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미 다케시 산토리 홀딩스 회장이 9월 3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AFP연합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 홀딩스 회장이 9월 3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AFP연합
일본 재계 거물이자 ‘스타 경영자’로 꼽히던 니나미 다케시(新浪剛史·66) 산토리 홀딩스 회장이 9월 1일 사임했다. 산토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식품·주류 메이커로 유명하며, 니나미는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리는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었다. 그런 니나미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토리 홀딩스는 9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니나미 회장이 건강 보조제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을 회사 측에 보고했으며, 일신상 이유로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다”라며 “9월 1일 사표가 수리됐다”고 발표했다. 니나미는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해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전달받았고, 8월 22일 마약단속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 수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니나미는 산토리 홀딩스가 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니나미와 함께 산토리를 이끌어온 도리이 노부히로(鳥井信宏) 산토리 홀딩스 사장이 회장의 사임 사실을 발표했다. 오너가 출신인 도리이는 회장 사임과 관련 “현행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회장으로서 의심을 살 만한 일이 생긴 게 문제라고 판단했다”라며 “그의 회사 공헌 등을 감안해 본인과 이사진이 협의해 해임이 아닌 사임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산토리가 최근 10여 년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성과는 니나미가 없었으면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함께 호흡을 맞춰 회사를 더 성장시키길 기대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매우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니나미의 사임을 놓고 재계에서는 이런저런 뒷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사건의 실제 진상은 경찰 조사로 드러나겠지만, 최근 수년간 니나미가 전문 경영인 직분을 넘어서 재계(경제 동우회 대표 간사)와 정계(총리 자문기관인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에서 목소리를 내자 산토리 오너가가 불편해했다는 말이 들린다. 니나미 사임의 진상과 시사점을 찾아본다.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현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강사,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현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강사,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니나미, 위기 극복하고 살아날까

니나미는 일본을 대표하는 편의점 ‘로손’ 의 사장으로 일한 2000년대 초반부터 임직원에게 ‘세상은 수라장(修羅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인간사가 복잡하고, 생존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신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니나미가 60대 후반에 약물 구입 파동으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나미는 사임 발표 후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심경을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출장 중에 영양제를 구입한 경위와 불법 행위가 없음을 설명했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사임한 것에 대해서는 “산토리 홀딩스 회장으로서 일본에서 합법성에 의문을 살 수 있는 영양제를 구입한 것은 부주의했다”라며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나 자신이 법을 위반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회사 판단에 따라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임했다”라고 설명했다. NHK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니나미 자택에서 불법 제품이 발견되지 않았고, 니나미 몸에서도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구입한 약품은 대마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가 들어가 있어 진통 효과가 있는 영양제 등으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팔리는 상품이다. 다만 환각 작용이 있는 THC는 일본에서 규제 대상 품목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 니나미

2014년부터 산토리 홀딩스를 이끌어온 니나미는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다. 2023년 4월부터 3대 경제 단체인 경제 동우회 대표 간사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경제 동우회는 게이단렌,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3대 단체다. 자유롭게 정책 제언을 하는 덕분에 정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1959년생인 니나미는 게이오대를 졸업한 뒤 1981년 미쓰비시상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귀국 후 사내 벤처로 병원 급식 회사를 설립하는 등 신사업에 도전했다. 그는 이후 편의점 로손 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산토리 홀딩스 사장과 회장으로 활동했다. 니나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최고경영자(CEO)의 첫 번째 임무라고 늘 강조했다. 경영자의 기본 임무는 수치로 실적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회사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람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회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매우 중시했다. 

산토리 회장 사임, 진짜 배경은

산토리에서 오너가 이외에서 CEO에 오른 인물은 130여 년의 산토리 역사에서 니나미가 처음이다. 산토리의 출발은 1899년 포도주 판매를 시작한 토리이쇼텐(鳥井商店)이다. 1963년 주식회사 산토리(SUNTORY)로 회사명을 바꿨다. 산토리는 ‘태양(sun)’과 ‘TORY(鳥井·도리이)의 합성어로, 창업 가문의  성이 담길 만큼 전통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산토리는 지난 2009년 산토리 홀딩스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가 됐다. 회사 주력 제품은 주류에서 청량음료 및 건강식품으로 확대했다. 

니나미는 2014년부터 산토리 홀딩스 CEO로 활동하면서 미국 위스키 브랜드 ‘빔’ 인수 등 성공적인 경영 활동을 보였다. 특히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산토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니나미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지만 니나미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경영 능력은 탁월하지만 개성과 주장이 강한 대외 과시형이어서 각종 사회 현안에 큰 목소리를 내는 등 종종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드물게 세 번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고,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직설 화법으로 주장을 펼쳐 수차례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산토리 오너가도 니나미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경영 능력은 높이 사면서도 정치·사회 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진 것이다. 일본 경영학계의 한 학자는 “니나미의 이런 캐릭터 때문에 업계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도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고 했다.

오너가와 전문 경영인의 주도권 쟁탈전인가

니나미의 향후 거취는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영양제 구입과 취급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없을 경우 니나미는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인 일본 업계에서 그만큼 경영 수완과 글로벌 능력을 갖춘 경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산토리 오너가가 너무 서둘러 니나미를 내쳤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니나미가 회장이 되기 전까지 산토리는 공동 창업자인 ‘도리이’와 ‘사지’ 가문에서 번갈아 회장을 맡았다. 니나미가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는 사지 노부타다(佐治信忠) 회장과 도리이 사장이 전면에서 산토리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니나미가 회장이 되기 이전인 2014년으로 경영 시스템이 돌아간 것이다. 니나미의 전격 사임을 놓고 일본 경영학계에서는 ‘일본식 가족 경영’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정보통신(IT)과 디지털화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 기업이 가족 경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종별 일본 대표 기업은 서구 기업에 비해 뒤처진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전문 경영인이 뿌리내리지 못하면서 일본 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나미 퇴진이 경영자에게 주는 교훈

여전히 니나미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니나미 사임 사태는 몇 가지 교훈을 준다. 대기업 CEO는 평소 자기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니나미가 체력 관리는 잘했지만, 대외적인 품격 관리에는 실패했다. 실제로 니나미는 평소 체력 관리에 많은 힘을 쏟았다. 

오너가 경영자가 많은 우리나라 대기업도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로 확장하는 이 시점에 오너가 경영자와 전문 경영인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영진을 구성할지 철저한 고민과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