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절이 의심되면 엑스(X)선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미세한 골절은 X선 검사를 해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이 문제를 새로운 기술로 해결했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 이야기다.
김진국 제이피아이헬스케어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토모신세시스는 X선보다 자세하게 2.5D(2D와 3D 중간기술)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술”이라며 “의료 기기로 활용하면 미세 골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모신세시스는 X선과 CT(컴퓨터 단층 촬영)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영상 장비다. 흉부, 척추, 관절처럼 다양한 신체 부위를 진단하는 데 사용한다. X선은 인체 내부를 2D로 보여주지만 토모신세시스는 2.5D 영상을 제공해 병변(病變) 식별이 용이하다.
CT는 인체를 수백 장의 고해상도 2D X선 영상으로 나눠 찍는 방식이다. 각각의 X선 영상은 조직 단면을 보여준다. 이를 모으면 몸속을 볼 수 있다. 토모신세시스는 X선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CT처럼 입체 영상을 얻는 방식이다. X선 촬영이 적어 CT보다 방사선 노출도 줄어든다.

김 대표는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두껍고 복잡해서 미세한 골절이나 작은 병변의 경우 X선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토모신세시스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20초면 신체를 촬영해서 화면에 띄울 수 있다.
회사는 독자 기술로 ‘방사선 딜레마’를 해결했다. 인체에 방사선을 많이 쏘이면 산란선(散亂線)이 발생해 영상이 흐릿해진다. 반대로 방사선을 줄이면 피폭량은 감소하지만, 영상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회사는 그리드라는 부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드는 가로 43㎝, 세로 60㎝ 네모난 판처럼 생긴 부품으로 토모신세시스 디텍터(반사판) 앞에 끼워 사용한다. 디텍터는 방사선으로 촬영한 영상을 사람 눈으로 볼 수 있게 바꿔주는 부품이다. 김 대표는 “X선은 신체를 통과할 때 각종 뼈와 조직에 부딪혀 여러 갈래로 튕겨 나간다”며 “그리드가 불필요한 산란을 제거해 화면이 왜곡되는 노이즈를 줄이고 선명도를 높였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질병 진단 시장 규모는 2023년 1200억달러(약 166조원)에서 2030년 2200억달러(약 305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토모신세시스 시장도 같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김 대표의 부친이 1980년 설립한 정원정밀공업을 모태로 하고 있다. 2010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중동과 유럽, 동남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중동은 오일 머니로 소득수준이 높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의료 기기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영상 진단 시장이 발달해 역시 기술력을 검증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이동형 토모신세시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범부처전주기의료 기기연구개발사업단(범부처사업단)의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는 “범부처사업단 2025년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돼 자금 지원과 컨설팅을 받았다”며 “3D로 신체를 진단하는 의료 기기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