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공식 입점하며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컬리는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발판 삼아 고객층을 넓혔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힌 신선 식품 부문을 보완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휴가 쿠팡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컬리는 9월 4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열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컬리가 자체 앱과 웹사이트가 아닌 외부 플랫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의 핵심 서비스인 새벽배송은 컬리N마트에서 동일하게 운용한다. 오후 11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배송받을 수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는 2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과금 없이 무료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그동안 컬리는 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2023년 평택 물류센터에만 725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물류·포장비를 160억원 절감하는 등의 효율성 개선 성과를 냈다. 풀필먼트바이컬리(FBK·컬리의 물류 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8월에는 경기도 안산에 ‘3PL 저온센터’를 신규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 대비 물동량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제휴로 네이버의 방대한 판매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물류센터 가동률을 높이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컬리의 기존 주 고객층은 수도권과 2인 가구 등으로, 지난 수년간 월 활성 이용자(MAU)가 3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컬리는 네이버 입점과 함께 기존 신선 식품과 뷰티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생활·주방용품 분야로 확대하며 고객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컬리, 네이버 입점으로 상품 5000여 종 신규 확보
컬리 관계자는 “네이버 입점 과정에서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5000여 종의 상품을 새롭게 확보했다. 4인 이상 가구, 대용량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 수요도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컬리N마트에서는 식품과 생활∙주방용품 분야의 신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네이버의 물류 연합체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하며 기존 네이버와 제휴 관계에 있던 CJ대한통운과 협업을 시작했다. 늘어난 고객 수를 뒷받침할 만한 물류 체계를 확보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네이버 커머스는 그간 오픈마켓 형태로만 운영돼, 자체 물류·배송을 결합한 쿠팡과 맞서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컬리를 우군으로 맞아 이 같은 약점을 일부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올해 3월 출시한 자사 쇼핑 전용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거래액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500만에 육박하는 MAU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 커머스 거래액은 약 2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5% 늘었다. 네이버는 단골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개편안도 내놨다. 단골 사용자란 네이버에 입점한 브랜드 스토어에 ‘알림 받기’를 신청한 이를 일컫는다. 현재 단골 사용자는 8억 명으로, 2026년 10억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매입(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판매)을 하지 않는 커머스 모델 특성상 입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첫 화면에 개인화 영역을 전면 확대해 사용자 맞춤형 상품과 스토어를 추천할 예정이다. 동일 상품 재구매와 동일 브랜드 반복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쇼핑 거래액은 2022년 4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3000억원으로 20%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멤버십 매출도 올 상반기 기준 8924억원으로 전년 동기(7820억원) 대비 14% 늘었다.
컬리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조159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창사 10년 만에 첫 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컬리는 신선 식품의 새벽배송 서비스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뷰티, 생활용품, 가전 등 비식품 부문을 강화해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네이버 입점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컬리는 매입 규모를 늘릴 수 있고, 그에 따른 원가 및 물류 효율 개선 효과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컬리넥스트마일의 NFA 입점 이후 화주 유입이 본격화하고 있어, 컬리N마트 출시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익성에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우버 택시와도 손잡은 네이버
한편 네이버는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 택시(Uber Taxi)’와 새 파트너십 계획도 발표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우버의 멤버십 서비스 ‘우버 원(Uber One)’을 연계해 9월 말쯤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에서 경쟁사인 쿠팡과 카카오 등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 구축’으로 풀이된다. 우버원은 우버 택시 이용 요금의 5~10%를 크레디트로 적립해 주는 서비스다.
평점이 높은 기사를 우선 배차받는 혜택도 있다.
합종연횡에 나선 것은 차별화된 혜택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배달, 쇼핑 외에 다양한 혜택을 얹어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주하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컬리 연합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을 향한 추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쿠팡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23조463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11조9763억원)은 1분기(11조4876억원)에 이어 역대 분기 최대치를 연달아 경신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44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244% 증가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월 7890원)으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쿠팡플레이(일부 프로그램 제외), 쿠팡이츠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휴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높을수록 고객 유입 효과도 클 것”이라며 “배민클럽 가입자를 늘리는 게 과제인 배달의민족은 당분간 제휴처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도 신선 식품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고품질 신선 식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프리미엄 프레시’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선 식품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구독하면 배달비 공짜"
배달의민족은 유튜브와 제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9월 24일 배민클럽-유튜브 프리미엄 제휴 상품을 출시한다고 9월 10일 밝혔다. 상품은 배민클럽의 무료 배달 혜택과 광고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혜택을 모두 담았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월 1만4900원인데 비해 제휴 상품은 이보다 1000원 낮은 1만3990원이다. 배민클럽 정가(3990원)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합친 것보다 제휴 상품 구독료가 25% 더 저렴하다. 배민클럽 가입 이력이 없는 신규 가입자는 첫 달 8990원, 가입 이력이 있는 재가입자는 첫 달 9990원에 제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배민은 올해 6월 배민클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티빙과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배민클럽 이용료에 월 3500원을 추가하면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 이후 배민클럽 가입자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휴 효과를 본 배달의민족이 티빙에 이어 유튜브와도 손잡고 이 같은 효과를이어가려는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