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허리 통증은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많다. 중년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척추관협착증이 함께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때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무엇부터 치료해야 합니까’라는 것이다. 정답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기준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대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강한 허리 통증과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특징이다. 심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떨어지고, 배뇨·배변 장애까지 생긴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 앉아서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이다. 서 있거나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신경 압박이 심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행 거리가 줄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치료 우선순위를 정할때는 ‘환자에게 지금 당장 더 위협적인 증상이 무엇인가’가 기준이 된다.
영상 검사는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디스크가 날카롭게 튀어나와 특정 신경을 압박한다면 디스크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반대로 척추관 자체가 좁아져 여러 신경이 동시에 눌리고 있다면 척추관협착증 치료가 우선이다. 실제로는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하면서 디스크 병변까지 함께 교정하는 복합적 접근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치료는 보존적 방법에서 출발한다. 약물 치료와 물리·재활 치료,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 치료는 통증을 조절하고 신경 자극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 과정은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어도 신경학적 손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신체가 스스로 회복할시간을 주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이미 만성화한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년간 신경이 눌리면 신경과 근육이 위축되고, 보행 장애가 고착돼 단순 보존적 치료만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는 치료 목표를 ‘완치’보다는 기능 유지와 악화 방지에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되는 방법이 시술적 치료다. 주사 치료보다 한 단계 적극적인 접근이다. 대표적으로신경성형술이 있다. 특수 카테터를 이용해 유착된 부위를 풀어주고 약물을 전달해 통증을 줄이고 신경 기능 회복을 도모한다. 이런 시술은 절개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고령 환자나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된다.
물론 모든 환자가 보존적 단계를 밟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근력 약화, 발목·발가락 힘 빠짐, 대소변 기능 이상처럼 신경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수술해야 한다.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신경 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골든타임 치료다. 허리 통증은 만성으로 이어지기 쉽다.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같은 퇴행성 변화가 누적되면 구조적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오랜 좌식 생활이나 잘못된 자세 같은 생활 습관이 더해진다. 여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반복되면서 고착된다. 결국 허리 통증은 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생활 속 관리와 습관 교정이 함께 이뤄져야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겐 치료 못지않게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지 말고 일정 간격으로 일어나 허리를 풀어줘야 한다. 무거운 물건은 무릎을 굽혀 들어야 한다. 체중 조절은 필수이고, 수면 시 무릎 밑에 작은 베개를 두면 척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은 복잡한 동작보다 무리 없는 평지 걷기가 가장 안전하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와 허리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