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궁경부암은 세계 여성 암 발병률 4위다.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정기 검사가 중요하다. 보통 자궁경부암을 검사하고 결과를 받으려면 1~2주일쯤 걸린다. 이 기간을 20여 분으로 줄인 회사가 있다. 의료 기기 회사 노을 이야기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노을 본사에서 만난 임찬양(47)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자궁경부암을 빠르고 보다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자궁경부암 환자는 2022년 현재 6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망자는 35만 명인데, 주로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는 자궁경부암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의료 시설이 잘 갖춰졌지만, 중저소득국 중에는 의료 시설이 부족한 곳이 많다. 임 대표는 “의료 시설이 낙후한 곳에 사는 여성도 자궁경부암을 쉽게 검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경부)에 발생하는 암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면서 세포가 비정상으로 변하는 자궁경부암에 걸린다. 발병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말기가 되면 아랫배와 다리에 통증이 나타난다. 출혈과 함께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나온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려면 병원에서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한다. 세포는 병원 외부에 있는 별도의 진단실로 보내진다. 세포 박편을 유리판에 끼우고 염색해 사람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세포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단한다.
노을은 이 과정을 AI에 맡겼다. 세포를 네모 상자처럼 생긴 작은 카트리지에 넣으면, 화학물질이 자동으로 염색한다. 임 대표는 “염색이 되면 정상과 비정상 세포가 구별된다”며 “비정상 세포는 세포핵이 커지거나 세포질 모양이 변한다”고 했다. 이 염색 카트리지를 진단 기기에 넣으면, AI가 세포 형태를 보고 자궁경부암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의사는 진단 기기에서 나온 결과를 보고 환자를 치료한다. 임 대표는 “보통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려면 1~2주일이 걸리지만, AI를 사용하면 세포 염색에 10분, 검사에 10분 등 20여 분이면 충분하다”며 “의사 1명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루 10명씩 한다면, AI로는 50~100명씩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WHO는 자궁경부암 검진율을 현재 30%에서 2030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 대표는 자궁경부암 AI 진단 시장도 같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인류 절반이 여성이므로 시장은 어디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중남미, 동유럽, 베트남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슬람 국가도 문화가 보수적이라 여성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이런 곳도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나 도서·산간 지역의 접근성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노을이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의료 기기를 개발하는 데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도움이 컸다. 임 대표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2025년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돼 자금 지원과 컨설팅을 받았다”며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확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