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세계적 수준의 인재 풀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구글은 향후 5년간 한국 기업이 AI 플랫폼·도구를 도입하면 약 167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표준을 수용하고, 국내 플레이어(시장 참여 기업)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활발한 혁신 생태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글로벌 기술 리더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그러나 기업 간 AI 활용 격차, 보수적인 규제 환경,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불허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을 “AI 대전환 기회를 맞이한 나라”라면서도 “디지털 경제 전환에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생성 AI(Generative AI) 업데이트에 제약을 주는 ‘한국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불허’를 꼽았다. 구글은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신청했지만,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번번이 불허 판정을 받았다. 

구글은 2007년 국가정보원에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을 때 불허 결정을 받은 후 2011·2016년에도 국토지리정보원에 반출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글은 올해 한국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재신청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한 결론을 오는 10월쯤으로 유예한 상태다. 

이에 대해 터너 부사장은 “한국은 AI 대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혁신 친화적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
조지타운대 정치학, 콜로라도대 로스쿨,
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공공정책 부문 부사장,
전 델 테크놀로지스 미주 지역 공공정책 부문 부사장 /사진 크리스 터너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 조지타운대 정치학, 콜로라도대 로스쿨, 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공공정책 부문 부사장, 전 델 테크놀로지스 미주 지역 공공정책 부문 부사장 /사진 크리스 터너

한국을 ‘AI 대전환 기회의 땅’이라고 했는데 어떤 근거가 있나.

“한국은 AI 기술 도입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국가다. 실제로 구글의 ‘경제 기회 보고서(Economic Opportunity Report)’에 따르면, 한국은 AI 도구 채택률이 전 세계 9위다. 아울러 조사 대상 직장인 절반 이상이 이미 일상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활용도는 균등하지 않다. 대기업의 AI 채택률은 중소기업의 거의 두 배에 달하고, 개인 차원에서는 5명 중 1명이 직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따라서 한국이 AI 대전환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에 따른 AI 활용 격차를 줄이고, 모든 계층과 기업이 고르게 AI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AI 강국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이 보기에 한국 AI 생태계가 맞이할 기회는 무엇인가.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세계적 수준의 인재 풀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구글은 향후 5년간 한국 기업이 AI 플랫폼·도구를 도입하면 약 167조원(122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표준을 수용하고, 국내 플레이어(시장 참여 기업)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한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기술력·인재 면에서는 한국에 강점이 있지만, 보수적인 규제 환경이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불허 문제다. 이 때문에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길 찾기’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 산업 경쟁력은 물론, 관련 스타트업 및 소상공인의 글로벌 진출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간 정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AI 경제 리더로 도약하려면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를 보수적 규제 예시로 들었는데, 정부와 입장 차는.

“한국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8개 정부 기관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상세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 주행에 필요한 고정밀 전자 지도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신청한 것은 한국 내 내비게이션 기업이활용하고 있는 5000분의 1(지도상 1㎝가 실제 거리 50m) 축척의 ‘국가기본도’다. 구글이 신청한 것은 길 찾기 기능 구현을 위한 것이다. 이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정의하는 1000분의 1 축척의 고정밀 디지털 지도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5000분의 1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된다면, 구글은 한국 사용자에게도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생산적인 경쟁을 촉진하고, 공간 정보 산업 전반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 다만 이 데이터 역시 자율 주행에 필요한 ‘정밀 도로 지도’ 개발에는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 지도 데이터가 국외 반출이 된다면, 한국이 얻는 이점은 무엇인가.

“20년 이상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구글 지도는 250개 이상 국가 및 지역에서 사람들이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이머시브 뷰(Immersive View)’ 같은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방문 지역에 대한 랜드마크 또는 최적 경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해 볼 수 있고, 구글의 생성 AI인 ‘제미나이’를 통해 장소에 대한 정보를 구글 지도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해당 장소와 관련된 유용한 답변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아울러 ‘구글 지도 기반 정보 활용’ 기능을 통해 개발자가 구글의 장소 데이터를 활용하여 거대 언어 모델(LLM)의 생성 답변을 더욱 새롭고 사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한국 사용자 및 K-팝, K-콘텐츠 등 관련 장소를 탐험하고자 하는 전 세계 여행객에게 최적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이 AI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조건을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 한국은 충분한 기술 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업 간 AI 활용 격차, 규제에 따른 서비스 제약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구글은 스타트업 지원, AI 교육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한국이 AI 시대의 기회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Plus Point

AI 3대 강국 꿈꾸는 韓, 정부 재정 지원 본격화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100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약속한 데 이어 지난 6월 취임 후에는 AI 미래기획수석실을 신설하고 전문가를 전면 배치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기업 주도 기술혁신 중심의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공공 AI 대전환을 위한 과제 15개, 첨단 소재 부품, 기후 에너지, 미래 대응 중심의 초혁신 경제 과제 15개가 포함됐다.

정부는 혁신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각 50조원 이상)을 활용해 총 100조원 이상 규모로 ‘국민성장펀드(가칭)’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성장펀드로 AI 미래 전략산업 및 에너지 인프라, 관련 기술·벤처기업에 투자하고, 특히 AI 산업에 대해서는 지원 규모를 별도로 할당하기로 했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