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다소 희망적인 요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0.1%포인트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에서 0.7%로 상향 조정됐다. 최근 주요 실물 지표 움직임을 보면, 미약하나마 경기 개선 여지를 보인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문에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수출용 출하가 증가하면서 제조업 부문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비스업 부문도 비록 0%대의 낮은 수준이지만 도소매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소비는 자동차 등 ‘내구재’, 화장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모두 판매가 늘어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외수 부문도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선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본격화한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많이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실상은 3월 1.3%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 영향을 받는 미국에 대해서는 철강이나 자동차와 부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둔화하면서, 4~8월 월평균 5% 이상의 수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물론, 아무 노력도 없이 경기회복 모멘텀이 저절로 확보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내수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건설 경기는 물론이고 설비투자도 지금 같은 규제 환경 속에서는 활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정부와 약속 이행을 전제로 하면 호조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 부채 증가에 의한 잠재적 위협만 염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없다면 소비 쿠폰 지급이나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 같은 모처럼의 내수 진작책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외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품목별로는 관세 영향이 없는 반도체나 무선통신기기 등의 견조한 수출 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 및 일본 등에 대한 수출 부진을 메워주고 있는 베트남과 아세안(ASEAN) 및 독립국가연합(CIS) 등지의 수입 수요도 언제든 감소할 수 있다. 즉, 주요 수출 상대국에 대한 수출 부진과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국의 품목 관세 확대 등과 같은 리스크를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간 다방면에 걸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소통 부족에 따르는 시장 혼란이나, 정책 일관성과 실효성 약화, 사회적 갈등의 증폭 등과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눈앞에 있는 경기회복 모멘텀을 확실히 손에 넣기 위해서는 과욕을 내려놓고 시장 목소리와 대내외 환경 변화에 좀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