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5일(현지시각)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고,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참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은 APEC을 계기로 미·중 간 실리적 협력과 남북 간 긴장 완화의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정상회담 기간 중 열린 양국 기업인 간 만남에는 한국 주요 대기업 회장과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대기업 회장이 사업 파트너인 미국 기업 CEO을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대통령은 이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산업 분야별로 구체적인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미국 상무 장관의 화답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한국이 필요함을 잘 보여주었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기술과 투자가 필수적임을 확인한 자리였다.
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 중 기억에 남는 세 문장이 있다. 첫째, 미국 방문 전 일본을 먼저 찾은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한일 간 공조를 위한 사전 정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한반도 긴장 완화는 한국 대통령 혼자 노력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오직 트럼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된다면 자신은 그 일이 원만히 완성되도록 돕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셋째, 이 대통령이 방명록 서명에 사용한 펜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기심을 보이자 “대통령이 어려운 서명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받고 싶은 선물로 트럼프 대통령 유세 중 피격 당시를 담은 사진첩을 꼽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밝게 하는 언급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미국 제조업 부활은 한국 제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제조업 인프라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 미국에서 최종 제품을 조립할 때 필요한 한국산 소재·부품·장비에 대해서는 관세장벽을 허무는 것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 대통령 비서실장 간에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세부적 사안에서 양국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리라 믿는다.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한화오션이 인수하기 전 직원이 60명에 불과했던 이조선소는 지난해 말 인수 이후 현재 17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향후 약 7조원을 투자해 연간 1.5척 건조 단계에서 연간 20척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발전하고, 약 1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장비, 인력이 투입되면 한국 조선 협력사도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이 현지에 세운 조선 기능공 기술 훈련소에서 미국 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은 양국이 협력해 제조업 미래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상회담 기간 중 대한항공은 보잉에 103대의 항공기를 발주하는 의향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전 세계인 모두가 한국 방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제조업과 문화·관광 산업이 함께 이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