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윤호중(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9월 7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번째 정부 조직 개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앙 행정기관은 기존 ‘19부 3처 20청’에서 ‘19부 6처 19청’으로 바뀐다.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 국가데이터처, 지식재산처 등 처(處) 세 개가 신설된다. 이에 따라 정부 행정기관은 총 50개로, 지난 정부보다 두 개 늘어난다. 

기획예산처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보임되면서 장관 수가 기존 29명에서 30명으로 한 명 늘어난다. 차관급은 기획예산처 차관 신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증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격상으로 세 개 자리가 추가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후 신설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상임위원 두 명이 줄어들면서 순증은 한 명이다. 차관급은기존 96명에서 97명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하면서 경제부총리와 함께 두 명의 부총리 체제가 된다. 교육부 장관이 맡았던 사회부총리직은 사라진다. 이번 조직 개편의 키워드는 기획재정부(기재부) 분리, 부처 기능 재조정, 검찰청 폐지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권력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와 여당은 9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

이번 정부 조직 개편 핵심 변화는 기재부 분리다. 2008년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탄생한 기재부가 18년 만에 다시 두 개의 조직으로 쪼개진다. 예산 편성 기능은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되며, 기존 기재부는 재경부로 이름을 바꿔 경제정책, 세제, 금융, 국고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예산 기능이 총리실로 옮겨가면서 청와대 및 국회와 수평적 협의 구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책과 예산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던 기존 체계가 해체되면서 정책 실행력 저하, 조정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입(세제)과 세출(예산) 간 연계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경제부총리의 힘이 빠지면서 관계 부처 간 충돌이 잦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처 간 기능 재조정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에 전력·에너지 정책을 이관하면서 산업통상부로 기능이 축소된다. 산업부로부터 전력·에너지 정책을 이관받은 화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에너지)로 확대 개편된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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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부처인 환경부에 에너지산업 육성 업무를 맡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기술부총리로 승격된다. 교육부 장관이 맡은 사회부총리직은 사라진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 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 특허청은 지식재산처로 각각 승격돼 총리실 산하에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을 전담하는 2차관이 신설된다. 중대 재해 근절과 소상공인 지원 강화라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관치 금융 우려, 행안부 거대 권력 지적도

금융권에서는 금융 정책·감독 기존 2원 체제가 4원 체제로 쪼개지면서 ‘옥상옥(屋上屋) 관치 금융’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각각 역할을 나눠 맡게 되면서 업무 혼선과 금융사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재경부 입김에 영향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인허가권과 함께 전기 요금, 물 관리 권한까지 한꺼번에 쥐게 돼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청 폐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1948년 창설된 검찰청은 이번 정부 조직 개편으로 2026년 9월, 창설 78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검찰청의 기존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신설되는 중수청은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에 설치돼 부패, 선거, 마약 등 9대 주요 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둬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만을 담당한다. 기존 검사는 공소청으로 소속이 바뀌며 검찰총장은 공소청장으로 보직이 바뀐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을 통해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청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검찰청은 헌법상 기관으로, 명칭과 실질을 하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여부를 다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수청이 경찰과 함께 행안부 산하에 들어가면서 행안부가 거대 권력 기관으로 비대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조직 개편안은 효율성 증대와 권력 분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각 부처의 힘을 빼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Plus Point

만들고 없애고 나누고, 역대 정부 조직 개편 변천사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93년 첫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출범 후 크고 작은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영삼 정부는 총 4회에 걸쳐 조직을 개편했다. 1차 개편에서는 부처 통합을 통해 문화체육부와 상공자원부를 각각 신설했고, 2차 개편에서는 재정경제원·통상산업부·정보통신부·환경부 등을 만들었다. 3차 개편은 공업진흥청을 폐지하고, 중소기업청을 신설했고, 4차 개편의 경우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을 신설해 ‘2원 14부 5처 14청’ 의 조직 체계로 정비했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중심으로 1차 개편에서 기획예산위원회·예산청·행정자치부 등을 신설했다. 특히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감독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 기관으로 신설하고,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네 개 감독 기관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을 설립했다. 김대중 정부는 2차 개편을 통해서는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꿨고, 3차 개편은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 신설, 4차 개편은 여성부를 신설해 ‘18부 4처 16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대규모 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고 기능 조정을 활용해 총 5회에 걸쳐 중앙인사위원회와 소방방재청 신설, 철도청 폐지 등 ‘18부 4처 18청’으로 조직을 바꿨다. 이명박 정부는 작고 실용적인 정부를 기조로 부처 통폐합에 나섰다. 총 3회에 걸쳐 ‘15부 2처 18청’ 으로 행정기관을 축소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실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은 국무총리실로 통합했다. 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만들었다. 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의 부처도 기능별로 관련 부처와 통합해 총 11개 기관을 줄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를 새롭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 폐지, 국민안전처 신설 등 재난 안전 체계를 바꾸는 등 총 3회에 걸쳐 ‘17부 5처 16청’으로 개편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벤처부· 해양경찰청을 신설해 기존 정부 조직을 전환했다.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18부 4처 18청’으로 개편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방법으로 ‘19부 3처 19청’ 체제로 개편했다. 이후 우주항공청을 새롭게 만들어 ‘19부 3처 20청’이 됐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