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전 세계 기업의 클라우드 지출은 8250억달러(약 1148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많은 기업 리더가 자사의 클라우드 지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드가 기업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비용 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가운데 금융(finance)과 운영(operations)의 합성어인 ‘핀옵스(FinOps)’가 클라우드 재무 최적화의 핵심 원칙으로 부상하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 안 하면 비용 폭탄
클라우드는 이제 기업의 필수 인프라다. 과거에는 물리적 서버를 구매하고 설치하는 데 몇 주~몇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새로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은 데이터 분석, 원격 근무, 인공지능(AI) 같은 혁신을 가속했다. 또한, 주문형 비디오(VOD)’ 차량 공유·원격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로 충족할 수 없는 수요에 대응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같은 자동차 회사는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목재 팔레트 유통사 같은 전통 산업에서도 맞춤형 소프트웨어와 자체 소프트웨어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클라우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복잡해지는 클라우드 환경, 예산 초과의 악순환
클라우드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비용 관리의 어려움도 커진다. 최근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73%의 기업이 프라이빗 컴퓨팅 자원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환경을 운영한다. 또 53%의 기업은 여러 클라우드 제공 업체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한다. 부서별로 중앙 정보·통신(IT) 부서의 승인 없이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사례도 많아 데이터 통합, 규제 준수, 보안 관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지출 초과 문제를 겪는다. 2023년 기준 절반이 넘는 기업이 클라우드 지출이 예산을 평균 15% 초과했다고 답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종량제 과금 방식은 사용량 예측을 어렵게 하고, 엔지니어의 실수가 하룻밤 사이 수천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최근 11억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출의 약 27%가 낭비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비용 관리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 딜로이트 조사에서는 절반의 조사 대상 기업이 이미 핀옵스 전담팀을 꾸렸으며, 20%는 향후 1년 내에 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핀옵스,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의 원칙
핀옵스는 단순한 비용 절감 기법이 아니라 기술 영역과 비기술적 영역을 아우르는 관리 원칙이다. 핀옵스는 클라우드 아키텍처(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기본 구성 요소인 프런트엔드·백엔드·네트워킹·제공 모델 등이 결합돼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방식) 재구성, 장기 스토리지 검토, 할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핀옵스의 진정한 힘은 조직 문화 변화에 있다. 조직 전체가 책임을 공유하고, 지출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며, 비용을 비즈니스 가치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입 초기에는 현재 전략을 검토하고, 태그 지정 및 알림 구조를 평가하며, 주요 성과 지표(KPI)를 정의해야 한다. 클라우드 자원을 목록화하고, 조직의 필요에 맞게 최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제공 업체의 모니터링 툴, 비용 관리 전용 솔루션, 외부 핀옵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도입 과정에는 장애물도 있다. 복잡한 데이터를 해석할 전문가가 부족하고,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서로 다른 대시보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핀옵스 툴 자체도 클라우드 비용의 3~5%에 달하는 추가 지출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도입 전, 자사의 클라우드 비용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실질적인 절감, 핀옵스의 첫걸음
핀옵스 도입 초기에는 구체적인 절감 방안부터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낭비 절감 차원에서 유휴 상태로 남아 있는 자원이나 필요 이상 큰 규모의 가상머신, 중복된 스토리지 등을 줄이면 즉각적인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예측 분석과 자동화된 스크립트를 활용하면 관리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또한 구조 파악도 필요하다. 클라우드 자원의 품질과 가격대를 세밀하게 분석해 각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자원을 배치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구매 인센티브 활용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제안하는 장기 계약이나 할인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전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올해는 핀옵스 도입 기업이 비용 투명성과 관리능력을 한층 고도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핀옵스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책임 분담이 우선이다. 각 부서가 스스로 클라우드 지출을 관리하고, 차지백(chargeback·비용을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나 쇼백(show-back·비용 부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 같은 방식을 도입해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유하면 책임 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하게 중복된 라이선스를 정리하고 하드웨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만으로도 전체 IT 자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핀옵스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 등 지속 가능성 목표와도 연계된다.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 등 주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와 탄소 지표를 추적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비용 절감 넘어 성장 자산으로: 핀옵스의 진화
핀옵스 효과는 여러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에어비앤비는 스토리지를 저비용 서비스 계층으로 이전하고 자체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 약 6350만달러(약 884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방송·미디어 분야의 스카이그룹은 불과 6개월 만에 클라우드 예산을 소진하는 문제에 직면했으나, 자체 핀옵스 툴을 도입해 당해 연도에 150만달러(약 21억원)를 절감했고, 다음 해에는 380만달러(약 53억원)를 추가로 줄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는 청구 데이터 추적과 리소스 최적화 프로그램을 통해 단 6개월 만에 서비스 단위당 클라우드 비용을 40% 줄였다. 글로벌 광고·마케팅 대기업 WPP도 자동 리소스 크기 추천 툴을 비롯한 다양한 최적화 도구를 도입해 3개월 만에 200만달러를 아끼고, 연간 기준으로는 약 30%의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으로 IT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IT 지출은 5조 1000억달러(약 709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이전이 가속하면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은 수익성 개선과 변동성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핀옵스 시장 성장의 토대가 된다.
핀옵스는 단순한 절감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 전략 이니셔티브다. 선도 기업은 ‘클라우드 단위 경제성’ 모델을 도입해 애플리케이션·작업량·데이터 단위별 지출을 매출 같은 지표와 연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IT 지출 1달러가 매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새로운 서비스 도입, 제품 로드맵 가속화 같은 신성장 기회에 재투자할 수 있다. 복잡해진 클라우드 환경에서, 핀옵스는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에서도 기업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