃는다. 모래 폭풍 속에서 나눈 헤로도토스의 ‘역사’, 사막의 별빛 아래 스치던 손끝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시선의 끌림. 서로에게 빠져드는 속도는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순식간이었지만, 그녀는 동료 탐험가 제프리의 아내였다.

‘하지 마, 안 돼, 멈춰!’ 마음이 소리칠수록 알마시는 캐서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애써 등을 돌리고 외면하지만 손잡고 싶고, 안고 싶은 열망만 더 강렬해질 뿐이었다. 캐서린도 자신을 욕망하는 그의 눈빛을 느꼈다. 세상의 금기와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오히려 알마시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추진제가 되었다. 사랑의 불꽃은 은밀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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