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내장은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거나 안압이 높아져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심할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서 환자는 평생 안압을 관리해야 한다. 의료 기기 스타트업인 화이바이오메드는 안압을 실시간 측정하고,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약물을 방출해 녹내장 치료까지 돕는 콘택트렌즈의 세계 첫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세광(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화이바이오메드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에 임상 시험에 들어가면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구글도 스마트 렌즈를 개발하고 있지만, 기술 측면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국에서 먼저 허가받은 뒤 미국 시장에 곧장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 대표와 일문일답.
기존 안압 측정 센서와 다른 점은.
“녹내장 진단을 위해 금 나노와이어를 썼다. 금 나노와이어 센서는 기존 금속 링 기반 센서보다 민감도와 투명도 모두 뛰어나다. 금속 링보다 나노와이어 반응성이 높아 안압을 정확하게 측정한다. 렌즈 테두리에 약물 저장소가 있어 안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으로 약물을 방출하도록 설계했다. 저장소 개수와 약물 용량은 환자 상태에 따라 조절한다. 안압 측정 센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상용화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진단뿐 아니라 실시간 치료까지 가능한 콘택트렌즈는 전례가 없다.”

센서와 약물 방출 기능이 있어서 두껍겠다.
“녹내장 진단·치료용 콘택트렌즈 두께는 0.15㎜로 일반 콘택트렌즈(0.1㎜)보다 조금 두껍다. 하지만 실리콘 하이드로겔(고분자가 그물처럼 이어진 물질) 소재를 써서 착용감을 높였다. 하이드로겔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투명해서 빛이 잘 통과한다. 또 산소 투과율이 높아 장시간 착용해도 눈 충혈이나 건조가 덜하다.”
상용화 단계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사인 인터로조와 이미 토끼 100여 마리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마쳤다.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탐색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렌즈 제작 기술은 인터로조가, 전자 센서와 바이오 기술은 화이바이오메드가 맡는다. 인터로조와 협업해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다양한 질환의 진단·치료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콘택트렌즈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서 확장성이 크다. 현재는 당뇨병,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적용하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고혈당 상태가 지속하면서 혈관이 손상되는 당뇨 합병증인데,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눈물 속 혈당 수치를 실시간 측정해 혈당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학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는 데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큰 도움을 줬다. 기술 개발이 지연됐는데, 공인 시험 기관 연계와 사업단 지원으로 시험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면서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비임상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비도 지원받았다.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허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사업단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평가 기관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며 가이드라인 마련을 돕고 있다.”